주간동아 459

2004.11.11

파격과 당당함 … 속이 꽉 찬 실력 뜬다 떠!

  • 김용습/ 스포츠서울 기자 snoopy@sportsseoul.com

    입력2004-11-05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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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격과 당당함 … 속이 꽉 찬 실력 뜬다 떠!
    가요계에 ‘춘자’(春子·본명 홍수연)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타이틀곡 ‘가슴이 예뻐야 여자다’를 발표한 지 보름 만에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른 데다 케이블TV와 지상파 방송 3사의 음악 프로그램마저 휩쓸고 있다. 공연할 때 쓰는 춘자의 레게 퍼머넌트 가발이 인터넷에서 경매되는가 하면, ‘누드를 찍어봤다’는 깜짝 고백 등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삭발에 가까운 짧은 헤어스타일과 문신, 그리고 중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또렷한 이목구비와 늘씬한 몸매, 여기에 개그맨 남희석이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았다는 뉴스까지 더해져 춘자는 요즘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의 컨셉트는 한마디로 엽기에 가까운 파격과 당당함이다. 앨범에 소개된 프로필에서 자신의 특기를 욕하기, 각목 등 흉기 다루기라고 썼는가 하면 태권도 유단자, 에어로빅 트레이너 경험에다 고교 때는 남학생들과 함께 어울렸던 ‘일진’(한 학급이나 학교 전체 단위로 가장 싸움을 잘하는 학생들의 집단을 가리키는 속어)이었다고 스스럼없이 공개했다.

    덕분에 ‘엽기 여가수’ 혹은 ‘여자 싸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춘자는 “진솔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이라 규제와 제압에서 늘 벗어나려고 애쓴다. 선입견과 틀에 박힌 사회통념이 싫을 뿐”이라고 했다. 19살 때부터 줄곧 짧은 머리를 고집한 이유도 남자가 바라는 모습(?)으로 사는 여성이 되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른쪽 옆구리와 왼쪽 팔뚝에 천사, 그리고 오른쪽 손목에는 ‘무(無)’자를 새긴 문신에 대해서는 “그냥 하고 싶어서 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확실히 튀기는 튀는데 내실은 과연 어떨까. 그는 15살 때부터 서울 시내의 주요 클럽에서 DJ 활동을 했다. 이후 홍대 앞, 대학로 등지에서 언더그라운드 공연을 하며 자신의 끼와 실력을 다졌다. 20살 때 난영가요제에서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복고 디스코 펑키 리듬의 ‘가슴이 예뻐야 여자다’라는 노래에는 십수 년간 갈고 닦은 춤 솜씨와 시원스러운 보컬의 매력이 들어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춘자가 꼭 3년 전에 지금과 비슷한 컨셉트로 데뷔 앨범을 냈다가 완전히 망했다는 사실이다. 2001년 10월, 홍수연은 ‘뉴리안(New Lian)’이라는 예명으로 가요계의 문을 두드렸다. 짧은 머리에 중성적인 매력과 파워 있는 댄스를 앞세운 뉴리안은 “큰일을 저지르겠다”며 큰소리 친 지 몇 달 만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뉴리안과 춘자의 간극에는 최근의 연예계 트렌드가 숨어 있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수줍은 웃음에 달변의 개그를 겸비한 김제동, 경운기 몰던 ‘촌놈’임을 자랑하는 영화배우 김수로, 독특한 외모와 깜짝 놀랄 만큼 솔직 담백한 토크로 인기를 끈 MC몽 등이 바로 춘자와 동일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그저 예쁘게만 보이기 위해 자신을 감추는 것보다는 “좀 편하게 얘기해도 되나요”라며 지나온 삶과 가치관 등을 서슴없이 내보이는 스타일이 각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솔직 당당함에 튼실한 실력까지 갖췄다면 분명 제대로 ‘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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