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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막국수와 평양냉면…무더위와 한판

경기 용인의 메밀 名家

  •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막국수와 평양냉면…무더위와 한판

막국수와 평양냉면…무더위와 한판

‘메밀래’의 맷돌막국수.


한국민속촌, 에버랜드(옛 자연농원), 호암미술관 등이 있는 경기 용인시는 1970~80년대에는 서울 외곽 관광지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90년대 이후에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중산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 됐다. 부동산업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은퇴자가 특히 선호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용인에는 어르신이 좋아할 만한 메밀막국수와 평양냉면 식당이 제법 있다.

강원 홍천군에서 시작해 몇몇 분점까지 낸 ‘장원막국수’는 용인 고기리에 둥지를 튼 이후 본점보다 맛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막국수 명가(名家)가 됐다. 매일같이 긴 줄이 선다. 이 집의 면발은 메밀 속껍질을 사용해 아이보리색이 감도는 우아한 색감과 세련된 식감을 낸다. 비빔막국수가 물막국수보다 좀 더 인기 있는 것도 특징이다. 쇠고기로 낸 육수와 단아한 면발을 먹다 보면 막국수가 냉면과 같은 음식임을 실감할 수 있다.

용인 신갈중 입구 삼거리 근처에 있는 ‘메밀래’도 용인 사람들이 자주 찾는 외식 장소다. 식당 입구에는 맷돌 제분기가 놓여 있다. 메밀은 열에 약한 식재료라 쇠로 분쇄하면 상태가 나빠진다. 옛날 화전민도 나무절구나 돌절구를 주로 사용하고 쇠절구는 피했다고 한다. 맷돌막국수를 시키면 얼음이 자박한 동치미 국물과 면이 따로 나온다. 동치미 국물을 면발에 부어 먹는 방식이다. 100% 메밀로 만든 면발이지만 얇으면서도 제법 탄력이 있다. 오돌오돌 씹히는 식감은 직접 제분한 면발이라 가능한 것이다. 메밀 고유의 식감을 살린 게 이 집 막국수의 인기 비결임을 알 수 있다.



막국수와 평양냉면…무더위와 한판

‘기성면옥’의 버크셔K수육(왼쪽)과 물냉면.

용인 성복동에 최근 문을 연 평양냉면 전문점 ‘기성면옥’은 신생 냉면집답지 않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집은 평안도 실향민 출신 70대 노부부가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냉면집을 해보고 싶다’며 음식 전문가들과 협업해 만든 식당이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면 재료 배합 비율인 메밀 7 대 밀가루 3을 유지해 면발이 고들고들하고 세련된 느낌이 든다. 육수는 진한 육향을 느낄 수 있지만 무겁지 않다. 한우 살코기와 뼈, 한국형 버크셔인 버크셔K로 만든 육수다. 버크셔K로 만든 돼지수육도 좋다. 버크셔 특유의 감칠맛과 밀도가 기존 명가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평양냉면은 일제강점기가 황금시대였다. 1911년 평양조선인면옥조합이 결성됐는데, 30년대에는 60곳 넘는 평양냉면 전문점이 조합에 등록돼 있을 정도로 번성했다. 독립자금을 댄 것으로 유명한 ‘협성면옥’과 지금도 대구에서 영업하고 있는 ‘안면옥’, 그리고 ‘기성면옥’은 평양냉면 황금시대 주역이었다. 지금 용인 ‘기성면옥’의 주인과 그때 주인은 인척이 아니다.

최근 신도시를 중심으로 속속 등장한 냉면 명가가 한결같이 높은 수준의 맛을 내고 있어 반갑다. 경기 광명시 ‘정인면옥’, 경기 성남시 판교와 서울 강남에 각각 문을 연 ‘능라도’가 그 주인공들. 용인 ‘기성면옥’도 조금 부족한 감은 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구온난화 탓에 더운 날이 많아지고 심심한 맛에 빠진 사람이 늘면서 기존 냉면 명가는 물론, 새롭게 등장한 냉면집도 번성을 누리고 있다. 세련된 레시피와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시도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외식 수준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여전히 더운 요즘, 용인에 가면 이런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좋다.






주간동아 2016.08.17 1051호 (p60~60)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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