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7

2004.10.28

10년째 절 만드는 스님 … “공사가 곧 나의 수행”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4-10-22 0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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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째 절 만드는 스님 … “공사가 곧 나의 수행”
    10년째 절 만드는 스님 … “공사가 곧 나의 수행”
    “도대체 언제 공사가 끝납니까?” “제 계획은 내일 아침 눈에 보이는 대로 일을 한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새벽 4시30분.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있는 한국식 전통사찰 ‘태고사’ 법당에서는 매일 어김없이 아침을 깨우는 종이 울린다. 예불과 아침식사가 끝나면 스님은 작업복을 입고 연장을 챙긴다. 이렇듯 10년째 절집 공사를 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무량 스님(사진)이다.

    속명이 에릭 버렐인 무량 스님은 미국 뉴욕 출신으로 1983년 예일대학 지질학과를 다니던 중 숭산(崇山) 스님을 만나 출가했다. 변호사인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스님은 13살 때 정신분열증으로 고생하던 어머니가 자살한 뒤 줄곧 ‘인간은 왜 사는가’에 매달린다.

    ‘왜 사는가’(열림원 펴냄)는 무량 스님의 성장 과정과 출가, 10년째 이어지는 태고사 공사 과정을 담담히 그려냈다. 스님에게 태고사 공사 현장은 곧 수행처다.

    10년째 절 만드는 스님 … “공사가 곧 나의 수행”
    스님은 93년 물도 전기도 없는 사막에서 텐트를 치고 삽을 들어 땅을 팠다. ‘태고사’의 시작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미국인들과 재미교포 불자들의 도움으로 요사채와 대웅전을 짓고, 평화의 종도 제작했다. 사막이지만 법회가 열리는 날이면 한번에 2000여명의 불자가 모여든다.



    “절을 짓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동체의 터전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경친화적인 삶의 양식을 실험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책의 출간에 때맞춰 한국을 찾은 스님은 ‘무량이 누구인가’에 관심 갖지 말고 ‘참나’를 찾으라는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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