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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 ‘아이덴티티’

폭우, 낡은 모텔 … 계속되는 살인

폭우, 낡은 모텔 … 계속되는 살인

폭우, 낡은 모텔 … 계속되는 살인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작품 두 편이 동시에 개봉되었다. 하지만 제목과 내용만 보고, 혹은 영화를 꽤 꼼꼼히 봤다 해도 두 작품이 같은 감독의 영화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달콤한 멕 라이언식 로맨스인 ‘케이트 & 레오폴드’와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을 패러디한 것처럼 보이는 ‘아이덴티티’는 극과 극을 달릴 만큼 다른 작품이니 말이다.

‘126살 난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 뉴욕의 커리어 우먼’이 등장하는 판타지 영화 ‘케이트 & 레오폴드’도 나름대로 그럴싸한 재미가 있는 작품이지만 우선 ‘아이덴티티’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미국 현대를 배경으로 업그레이드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이야 무대만 바꾸어가며 수도 없이 영화화되었으니 익숙한 관객들은 질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중도 포기하지는 마시길. ‘아이덴티티’는 그렇게 단순한 모방작이 아니다.

‘아이덴티티’는 열 명의 사람들이 네바다주의 낡은 모텔에 모여들면서 시작된다.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한 가족, 살인범을 수송하는 연방 집행관, 고향으로 돌아가는 콜걸, 교통사고를 낸 리무진 운전사와 그가 모시는 배우…. 갑작스러운 폭우로 모텔에 고립된 이들은 한 명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스토리인데 영화는 여기에 빌 S. 밸린저식 변형을 추가한다. 이 모텔에서 벌어지는 살인 이야기와 전혀 상관 없는 것 같은 이야기가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곧 사형에 처해질 한 연쇄살인범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정신과 의사의 노력에 관한 것이다. 물론 이 두 이야기는 중반 이후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된다.

‘아이덴티티’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반전이 준비돼 있다. 이 반전들이 굉장히 뜻밖이라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이런 장르에 익숙한 관객들은 두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반전들은 단순히 관객들에게 충격효과를 주기 위한 것 이상이라 그 효과는 진상이 밝혀진 뒤에도 상당히 오래 남는다. ‘아이덴티티’의 플롯은 제목이 내세운 정체성이라는 주제와 그럴싸하게 들어맞고 반전 역시 그 주제를 이야기해주는 효율적인 도구다.



‘아이덴티티’는 크리스티의 소설이나 슬래셔 무비와 같은 기존 장르의 작품들을 재료로 가져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조립한 흥미로운 가작이다.





주간동아 2003.11.13 409호 (p92~93)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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