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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도요타’

브레이크 없는 경영신화의 비결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브레이크 없는 경영신화의 비결

브레이크 없는 경영신화의 비결

김태진·조두섭·전우석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76쪽/ 1만3000원

‘사오정’, ‘오륙도’…. 정년을 채우며 회사생활 하는 것이 눈치 보이는 세상이 됐다. 그만큼 구조조정이 일반화됐다는 뜻이다. 이렇듯 효율적인 회사 운영이라는 명목 아래 칼바람은 시도 때도 없이 진행된다. 그런데 세상 물정 모르고(?) ‘종신 고용’을 내걸고도 끄떡없이 잘나가는 회사가 있다. 바로 일본의 ‘도요타’다.

도요타는 2003년 결산에서 1조1620엔(13조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에 비해 55% 증가한 액수다. 이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의 순이익을 합한 것보다 많은 액수며, 세계 기업 랭킹 4위에 해당한다. 10년째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도요타가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자동차 전문기자인 김태진씨와 일본의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는 조두섭, 전우석씨 등 세 저자가 최근 펴낸 ‘도요타’를 통해 이를 집중 해부했다.

이들은 먼저 도요타의 핵심으로 ‘사람’을 꼽았다. 도요타는 세계 유명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뛰어난 도요타 자동차 생산시스템(TPS, Toyota Production System)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저자들은 TPS보다 ‘사람에 바탕을 둔 경영’을 도요타의 최강 경쟁력으로 내세운 것이다. 물론 TPS도 사람에 바탕을 둔다. 도요타가 사용하는 자동화에 ‘움직일 동(動)’ 자가 아닌 ‘일할 동()’ 자를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해마다 국내 기업의 노사분규 때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례가 바로 도요타다. 도요타는 1950년 노조 파업 이후 현재까지 50년이 넘도록 파업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노사 상호간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회사는 종신 고용을 통해 근로자를 믿고, 근로자는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며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 개선점을 찾아야 하는 TPS에 적응한다.



2000년 이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도요타는 4년째 기본급을 동결했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해외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는 국내 현실과 비교해볼 때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요타에서는 이익이 많이 났으니 임금을 많이 달라는 협상은 통하지 않는다. 물론 이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일본의 물가와 임원 평균임금을 근로자 평균임금의 3배 이내로 줄이는 경영진의 고통분담을 감안하면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도요타 노사는 2003년 4월 불협화음 없이 임금을 동결하고, 직급에 관계없이 전 직원이 7만엔(77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수백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때 이들보다 10배 정도 많은 이익을 낸 도요타 직원들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성과급을 받은 것이다.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을 비교해도 도요타는 6억8081만원, 현대자동차는 4억5681만원이다. 물론 최고임금 수준, 종신 고용 등의 배경을 갖고 있는 도요타와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엄청난 순이익에도 적은 성과급에 만족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들이 꼽은 도요타의 또 다른 성공 포인트는 ‘실적에 직결되지 않는 노력도 평가한다’는 점이다. 야구에서 홈런왕, 다승왕, 타격왕이 있는 팀이 반드시 우승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도요타는 실적이 뛰어난 한 명의 스타보다 부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다.

저자들은 이밖에도 ‘절대 고용을 삭감하지 않는 원칙’과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현장 경영’을 꼽았고,

국내 기업들이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도요타 성공 요인의 우선순위를 달리 볼 수 있다. 변화와 개혁에 적절히 대처하는 경영능력이나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는 기술과 디자인, 고도의 판매술 등 도요타자동차의 강점은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도요타의 ‘사람에 바탕을 둔 경영철학’을 가장 부러워한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당연히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한번쯤 곱씹어볼 문제다.

Tips

TPS 저스트 인 타임(JIT, Just In Time) 과 자동화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JIT는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생산한다’는 의미로 불필요한 재고와 반품을 방지할 수 있는 방식이다. 도요타의 자동화는 일반적 자동화와는 다른 의미로 조립라인에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생산라인 전체를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주간동아 459호 (p82~83)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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