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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건너온 ‘학문의 자유인’

태평양 건너온 ‘학문의 자유인’

태평양 건너온 ‘학문의 자유인’
설사 곡학아세(曲學阿世)했더라도 처벌받아서는 안 됩니다. 더욱이 학자의 저작을 놓고 그것이 ‘객관적 서술’인지 ‘당파적 선동’인지를 구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서강대 정치학과 강정인 교수(50)는 6월1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송두율 교수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에서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석해 학문과 법률적 시각차에 대해 재판부와 뜨거운 논쟁을 펼쳤다.

강교수의 증인 채택이 화제가 된 이유는 최근 미국에서 교환교수로 활동하고 있어 태평양을 건너와야 했기 때문. 변호인 측 요청으로 증인을 수락하자 이번에는 ‘송두율 교수 석방과 학문·사상의 자유를 위한 대책위’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이유는 강교수가 1980년대 운동권에서 회자되던 송교수의 ‘내재적 접근론’에 대해 94년 본격적으로 공개반론을 펼친 학자이기 때문이다. 만일 강교수가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준다면 재판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국가보안법의 폐해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는 강교수는 재판부와 검찰 측의 다소 정형화된 질문에 재치 있게 답변하며 검찰 측의 공소 이유를 무력화하는 데 일조했다.

“만일 우리 사회가 한 저작에 의해 안보 위협을 받는다면, 그 저작이 문제가 아니라 취약한 안보구조가 문제일 것입니다. 송교수 같은 사람 10명이 나와서 100배 심한 논쟁을 벌여도 안보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없습니다.”



원심의 유죄판결의 근거가 된 내재적 접근법에 대해서 강교수는 “내재적 접근법은 언제나 북한체제를 옹호했고 외재적 접근법은 반드시 비판적이라는 통념은 너무나 자의적인 기준이다”며 “인간의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위해 저자의 행위와 텍스트는 분리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와 더불어 강교수는 좌파에 대한 따가운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일찍이 마광수 교수를 옹호했어야 합니다. 그는 엄숙한 보수의자들이 아닌 ‘게으른 좌파’에 의한 희생양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운 한 자유주의자를 돕지 않고 이제 와서 송교수를 돕겠다는 것은 뒤늦은 이기주의일 뿐입니다.”



주간동아 2004.07.01 441호 (p92~92)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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