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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아직 끝나지 않은 ‘간질환과의 전쟁’

세계 최고의 간 전문가 이종수 박사… 72세 나이에 최신 연구 집대성 책 펴내

아직 끝나지 않은 ‘간질환과의 전쟁’

아직 끝나지 않은 ‘간질환과의 전쟁’
”이거 원 어느 나라를 응원해야 할지….” 한국의 월드컵 우승 ‘신화’가 독일 전차군단에 제동이 걸린 6월25일 밤, 이 시대 최고의 간 전문가 이종수 박사(72·독일 본대 의대 종신교수)는 충정로의 한 고깃집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식당 안이 떠나갈 듯 “대~한민국”을 외쳐대는 시민들 사이에서 그는 이렇게 읊조렸다. “한국 사람이지만 독일에서 산 햇수가 더 많고, 또 법적으로도 독일 시민인데….”

그러나 이박사는 이내 “에이, 아무 팀이나 이겨라”며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연세를 생각하셔야죠.” 말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소주 반 병은 괜찮아.폭탄주도 잘만 마시면 나쁠 게 없지”라며 평소의 ‘음주 건강론’을 펼친다.

도무지 이 사람이 지난 69년 유럽 최초로 간 이식 수술에 성공하고 간에 관련한 세계 학술상을 휩쓴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라고는 쉬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술을 먹으면 무조건 간에 나쁘다는 말은 공부 안 하는 학자들이 작당해서 만들어낸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못박는다. 다만 “알코올 섭취의 제한선만 지키면 술은 간에 백해무익한 보약”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번 한국 방문도 월드컵 때문이 아니라 지난 93년 출간된 이후 10만부 이상이 판매돼 의학서적으로서는 경이적 기록을 세운 ‘간 다스리는 법’의 개정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 지금까지 99년 1차 개정을 거쳐 10쇄 증쇄를 하며 꾸준히 팔리고 있지만 성에 차지 않았는지 이번에는 내용도 확 바꾸고, 책 제목에까지 ‘혁신적인 전면 개정판’이라는 말을 붙였다.

연구 등한시하는 한국 의사들 ‘질타’



아직 끝나지 않은 ‘간질환과의 전쟁’
“1년이 멀다 하고 새로운 의학기술이 개발되고, 논문이 쏟아지는데 낡은 상식으로 자칫 병을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의학자로서 양심의 가책이 일어서…. 서울서 만난 한 간암 환자가 ‘조금만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좀더 오래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하기에 더 이상 개정작업을 미룰 수가 없었어.” 이박사의 새 책에는 그의 말대로 간질환과 관련된 전 세계의 최신 연구성과와 임상경험이 집대성됐다. 물론 읽기의 눈높이는 중학생 수준. 평소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다.

특히 이번 책에는 날로 증가 추세에 있는 C형간염의 경로를 자세히 다루는 한편, 해외여행에서 걸려오기 쉬운 A형간염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특히 B형과 C형 만성간염의 치료의 장은 완전히 바꿨다.

“인터페론과 뉴클레오시드를 사용해 비교적 좋은 치료효과를 얻었지. 그것도 알리고 싶고, 간경화증 환자 중 많은 환자가 식도 정맥류 출혈 때문에 사망하는데 30년 가까이 해온 내시경 치료보다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약물치료법도 자세히 소개했어. 많은 임상경험을 통해 확인된 이야기야. 믿을 만해.”

하지만 책 내용에 새로운 치료법만 담긴 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제자들로부터 평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스승’으로 통하는 그는 역시 책에서 국내 간 전문가들에 대한 질책도 잊지 않았다. 국내에서 빈번히 이루어지는 생체부분 간 이식에 대한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은 그는 수술하지 않고 전자파 에너지를 이용해 간암을 치료하는 기술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제대로 공부하는 친구가 없어. 이 나이에도 가방에 논문 수십권이 들어 있고 술을 먹고 집에 들어가도 논문을 안 보면 잠이 안 오는데, 요즘 그런 친구 없지. 한국 의사들은 돈에만 관심이 있으니….” 평생을 간 연구에 바친 노학자는 아직도 ‘간질환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무명의 아시아인이 세계 최고의 의학자가 되기까지, 그 눈물겨운 이야기를 듣는 동안 소주는 이미 반 병 넘어 마셨고, 그 사이 한국의 월드컵 신화는 독일에 의해 막이 내렸다.



주간동아 2002.07.11 342호 (p51~51)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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