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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호주 인종차별 ‘위험 수위’

아시아인 대상 폭행·방화 등 범죄 기승 … 대학 내에서도 인종 따라 성적 차별·왕따 심해

  •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hanmail.net

호주 인종차별 ‘위험 수위’

호주 인종차별 ‘위험 수위’

호주 멜버른 뭄바 축제를 즐기는 관광객들.

호주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인종차별 단체인 ‘신나치 부흥운동(ANM)’의 주동자 반 통거른이 마침내 붙잡혔다. 통거른은 서(西)호주 퍼스에서 경찰에 붙잡힌 8월7일까지 호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유색인종을 상대로 방화와 약탈 등 테러를 저질러왔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고급 음식점들에 연이어 불을 질러 악명을 떨쳤다.

유색인종을 타깃으로 삼은 테러가 호주 사회에서 최근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동안 유색인종 대상 테러와는 무관한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대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9월1일에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호주 뉴캐슬대학으로 유학 온 학생 아가데 부사카가 백인 남자 대학생들한테서 폭언과 구타를 당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호주에 거주하는 이민자들과 유학생들은 “호주의 인종차별 상황은 ‘안전지대’를 벗어났다”며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신중히 다뤄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처럼 현재 호주는 이민을 장려하던 지난 10여년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유색인을 경계하는 경향이 싹트기 시작했다.

백인 10대 소년들, 亞 여학생 연쇄강간도

이민 수용이 크게 확대됐던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호주는 ‘백호주의’란 말이 있을 정도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인종차별이 심하기로 유명한 나라였다. 호주의 인종차별 역사는 뿌리가 깊은데, 영국에 점령당한 뒤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진은 영국인들에게서 세계 어느 곳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인종차별을 당해왔다. 특히 1910년부터 70년까지 강제 시행됐던 ‘백인 가정으로의 원주민 어린이 강제 입양’은 가장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이다. 호주 정부는 ‘원주민에게 서구 문명을 가르친다’는 목적으로 이런 만행을 저질러, 전체 원주민의 25%에 해당하는 약 10만명의 어린이가 부모 곁을 떠나야 했다. 이와 같은 차별은 사회 구석구석에 여전히 남아 있어 원주민들이 호주 백인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하는 일은 지금까지도 불가능하다.

인종차별 금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무르익어가는 가운데 91년 이민을 적극 찬성하는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호주에서는 인종차별이 사라지는 듯했다. 당시 총리였던 폴 키팅은 경제적 침체기를 겪는 호주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경제적으로 부유한 아시아인들의 호주 이민을 적극 장려했다. 또한 노동당 정부는 인종차별을 다른 어떠한 사회 문제보다 심각하게 다룰 것을 국민들에게 주지시켜, 겉으로 보기에는 유색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이 사라진 듯싶었다.



그러나 이민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이민자 범죄율이 높아졌다. 이와 동시에 유색인을 타깃으로 삼은 테러 역시 함께 늘어났다.

인종차별 단체 우두머리인 통거른이 경찰 조사에서 인종차별 단체를 만든 이유가 “호주 질서를 어지럽히며 돈을 버는 아시아인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고 했을 정도로 백인과 유색인 사이의 갈등은 시나브로 깊어져가고 있다. 통거른의 단체는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중국인 대상 테러에만 국한했으나, 나중에는 선량한 아시아인들에게까지 테러를 확대했다. 통거른은 올해 6월부터 한 달 반 동안 퍼스에서만 총 4건의 방화를 저질렀다. 그러나 경찰은 공개되지 않은 범죄 사실들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호주 인종차별 ‘위험 수위’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진들.

호주 정부, 관광객 줄어들까 ‘걱정’

한편 통거른의 범죄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그동안 말없이 인종차별 수모를 감당해오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경찰에 공개하고 있어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대학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인종차별 사례가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인종차별 성향을 가진 교수가 학업 성적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백인 학생들이 아시아·아프리카 학생들을 그룹 숙제에서 제외하는 일 등은 흔한 사례에 속하는 편이다. 얼마 전에는 시드니에서 백인 10대 소년들이 아시아 여학생들만 골라 집단 강간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대학 내에 인종차별 서클이 비밀리에 결성되고 있다. 그 대표적 비밀서클이 바로 ‘네오나치그룹’과 ‘열성백인우월단체’ 등이다. 전 호주 대학에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이들 단체는 대학생을 상대로 회원을 모집하고, 교내에서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학생들에게 각종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공개적으로 “아시아·아프리카인들이 에이즈를 서구 사회에 전염시켰고, 이들 때문에 호주의 선진문화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며 호주에 거주하는 모든 유색인종을 호주에서 내쫓으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호주 정부는 상당히 긴장한 낯빛이다. 왜냐하면 유색인종 유학생들이 호주 대학들의 재정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또한 호주를 찾는 관광객의 상당수가 아시아, 아프리카인이기 때문에 현재의 유색인종에 대한 테러가 정부 처지에서도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특히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런 테러의 여파로 경쟁관계에 있는 뉴질랜드로 발길을 돌릴까봐 호주 정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 구석구석에서 암암리에 벌어지는 인종차별을 정부가 모두 규제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온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모두 인종차별 사례로 간주해 단속하는 것도 무리다. 결국 현재 호주에서 불고 있는 인종차별 ‘칼바람’은 단시간에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주간동아 459호 (p56~57)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jin007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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