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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프리즘

리본 하나로 ‘멋을 두 배로’

  • 이인성 교수/ 이화여대 의상직물학과

리본 하나로 ‘멋을 두 배로’

리본 하나로 ‘멋을 두 배로’
‘로맨틱 빈티지’와 ‘레이디 라이크(Lady-Like)’ 룩이 올 가을·겨울 테마로 정해지면서 리본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1950년대 감성의 복고 무드 속에서 여성스럽고 우아한 ‘요조숙녀’ 스타일의 레이디 라이크 룩이 많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50년대는 세계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경제가 되살아난 풍요의 시기로 기억된다. 이 시기 특히 패션계에서는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뉴 룩(A라인)에 이어 H라인, Y라인, 튤립라인 등 화려하고 우아한 여성복 디자인들이 등장해 전성기를 구가했다. 당시의 패션 아이콘으로는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마릴린 먼로, 브리지트 바르도 등 쟁쟁한 스타들이 있다. 엘레강스 하면 아직도 50년대 패션이 거론되는 것은 전후 경제의 놀라운 부를 바탕으로 한 패션의 풍요로움이 가져다준 여유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입어야’ 레이디다운 것일까? 우선 크게는 여성스럽고 귀여운 ‘로맨틱 레이디’와 도회적이며 현대적인 ‘시크(chic) 레이디’로 분류할 수 있다. 로맨틱 레이디는 지난번 언급한 로맨틱 빈티지 룩으로 분류되고 시크 레이디는 퍼스트 레이디 타입의 요조숙녀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동안 깔끔한 스타일을 추구하던 액세서리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어느덧 화려하고 장식적인 리본, 비즈, 자수, 앤틱한 브로치, 코르사주 등이 자리를 잡았다. 특히 리본 장식은 레이디 라이크 룩을 상징하는 리본 블라우스를 비롯하여 벨벳 테이프나 여러 줄로 만드는 스트링 리본, 또 길고 가는 스카프 등을 벨트 대신 질끈 묶는 스타일(일명 벨카프) 등 갖가지 형식으로 의상에 매치되어 올 가을·겨울 의상에 소녀다운 매력을 더하고 있다.

리본은 17세기 유럽 각지에서 성행했는데 번거로울 정도로 의복의 각 부분에 부착시켜, 모자·벨트는 물론 양말·구두에까지 달았다. 18세기 중엽 이후 남자 옷에는 리본 장식이 줄어들었으나, 여자 옷에는 한층 더 많아져 영화 ‘위험한 관계’에서 보여진 것 같은 드레스, 즉 깊이 파인 가슴 아래를 몽땅 리본으로 뒤덮은 ‘스토머커 장식’이 나왔다. 또한 로코코 시대에는 리본이 더욱 번창하여 층층이 레이스 리본으로 뒤덮인 소매의 드레스가 크게 유행했다.

20세기에 이르러 겨우 머리장식이나 모자에 다는 정도에 그쳤던 리본이 올 가을·겨울 패션계에 로맨틱 레트로의 붐을 타고 다시 의상의 표면으로 떠올랐다.

리본 하나로 ‘멋을 두 배로’

단순한 라인에 리본을 달아 로맨틱한 느낌을 강조한 디자이너 지춘희의 작품.

이런 복고주의로의 복귀는 ‘웰빙’과 더불어 나타난 자연으로의 회귀, 돈과 명예를 위해 너무도 바쁘게 돌아가는 풍요로운 디지털 홍수 속에서 느껴지는 허전함, 아날로그적 안정과 정서적 여유를 필요로 하는 현대인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마징가 제트’를 비롯하여 ‘아폴로’ ‘쫀드기’ 등 일명 불량식품이 우리의 향수를 돋우는가 하면 패션에서도 여밈의 형식이 기존의 단추나 지퍼에서 문명이 닿지 않은 묶는 끈의 형식으로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리본은 불치병과도 같은 패션 빅팀의 과다지출을 막는 전략적인 쇼핑 아이템이기도 하다.

머리, 허리, 발 등 원하는 곳 어디나 간단히 묶어주기만 하면 로맨틱한 여성으로 변신하는 이 매직 리본 하나를 곁들여 스타일링해 보자.

기본적으로는 리본 블라우스나 리본 디테일이 들어간 톱을 하나 장만하면 되지만 새로운 지출을 피하고 싶다면 가지고 있는 청바지에 벨트 대신 굵은 벨벳 리본이나 에르메스 타입의 긴 스카프를 이용해 멋지게 묶어보자. ‘파리의 연인’에 나온 김정은처럼 엘레강스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핸드백에 시크한 스카프를 질끈 묶어 유행의 물결에 동참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고 리본 슈즈는 공주병 환자나 소녀들만 신는다는 편견을 버리고 작은 리본이 달린 슈즈로 유행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구두 끈을 리본으로 교체해 빅토리안 스타일로 변신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이런저런 것이 너무 과하다 싶으면 간단히 리본 브로치를 달아보자. 그 앙증맞은 모양만으로도 충분히 ‘리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리본 하나로 ‘멋을 두 배로’

18세기 귀부인들의 초상화에 나타난 리본과 그 현대적 해석들(세 번째와 네 번째).





주간동아 459호 (p79~79)

이인성 교수/ 이화여대 의상직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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