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5

2016.09.14

건강 특집 | 有名인의 無名 질환 극복법

귀에서 ‘삐~끼~왱~’ 이명 김구라도 괴롭힌 病이었네

원인 불분명, 스트레스 심한 이에게 많이 발생…방치하면 삶의 질 저하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6-09-09 17: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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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말 방송인 김구라가 방송 녹화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공황장애가 악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김구라 측이 내놓은 공식 해명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이명 증상과 불면증을 호소해 급히 병원을 방문하게 됐다”는 것.

    이명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나고 증세도 심한 난치병으로, 특히 사생활 노출이 심한 연예인 환자가 많은 편이다. 피곤해서 그렇겠지, 이러다 말겠지 하고 귀에서 나는 잡음을 방치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이명은 증상 자체만으로도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지만 다른 질환에 동반된 것일 수도 있는 만큼 발생 초기부터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 관리가 필요하다.



    20대 이하 등 환자 꾸준히 증가 추세

    이명이란 외부로부터 청각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기계음이나 벌레 우는 소리 등 의미 없는 ‘삐, 끼, 왱’ 같은 소리가 들리는 주관적인 느낌을 말한다. 이명은 혈류나 귓속 이소골 근육의 경련 등 몸 안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귀로 전달되는 타각적 이명(다른 사람 귀에도 들릴 수 있다)과 아무런 청각적 자극 없이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고 본인만 인지하는 자각적 이명으로 구분된다. 자각적 이명의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내이질환, 소음, 두경부 외상, 중이염, 외이도염, 약물, 상기도염, 스트레스나 피로, 청신경 종양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원인 규명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반면 타각적 이명은 혈관 이상, 귓속뼈나 귀인두관을 움직이는 근육 또는 입천장을 움직이는 근육의 경련, 턱관절 이상 등의 자극을 통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명은 자기 귀에 들리는 소리만으로 정확한 상태와 성질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원인과 발병기전도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명 진단에는 주관적 평가와 청각학적 검사를 함께 진행한다.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은 보통 진료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는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에서 더욱 정확하고 세밀한 평가를 위해 문진표 또는 설문지를 이용하는데, 특히 설문지는 환자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자기 증상을 생각하며 기록할 수 있어 이명 진단과 치료에 매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된다(Tip 참조).
    평가 항목에는 증상이 주로 발생하는 귀 또는 머리의 위치, 이명 증상이 나타난 기간, 소리의 종류, 증상이 지속적인지 단발적인지, 갑자기 발생하는지 서서히 진행되는지 등이 있다. 또한 이명의 원인이 되는 심리적 스트레스나 다른 질환과의 연관성을 살펴보고자 최근 이명 발생의 원인이 될 만한 동기, 현재 앓고 있는 질병 등 다양한 조사가 이뤄진다.



    청각학적 검사에는 기본적으로 염증성 질환이나 고막천공 같은 이명의 원인이 있는지를 점검하는 고막검사, 이명과 연관성이 가장 큰 귀질환인 난청 여부를 확인하는 순음청력검사, 이명과 뇌종양의 관계를 파악하는 뇌간 유발 반응검사 등이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혈관조영술 등도 시행한다.

    이명은 60대 이상 인구 3명 중 1명이 겪는 증상으로 노인성 질환의 일종이라고 인식하기 쉽지만, 20~50대 활동기에 이명이 처음 발생하는 경우가 전체의 84%를 차지하고 12세 이상 인구의 20% 정도가 이명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이명을 경험한 사람은 2008년 24만3419명에서 2013년 28만2582명으로 매년 3%씩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이어폰을 많이 사용하는 20대 이하도 3만 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의약품 전문 유통업체 태전그룹 AOK가 이명 증상을 경험한 적 있는 20~50대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명에 대한 인식 및 치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이명 증상 경험자 중 자신이 겪은 증상을 이명이라고 인지한 사람은 42.4%에 그쳐 이명 인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명 증상으로 겪는 불편함 중에서는 ‘불안감’이 40.3%(복수 응답)로 가장 높았으며 어지러움(35.4%), 수면 방해(33%), 무기력함(18.3%), 기억력 감퇴(10%)가 뒤를 이었다. 이명이 단순히 증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심리적, 육체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드러난 셈.

    최석주 초이스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이명을 스트레스나 피로 같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일시적 증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갑자기 발생하는 비율과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비율이 비슷하고, 지속적인 이명이 단발적인 이명보다 오히려 발생 빈도가 높다. 이명 증상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며 감정 변화, 난청,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약물 치료와 함께 다양한 치료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약국 구매 가능 이명 단일 증상 치료제 출시

    이명 치료에는 이명 자체를 경감하거나 이명에 따른 우울, 불안, 수면 장애를 개선하고 내이(內耳)의 혈액순환을 돕는 약제가 주로 사용된다. 혈액순환 개선제,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진정제 등이 있는데 최근에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이명 단일 증상 치료 일반의약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니코틴산아미드와 파파베린염산염, 그리고 비타민B군(리보플라빈, 티아민염산염) 등으로 구성된 복합제 ‘실비도’정이 바로 그것. 이 약품은 혈관 확장을 통한 혈액순환, 스트레스 해소 등으로 이명 증상을 완화하는 게 특징이다.

    청력 소실과 이명이 함께 있는 환자는 약물 치료 외에도 보청기, 소리발생기를 이용한 치료, 이명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 잘못된 인식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상담 치료, 불면증과 우울증 치료 등을 병행해야 한다. 이 같은 이명 재훈련 치료는 지속적으로 시행할 경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간의 치료와 경과 관찰이 필요해 환자의 끈기가 매우 중요하다.

    최석주 원장은 “이명은 치료받으면 단기간 내 좋아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장기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일시적으로 개선됐다가도 스트레스나 과로로 증상이 재발하기도 하는 만큼 무엇보다 환자의 치료 의지와 끈기가 중요하다”면서 “평소 지나치게 짠 음식이나 커피, 탄산음료는 가급적 피하고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휴식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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