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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이슈로 돌파 ‘외교의 여왕’ 될까

朴 대통령, 北 도발 외면한 중국에 사드로 응수…일본과는 ‘미워도 다시 한 번’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안보 이슈로 돌파 ‘외교의 여왕’ 될까

안보 이슈로 돌파  ‘외교의 여왕’ 될까

2015년 9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할 때 한중관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였다. 그러나 올해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한 후 박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핫라인 통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곧 ‘사드(THAAD) 배치’를 결정했다. [동아일보]

박근혜 대통령은 유연함과는 거리가 멀다. 상황에 따라 관점을 바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런 그가 유독 외교·안보 분야에서만큼은 극적인 장면을 만들고 있다. 신속하게 관점을 바꿔 대처해가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적(敵)의 도움을 받는 운(運)까지 따라오고 있다.

먼저 남북관계를 정리해보자.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의 태영호 공사처럼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요인들의 탈북 러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모 부처 관계자는 “최근 ‘동아일보’가 북한 조선노동당 39호실 대성지도국 유럽지국 총책임자인 김명철이 4000여억 원을 갖고 탈북했다고 보도했는데 상당 부분은 사실이다. 그러나 태 공사와 달리 제3국으로 망명했기 때문에 실명이 김명철인지, 실제 4000여억 원을 갖고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상식적인 판단으로 그 금액은 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에서도 북한 요인이 한 명 이상 탈북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해외에서 근무해온 인민군 정찰총국 소속 대좌가 귀순한 것까지 감안하면 탈북 러시라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이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무너뜨리는 것이지만 박 대통령은 개의치 않는다. 이 프로세스를 버리고 강경 모드를 택할수록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기 때문일 것이다. 우병우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파동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했지만 그나마 버티게 해주는 일등공신은 바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6월 22일 고각으로 발사된 무수단이 400여km를 비행한 것부터 8월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500여km를 비행해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에 떨어진 것까지 일련의 도발은 박 대통령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사드 문제로 중국과 일본을 외교적으로 휘어잡았다. 지난 10여 년간 한중관계는 밀월이라 할 만큼 좋았다. 한중관계에서 유일한 걸림돌은 ‘핵과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는 북한을 중국이 제어해줄 수 있느냐’였다. 중국은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니 한국과는 군사동맹을 맺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한국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한중 군사 핫라인 설치를 추진해왔다. 미국, 일본에 이어 중국과 군사 핫라인을 설치한다면 위기 시 양국 정상이 긴급하게 통화해 북한을 제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중 핫라인 설치의 의미

2007년 5월 양국은 복교(復交) 15주년 기념일인 8월 24일 전후로 경기 오산시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중국 베이징(北京) 방공센터, 경남 진해 해군작전사령부 지휘통제실과 칭다오(靑島)의 중국 북해함대사령부 작전처 사이에 군사 핫라인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2008년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이어받았다. 그해 5월 중국을 방문한 그는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작성하고자 했으나 중국이 ‘돌연’ 거부로 돌아섰다. 중국 측은 핫라인을 설치하면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한국이 중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러한 우려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나면서 증명됐다. 군사 핫라인이 없었기에 중국은 “북한을 규탄해달라”는 등의 한국 지청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럴수록 한중 핫라인 설치는 한국에겐 절체절명의 목표가 됐다.

이 과제는 2013년 취임한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그해 6월 27일 베이징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군사 핫라인 설치를 다시 제의했다. 그때 중국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일본과 다투고 있었기에 위안부 문제로 일본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박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수용 의사를 전했다. 그리고 8월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에서 만난 양국 국방부 장관은 핫라인 설치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듬해인 2014년 7월 3일 서울에서 다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국방부 사이에 핫라인을 조기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

더불어 이미 합의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도 순풍을 탔다. 2014년 7월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한중 국방전략대화에서 두 나라 국방부는 직통전화 통신회선을 구축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중관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터져나온 악재가 8월 4일 목함지뢰 사건이다. 이때 중국은 군사 핫라인 설치를 철회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답례로 박 대통령은 한국 군 대표단을 이끌고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다. 그해 11월 30일 한국이 FTA 국회 비준을 받아냄으로써 12월 20일 양국은 FTA를 발효했고, 12월 31일에는 한중 군사 핫라인을 개통했다. 이 시기 박 대통령은 12월 28일 한일 외무장관 회담을 열어 일본과 위안부 문제도 합의하도록 했다. 중국, 일본과의 외교 현안을 동시에 해결한 것이다.



사드 반대 명분 잃은 중국

안보 이슈로 돌파  ‘외교의 여왕’ 될까

◀6월 5일 일본 가와사키 코리아타운 주민과 일본 시민들이 도로에 누워 ‘혐한(嫌韓)시위대’의 행진을 저지하고 있다. 최근 한일관계가 개선되면서 일본 내 혐한 분위기는 수그러들고 있다.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진행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극성’이라고 쓰인 추진체를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하고 있다. [동아일보]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그로부터 일주일쯤 뒤인 올해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그때 박 대통령은 미국, 일본 정상과 핫라인 통화를 했으나 시진핑 주석은 청와대로부터 수차례 걸려온 핫라인에 끝끝내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들고 나온 것이 사드 배치였다.

상대가 걸어오면 무조건 받아주는 것이 진정한 핫라인인데 중국이 이를 무시했으니 할 말이 없게 됐다. 중국은 ‘환추(環球)시보’ 같은 기관지를 통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반대하기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다. 지난해까지 일본에서는 혐한류(嫌韓流)가 판을 쳤다. 그런데 위안부 문제 합의에 이어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혐한 시위가 눈 녹듯 사라졌다.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에 놀란 일본은 거꾸로 “한국과 하루빨리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구애를 하고 있다(4월 1일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 발언 등).

순간적인 ‘터닝’으로 박 대통령은 중국을 유구무언으로, 일본을 ‘미워도 다시 한 번’으로 돌려세우는 외교술을 보여줬다. 그리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명분론을 걷어찼는데, 그 변화가 너무 빨라 야당은 “왜 대북정책을 180도 바꿨느냐”고 지적 한 번 하지 못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태 공사의 귀순을 공개해 반북(反北) 여론을 일으켰고, 사드 배치 반대론자들의 주장도 허망하게 만들었다.

과거라면 “북풍 공작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 법하건만 북한의 거듭된 도발이 그마저도 막아버렸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SLBM을 발사한 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2군단을 방문해 “북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안보 강화는 레임덕에 빠진 박 대통령을 구할 거의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자의든 타의든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거들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돕는 형국인 데다, 야당마저 반대다운 반대를 하지 못하고 있으니 박 대통령의 ‘대운(大運)’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측근의 인사 문제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경제 살리기에 실패한다면 이 모든 것이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16.09.07 1054호 (p20~21)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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