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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1~5월 출산율 역대 최저 ‘국가 소멸’ 초읽기

아이 울음소리 끊긴 산부인과에서 대신 우는 의사들…저수가, 고위험 해법 찾아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1~5월 출산율 역대 최저 ‘국가 소멸’ 초읽기

1~5월 출산율 역대 최저  ‘국가 소멸’ 초읽기

아기 침대 곳곳이 비어 있는 서울 중구 한 병원의 신생아실. 통계청은 1~5월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뉴스1]

“산부인과는 분만실, 수술실, 신생아실 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과거엔 산부인과 의사 자녀가 산부인과 의사가 돼 부모와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았죠. 요새는 그런 사례를 찾기 힘들어요. 부모가 고생하는 걸 보고 아이들이 알아서 다른 과를 택하거든요.”

서울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한 개원의가 한 얘기다. 그는 “부모 역시 자녀에게 산부인과 의사를 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사상 최악의 출산율에 낮은 보험수가, 높은 사고 위험성 등 삼중고를 겪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의사에 따르면 분만실에서는 수시로 응급상황이 발생한다. “10년 넘게 분만을 진행했는데도 아찔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할 정도다. 그래도 그는 동료 의사들과 함께 병원을 운영하고, 아이도 받는다. 그러나 아예 두 손을 드는 의사도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0~2014년 우리나라 의원급 산부인과 464곳이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분만을 진행하는 산부인과 수도 522개에서 371개로 약 29% 감소했다. ‘산부인과’ 간판을 달고 있는 병원 가운데 상당수가 분만시설을 두지 않은 채 산전검사만 하거나, 아예 피부클리닉 또는 비만클리닉 등으로 전문 분야를 바꿔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공공적 성격의 의료기관에서조차 분만실이 사라지고 있다. 분만 실적이 있는 종합병원 수는 2010년 108곳에서 2014년 92곳으로 줄었다.



국격에 안 맞는 모성사망비

1~5월 출산율 역대 최저  ‘국가 소멸’ 초읽기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9월 경남 합천에 사는 임신부 A씨는 아찔한 일을 겪었다. 산기를 느끼고 경남 진주 경상대병원까지 직접 차를 몰고 가다 격렬한 진통에 휩싸인 것이다. 그가 이날 자택에서 30km 이상 떨어진 경상대병원까지 ‘고통의 레이스’를 감수해야 했던 이유는 합천군 내에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기 때문이다. 운전 중 더는 버틸 수 없게 된 A씨는 차를 세운 뒤 119구급대에 도움을 청했고, 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낳았다. 구급대원이 전화로 의사의 지도를 받으며 적절한 처치를 한 덕에 A씨와 신생아는 모두 무사했다. 합천에서는 2014년에도 한 여성이 아기를 낳으러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출산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이 합천에서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시·군·구 가운데 ‘분만취약지’는 37곳에 이른다(그림 참조). 분만시설이 있는 산부인과에 가려면 차로 1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마을들이다. 이곳에 사는 산모는 상시적으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통계를 봐도 분만환경이 잘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산모가 출산과 관련해 사망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2013년 강원지역 모성사망비(출생아 10만 명당 숨진 산모 수)는 27.3명으로, 서울(5.9명)의 4.6배에 달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모성사망비는 2013년 11.5명, 2014년 11.0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2년 기준 6.9명)에 비해 매우 높은데, 그 배경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분만취약지 환경이 있는 셈이다. 김암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출산율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1971년 한 해 동안 102만4773명이 태어나던 나라에서 2013년에는 43만6600명만 첫울음을 터뜨렸다.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출산율)도 4.54명에서 1.19명으로 크게 낮아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임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출산율이 최소 2.1명은 돼야 국가 인구가 유지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80년대 초반 이미 출산율이 이에 미치지 못했고, 2001년부터 줄곧 초저출산국가(출산율 1.3명 미만)로 분류되고 있다. 2005년 출산율은 1.08명에 그치기도 했다. 그해 정부가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발족하고 관련 정책을 쏟아냈는데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5월 누적 출생아 수는 18만2300명으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저출산 대응’에 약 109조 원을 투입해 출산율을 1.5명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야심 찬 목표를 밝힌 지 반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35세 이상 산모는 느는데

1~5월 출산율 역대 최저  ‘국가 소멸’ 초읽기

출생 후 치료를 받고 있는 신생아. 산모가 고령일수록 아기와 산모가 각종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좀 더 전문적인 진료와 처치가 필요하다. [동아DB]

이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은 “그동안에도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돈을 안 쓴 게 아니다. 그런데도 계속 출산율이 떨어진다면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강조하는 점이 ‘아기를 낳고 싶은 사람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요즘 서울 대형병원 산부인과에 가보면 전국 각지에서 온 산모를 다 만날 수 있다. 임신중독증, 태반 위치 이상, 고령임신 등 여러 위험 요인을 가진 산모들이 좀 더 믿을 만한 진료를 받으려고 ‘원정출산’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정부가 임신과 출산을 독려하고 분만취약지에 산부인과만 지어준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산부인과 의료진과 의료시설 수준을 전국적으로 상향평준화하고, 유능한 인재가 더 많이 산부인과를 선택하도록 관련 정책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2012년 31.6세에서 2013년 31.8세, 2014년 32.0세로 꾸준히 올라가는 추세다(그래프2 참조). 2012년 현재 미국과 영국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이 각각 25.8세, 29.8세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 전체 산모 가운데 35세 이상의 비중도 2012년 18.7%에서 2013년 20.2%, 2014년 21.6%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그래프3 참조). 이는 의료적으로 볼 때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모 나이가 많을수록 임신 중 고혈압, 당뇨 등 내과질환과 전치태반, 태반조기박리 같은 응급상황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의학계의 공통된 견해이기 때문이다.

모성사망비 또한 높아진다. 2012~2014년 우리나라 40세 이상 산모의 평균 모성사망비는 32.0명으로, 같은 기간 25세 미만 산모의 모성사망비(3.9명)에 비해 크게 높았다. 이에 대해 한 산부인과 개원의는 “고령 산모일수록 의사가 할 일이 많아지는 건 분명하다. 산전 진단부터 출산 과정과 산후 관리까지, 전 영역에서 의사에게 좀 더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했다.

1~5월 출산율 역대 최저  ‘국가 소멸’ 초읽기

“분만수가 인상하라”

산부인과 전문의라고 모두 이러한 고위험산모에게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출산율이 낮은 상황에서는 의사들이 전문의 수련 과정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기도 어렵다고 한다. 이런 의사가 분만취약지 산부인과에 배치될 경우 오히려 산모의 의료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2013년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진행한 ‘취약지 산모를 위한 안정적 진료 및 분만 지원방안 연구’에서도 설문조사에 응한 임신부들은 분만환경 개선을 위해 △분만기관까지 거리 단축뿐 아니라 △좋은 시설   △우수한 의료진 △응급 후송 시스템 및 산후조리시설 확보 등을 두루 원했다. 즉 분만취약지에 산부인과를 개원하는 것 못지않게 이곳에 유능한 인력을 배치하고,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좀 더 전문적인 처치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출생아 수가 매우 적어 분만 경험을 쌓기 어려운 지역 병원 등을 대상으로 의료진 재교육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2015년 현재 국내 81개 수련병원(대학병원)에서 고위험산모의 응급진료를 담당하는 산과 전문인력(교수 및 전임의)은 210명에 불과하다. 병원당 평균 3명 미만 인력이 응급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광주, 충북, 제주의 경우 수련병원 산과 전문의가 각각 평균 5, 4, 2명에 그쳤다. ‘이는 지방으로 갈수록 분만 인프라 붕괴가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며, 지방과 수도권의 모성사망비가 현저한 차이를 나타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게 오 교수의 분석이다.

매년 배출되는 산부인과 전문의 수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2001년 270명에 이르던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2012년 90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단 10명만 남자일 정도로 성비불균형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이 배경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분만수가, 그리고 남자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이 있다고 지적한다(상자기사 참조).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전공의 모집에서 높은 지원율을 기록하는 진료과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이다. 응급상황 발생 가능성이 낮고 ‘삶의 질’은 높을 것으로 여겨지는 분야다. 이런 진료과 사이에서 산부인과가 안정적으로 의료 인력을 확보하려면, 수가 인상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도 산부인과의 전공의 충원율이 60~70%대로 떨어지며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자 분만비용 가산제 등을 도입해 수가를 다소 인상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1년 동안 분만 건수가 50건 이하인 산부인과는 자연분만진료비를 200% 인상해주고 연간 분만 건수가 51~100건이면 100%, 101~200건은 50% 더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암 교수는 “현재 의원급 산부인과의 자연분만 수가는 47만9000원이다. 정부 정책은 연간 분만 건수가 50건 이하일 경우 자연분만 건당 149만1000원을 주는 것”이라며 “연간 분만 건수가 50건 이하라면 월 분만 건수가 4건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월 600만 원 정도를 받게 되는데, 그 돈으로는 분만실과 병실을 운영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산부인과 기피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전국적인 분만 인프라 붕괴로 이어진다는 게 산부인과 의사들의 주장이다.



국가 소멸을 막는 길

분만 중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이 보상금의 30%를 부담해야 하는 현행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출산 1만 건당        1건 정도에서 뜻하지 않은 분만사고가 발생한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런 사고 책임까지 의료진에게 묻는 건 의사에게 언제 총알이 발사될지 모르는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일본은 2009년 ‘산과의료무과실보상제도’를 도입해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한 보상금을 정부가 사실상 100% 부담하고 있고, 대만도 6월부터 분만 시 예측하지 못한 신생아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100% 보상하는 내용의 법률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의사들은 우리나라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해 분만 중 의료사고에 대한 병원 측 부담을 줄여주면 분만 인프라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2013년 2월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전국 수련병원 인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의료소송의 위험’(49%)을 꼽았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정부는 산모에 집중한 저출산정책을 내놓으며 산부인과의 어려움을 외면했다. 산모가 부담하는 출산 비용을 낮춰주려고 수가 인상을 막고, 의료소송이 발생할 때도 의료진에게 책임을 부과했으며, 보건소 등에 자금을 집중 지원해 일선 산부인과 의원의 경쟁자로 키웠다. 이로 인해 산부인과 운영이 악화하고 의료진이 어려움에 처한 결과가 현재의 전국적인 분만 인프라 붕괴”라며 “이제라도 의사들로 하여금 사명감과 보람을 갖고 분만에 뛰어들게 해야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2013년 수준인) 1.19명으로 지속될 경우 2750년 우리나라 인구가 소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간이 많지 않은 셈이다. 

분만실에 남자 의사가 없다2006년 신임 산부인과 전문의 212명 가운데 남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3.3%였다. 이 비율은 2008년 34.5%, 2012년 11%로 급격히 줄었다. 이후 여성 9 대 남성 1 수준의 비율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의료계 분석이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산부인과 배진영, 홍성연 교수팀은 ‘분만취약 지역 대책 : 성과 및 평가기준’ 논문에서 ‘산부인과의 경우 야간당직 및 수술, 분만 등 체력적으로 젊은 남자 의사가 필요한 분야가 많다. 그런데 의료기관 대부분에서는 젊은 연령의 여자 의사 혹은 고령의 남자 의사가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31~35세 분만의사 중 남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14%에 불과했고, 남자 분만의사의 평균 연령은 47세로 노령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꼽히는 것이 산부인과 환자들의 남자 의사 기피 현상이다. 이에 따라 개원할 경우 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남자 의사들이 산부인과 전공 선택을 꺼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산부인과 인력 부족과 더불어 남자 의사의 감소 현상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남자 의사가 더 적어질 경우 의료취약지역에 배치될 공중보건의사 및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분만 인프라 붕괴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환경에서 여자 의사는 남자 의사에 비해 자녀 양육 등에 상대적으로 더 신경 쓰는 야간 근무가 불가피하고 응급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분만실 근무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산부인과를 전공하는 남자 의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져야 인력 수급이 정상화된다”며 “산부인과에 왜 남자 의사가 필요한지 등 사회적 홍보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주간동아 2016.08.10 1050호 (p42~45)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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