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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전거로 씽 달리다 훅 간다

알쏭달쏭 표지판, 보행자와 뒤섞인 전용도로…보호구 없이 달리는 서울시 ‘따릉이’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자전거로 씽 달리다 훅 간다

자전거로 씽 달리다 훅 간다

자전거 이용자들이 차도 오른쪽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김도균 기자]

자전거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운동하기에 더없이 좋은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즐기는 환경은 안전하지 않다. 자전거 이용자가 늘면서 자전거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이 행정자치부와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는 2005년 7940건에서 2014년 1만6664건으로 2배 이상 늘었으며, 2014년 한 해에만 자전거 사고로 283명이 숨졌다. 자전거 이용자를 배려한 자전거 전용도로도 위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용도로에서 발생한 자전거 교통사고는 2011년 220건에서 2015년 277건으로 늘었다. 요약하면 하루 약 45건의 자전거 사고가 발생하고, 닷새에 4명씩 자전거로 목숨을 잃는 셈이다.

자전거 사고가 왜 이렇게 늘었을까. 먼저 2000년대 중반 이후 교통비 절약, 운동 효과, 친환경 측면에서 자전거 이용 인구가 많아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회원 수는 66만 명에 달한다. 아웃도어 문화 확산으로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하는 사람도 늘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전거 이용자 수를 12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는 여전히 위험천만하다. ‘자전거 출퇴근족’이 흔히 이용하는 한강변은 어떨까. 오후 5시 무렵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도로 상황을 살펴봤다.

서울도시철도공사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마포대교로 향하는 길목엔 수많은 자전거가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는 규칙도 질서도 없는 위험 사각지대였다. 폭이 5m 남짓한 2차로 위를 자전거와 전동휠, 보행자가 뒤섞여 다녔다. 로드사이클로 속도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린아이가 갑자기 자전거도로로 뛰어들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도로 방향과 상관없이 걸어 다녔다. 일정 간격으로 설치한 횡단보도는 무의미했다. 도로 옆에 ‘전동휠 운행 금지’라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전동휠은 자전거 수만큼이나 많았다.

이 도로는 자전거 전용도로일까. 도로에 설치된 파란색 원형 표지판의 의미를 검색해봤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그려져 있고 그 사이에 하얀색 금이 있었다.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이지만 자전거와 보행자를 구분해 통행하라’는 의미로, 자전거와 보행자를 위한 영역이 분리돼야 한다. 하지만 회색 노면에는 ‘자전거 전용’을 뜻하는 자전거 기호만 있고 보행로 표시는 없었다. 횡단보도 주변에는 ‘보행자 우선’이라고 크게 쓰여 있어 혼란스러웠다. 이곳을 관할하는 서울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인터넷 지도상으론 파란색 원형 표지판이 안 보인다. 도로 상황이 어떤지는 현장에 가서 조사해봐야 알 것 같다”고 답했다.

시민들은 자전거도로를 불안해하고 있었다. 주 3회 운동 삼아 자전거를 즐기는 A(42)씨는 “자전거 사고를 자주 목격한다. 아까도 유모차와 자전거가 충돌한 걸 봤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구분 없이 섞여 사고가 발생하는 것 같다. 자전거도로와 보행자 도로를 분리하고 안내 표지판도 이해하기 쉽게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도 주행은 목숨 건 질주

자전거로 씽 달리다 훅 간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자전거도로. 보행로가 따로 없어 자전거와 보행자가 뒤섞여 지나가고 있다. [김도균 기자]

저녁 7시 무렵이 되자 도로 내 ‘천천히’ 표지판이 점등됐지만, 자전거들은 더 빠르게 달렸다. 전조등, 후미등을 켜지 않은 자전거도 3대 중 1대꼴이었다. 야식 배달을 나온 오토바이도 자전거도로를 달렸지만 보행자들의 시선은 스마트폰에 꽂혀 있었다. 서로를 주의하는 의식도, 이를 규제하는 체계도 없는 공간이었다. 자전거 이용자 B(36)씨는 “어두울 때 자전거도로는 너무 위험하다. 자전거 조명등이 제일 문제다. 안 켜도 위험하지만 빛이 강한 LED(발광다이오드) 조명등을 켜고 달려오는 자전거를 마주하면 눈이 부셔서 순간 시야를 잃는다. 자전거 조명에 대한 규제가 통일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새 자전거 사고를 3번이나 겪었다는 C(57)씨는 “이용자의 의식도 문제다. 연인이 좁은 도로에서 나란히 자전거를 타는 경우(병렬주행) 뒤에 있는 자전거가 추월하다 종종 사고가 난다. 헬멧 등 보호구 미착용도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내 자전거도로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237억 원을 들여 201km에 달하는 자전거도로 16개 구간을 완성할 계획이다. 현재 88km에 이르는 서울시 자전거도로는 곳곳이 끊겨 있는데, 이를 잇는 113km의 새로운 길을 만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먼저 연말까지 28억 원을 들여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서대문구 신촌~종로구 광화문을 잇는 7.6km 구간, 영등포구 여의도동~마포구 공덕동~광화문을 잇는 5.2km 구간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기로 했다. 7월 회원 수 10만 명을 넘어선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안전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자전거도로는 의미가 없다. 한강변과 차도에서 따릉이를 타는 사람은 대부분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대여형 자전거라 틈날 때 일시적으로 빌리는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따릉이는 속도를 올릴 수 없어 과속이 불가능하지만,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보호구를 대여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규제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와 같이 ‘차’로 분류돼 차의 통행 방법에 준하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안전 단속은 자동차보다 훨씬 약하다. 올해 한국교통연구원이 발간한 ‘2016 자전거교통 FAQ’에 따르면 자전거의 속도 제한은 없으며, 이용자에겐 표지판이나 노면에 표시된 제한 속도가 ‘권장’된다. 음주 후 자전거 주행도 막을 길이 없다. 술에 취한 상태로 자전거를 타면 도로교통법 위반이지만 그에 대한 처벌 조항은 마련돼 있지 않다. 헬멧 등 보호구 착용도 어린이에겐 의무이지만 성인에겐 권장사항이다. 또한 자동차는 도로 위 폐쇄회로(CC)TV 설치나 음주 단속 등 실시간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자전거는 ‘사고가 나야’ 잘잘못을 가린다. C씨는 “수년간 매일 자전거를 탔지만 경찰이 단속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한강변에서 뜸하게 이뤄지는 순찰은 형식적일 뿐 시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자전거 이용자 가운데 “자전거를 잘 탄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차도를 주행하기도 한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도 맨 오른쪽 도로 우측 가장자리를 주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목숨을 건 질주다. C씨는 “차로에서는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거나 추월하는 탓에 안심하고 달릴 수 없다. 자전거는 비상등이 없어 우회전을 할 때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지만 이를 주의 깊게 보는 운전자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경옥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중심의 교통환경에 갑자기 자전거가 추가되면서 자동차 및 자전거 이용자, 보행자 모두 교통 관련 지식과 인식이 부족해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 주행도 예방할 길 없어

자전거로 씽 달리다 훅 간다

한 자전거 이용자가 자동차 사이로 횡단보도를 주행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야 하며, 위반 시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김도균 기자]

안전한 자전거 문화를 만들려면 도로 정비, 규제 단속과 함께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경옥 연구위원은 “정부 및 교통 전문가들은 안전한 도로시설과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시민에게 안전의식이나 관련 지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자동차 및 자전거 이용자, 보행자를 대상으로 도로 이용 교육을 실시하고, 성인을 대상으로 한 운전면허시험이나 운전자 재교육 과정에서 자전거 관련 교육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일부 국가는 자전거 운전면허제를 도입해 규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015년 4월 발간한 ‘스포슈머 리포트’  6호에 따르면 독일에선 8세 이하 어린이는 자전거를 직접 주행할 수 없으며, 학교에서 자전거 안전이론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자전거 실습 일부를 경찰이 담당한다. 또한 이론, 실습 등을 포함한 자전거 운전면허시험을 통과해 합격증을 받은 어린이에게만 자전거 주행을 허가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는 상업적 목적으로 자전거를 주행할 때 뉴욕시의 공인 교육을 받은 뒤 해당 수료증을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수료증 미소지가 적발되면 자전거용 보호구를 장착하지 않을 때와 동일하게 25~50달러(약 2만7600~5만5200원) 범칙금이 부과된다. 적신호 시 자전거를 멈추지 않거나 보행자에게 길을 양보하지 않아도 벌금이 부과되고, 자전거 주행 속도는 시속 25마일(약 40km)로 제한돼 있다. 스포슈머 리포트에 따르면 그럼에도 선진국 일부에서 자전거 사고가 증가하자 정부가 관련 법규를 제·개정 중이다.

“자전거 이용자의 주류 구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황규일 국민생활체육 전국자전거연합회 사무처장은 “한강 자전거도로 주변은 주류를 쉽게 살 수 있는 환경이다. 자전거 이용자 일부가 음주 주행을 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를 사전에 막는 체계가 아직 없다”며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의식 개선이 먼저지만, 이는 단시간에 이뤄지기 어렵다. 자전거 이용자가 방만하게 주행하지 않도록 관련 단속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6.09.28 1056호 (p34~36)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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