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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사과’도 한수를 건너니 탱자가 되는구나

애플뮤직 한국화에 대한 소회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사과’도 한수를 건너니 탱자가 되는구나

‘사과’도 한수를 건너니 탱자가 되는구나

[사진 출처 · 애플뮤직 홈페이지 캡처]

스리슬쩍, 상륙했다. 애플뮤직 이야기다. 이렇다 할 사전 프로모션 없이 8월 5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계정을 이용해 이미 애플뮤직을 써온 사람은 열광했다. 아직 사용해본 적 없는 사람도 호기심을 보였다. 뭘 내놓아도 관심받는 게 애플이란 브랜드 아닌가.

디지털 시대의 음악산업에 애플이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음악이 음반에서 분리, 음원으로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기존 음악 관계자들은 어떤 대처도 하지 못했다. 과거엔 달랐다. 대표적인 MP3 공유 사이트 ‘냅스터’를 고소, 결국 사이트 폐쇄를 이끌어낸 음반산업 관계자들에게 음원이란 곧 박멸의 대상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새로운 시대에 질서와 규칙을 부여한 건, 알다시피 애플이다. 스티브 잡스는 특유의 협상력으로 소니, 유니버설, 워너, EMI 등 메이저 음반사와 협정을 체결했고 그 결과로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를 론칭했다. 이 최초의 디지털 음악장터는 대성공을 거뒀고 다운로드 시대에 독점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애플뮤직은 다운로드 시대까지 저문 뒤 찾아온 스트리밍 시대에 대한 애플의 대처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스포티파이’가 인터넷 음악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후 애플은 지난해 애플뮤직을 론칭했다. 아이폰 사용자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스포티파이와 양강체제를 구축한 애플뮤직의 최강점은 3000만 곡에 이르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추천 및 플레이리스트 기능이다. 애플뮤직에 가입하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와 아티스트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면 사용자 취향에 맞춰 자동으로 추천 음악(for you)과 새로운 음악(new music)을 골라준다. 큐레이션 기능에 중점을 둔 것이다.

스트리밍은 디지털 시대의 라디오나 다름없다. 라디오의 주된 기능은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한국 라디오는 음악이 아닌 수다를 위한 매체가 됐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취향을 갈고닦을 기회가 없어졌다. 음원 사이트에 추천 음악 기능이 있긴 하지만 부실하기 짝이 없다. 뻔한 음악 일색이다. 하여, 한국 음원 사이트 이용자 중 대다수는 실시간 차트만 줄곧 틀어놓는 상황이 됐다. 미국 계정으로 애플뮤직을 처음 이용했을 때 감탄했다. 원하는 곡을 검색하면 관련 있거나 유사한 노래가 큐레이션을 통해 줄줄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새로 나온 음악은 물론이요, 기존 곡 또한 상호 연관성의 사슬을 타고 취향의 카테고리로 묶여 있었다. 취약한 장르를 공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악의 저변도 넓힐 수 있었다. 그러니 국내에 애플뮤직 서비스가 시작되자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고 또 추천했다. 신세계를 맛볼 수 있을 거라고.

한국 계정으로 다시 서비스에 등록했다. 미국 계정으로 월 9.99달러인 이용 요금이 국내에선 7.99달러니 갈아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실망하는 데는 채 몇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미국 계정을 쓸 때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애플뮤직의 국내 진출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몇몇 국내 기획사의 음악은 물론이요, 미국 밖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는 해외 곡들까지 한국 계정으로는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일종의 진퇴양난이랄까. 서비스 가능한 데이터베이스가 현저히 줄어드니 해당 곡들이 들어 있는 플레이리스트 또한 검색 결과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추천 기능은 국내 서비스에 비하면 확실히 낫다는 게 현재로서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없는 곡도 상대적으로 많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음원이 풀릴 것이다. 하지만 애플뮤직이 독과점 상태인 국내 음원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유보하기로 했다. 애플뮤직마저 한국화를 피할 수 없는 현실이 그저 씁쓸할 뿐이다.








주간동아 2016.08.24 1052호 (p59~59)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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