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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린내 진동하는 ‘분뇨사기’ 의혹

부산 정화조업체 근로자들 양심선언 … “십수년간 수거차량에 물 채워 양 부풀리기”

  • < 부산=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구린내 진동하는 ‘분뇨사기’ 의혹

구린내 진동하는 ‘분뇨사기’ 의혹
회사측의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행위가 시민들의 혈세를 갈취하는 행위임에도 처지가 절박해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회사측의 불법적인 행위를 묵과할 수 없어 양심선언을 하는 바입니다.”

지난 1월16일 부산시 부산진구 분뇨처리업체(정화조업체) 소속 근로자 20여명은 이 지역 일반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분뇨업계 비리와 관련한 양심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 이후 주민 차원의 시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되고,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는 등 ‘분뇨 처리 사기’가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언문의 주내용은 “정화조업체 직원들이 업주들 지시로 십수년간 실제 정화조 용량의 60~80%만 수거하고도 100% 처리한 것처럼 속여 부당 요금을 받아왔다”는 것. 이들은 “이런 방법으로 실제 수거량보다 20~40%나 높게 부당 징수한 요금이 부산지역 전체에서 한 해 40억원에서 80억원에 이른다”며 사업주에 대한 처벌과 분뇨수거 체계의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모자라는 분뇨수거량을 채우기 위해 낙동강 물을 수거 차량에 퍼 담거나 대단위 아파트, 지하철역 등의 대형 정화조에 소방용수를 넣은 뒤 다시 끌어올리는 방법까지 동원했다”는 업체 직원들의 폭로는 지역사회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구린내 진동하는 ‘분뇨사기’ 의혹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두 해도 아니고 십수년간 이런 일이 어떻게 되풀이될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복잡하게 얽힌 현행 분뇨수거 체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1981년 재래식 화장실이 줄어들고 수세식 화장실이 날로 증가하자 건축물의 크기에 따른 정화조 설치를 의무화하고, 각 시도에서 맡고 있던 분뇨수거를 민간업체에 위임토록 했다. 이에 따라 각 시·군·구는 건물주들에게 정화조 청소 안내문을 보내 해당 건물 정화조 시설용량의 크기와 추정요금을 고지하는 한편, 업자들이 수거한 분뇨의 양과 요금의 일치 여부는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위생사업소(분뇨처리장)의 분뇨 입고량과 요금을 대조해 확인하고 있다.

문제는 시·군·구가 건물주들에게 보내는 청소 안내문에 쓰인 추정요금에서 발단됐다. 대부분의 건물주들이 정화조에 분뇨가 가득 찼다고 가정하고 계산한 추정요금을 일종의 세금인 것처럼 생각하고 실제 수거량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요금을 그대로 지불하고 있는 것. 안내문 뒤편에는 ‘청소한 양에 따라 요금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수거 차량 후면에 있는 액면계를 반드시 확인하고 요금을 계산하라’고 쓰여 있지만 이를 따르는 건물주는 거의 없다는 게 이들 직원들의 주장이다.



“각 시·군·구는 ‘오수·분뇨 및 축산 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에 한 번씩 정화조 청소를 하지 않으면 무조건 과태료를 부담시키겠다고 안내문을 보내고 있지만 실제 분뇨수거를 나가면 정화조에 쌓인 분뇨량은 정화조 처리용량에 20~40%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모자라는 부분을 물이나 소방수, 다른 오수로 채우는 것이죠.” 부산지역 34개 정화조업체 중 하나인 H업체 직원들은 이런 분뇨 비리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부산시 사하구의 K아파트를 꼽는다. H업체 직원 최모씨(38)에 따르면 약 7000가구가 입주한 이 아파트는 지난 93년 이후 매년 한 번씩 분뇨를 수거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정화조 용량보다 모자란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아파트 내의 수돗물을 소방호수를 이용해 부어 넣었다는 것. 수거기간 내내 소방호수로 물을 넣으면서 차량 20대 분량이면 될 것을 40대 분량으로 부풀렸으며 이때 사용한 수돗물도 모두 주민 부담으로 돌렸다는 게 이들 직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하지만 이 업체 대표인 정모씨와 K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은 이를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펄쩍 뛴다. 정씨는 “정화조는 청소 후 일주일만 지나면 꽉 찬다. 흘러넘친 분뇨는 정화과정을 거쳐 하수도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정화조에 분뇨가 덜 차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소방호수로 물을 넣는 이유는 딱딱하게 굳은 분뇨를 깨기 위한 것이다. 그때 들어간 수돗물은 분뇨수거량에서 제외하고 정화조 용량만큼의 수거료만 받았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과연 그럴까.

이와 관련해 O업체의 구역인 부산시 연제구 연산2동에서는 2년 전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2000년 1월 연산2동 한 가정집에서 수거한 분뇨 전체량이 0.8m3(루베, 1만7450원)였는데 구청 통지문에 적힌 정화조 용량 1.5㎥에 대한 추정요금 2만4900원을 그대로 받았다가 주인에게 들켜 파출소에 끌려갔습니다. 고소하겠다는 주인을 만류하느라 사장과 간부가 집주인의 회사까지 찾아다니며 용서를 빌어 겨우 문제를 해결했죠.” 이 일을 직접 경험한 O업체 직원 김모씨는 “혼쭐난 업주는 그 후 실제 수거량대로 요금을 받았지만 그 전에는 낙동강물을 퍼 모자라는 물량을 채웠다”고 말한다.

구린내 진동하는 ‘분뇨사기’ 의혹
실제 이 일이 있은 후 O업체의 일일 작업 집계표는 실제 수거량과 정화조 용량에 다음처럼 많은 차이가 난다. △2000년 2월12일 부산시 거제1동 W빌딩 전 용량(정화조 용량) 35㎥, 실수거량 25.10㎥, 전 요금(추정요금) 43만4600원, 당시 요금(실제요금) 31만3800원, 차액 12만800원 △2000년 2월3일 거제4동 D주택 전 용량 24.55㎥, 실수거량 18.40㎥, 전 요금 76만4400원, 당시 요금 23만2000원, 차액 7만5000원….

결국 정화조 용량과 실제 수거량이 차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수거량 부풀리기는 불가능하다는 H업체측의 주장은 일단 군색한 변명이 된 셈.

이뿐 아니다. 부산지역 B업체 직원 정모씨는 “심지어 대학교의 경우 수거량은 보지도 않고 들어오는 차량 수만 보고 결제를 해준다. 대학들은 분뇨 문제에 대해 아예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일부 직원은 다른 곳에서 모자라는 분뇨수거량을 대학 건물들에서 채우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이 업체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B대학의 경우 59개 정화조에서 1730㎥의 수거용량(추정용량)을 업주로부터 할당받아 1711㎥를 수거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1970여만원) 실제 수거량은 60~70% 선인 1000~1200㎥에 불과했다는 것. 나머지 부족분은 부산 지하철 구서동역이나 범어사역 등의 정화조에서 채워 분뇨처리장에 입고시켰다는 게 직원들의 항변이다.

이에 대해 B업체 대표 김모씨는 “정화조 용량만 가르쳐줬을 뿐 직원들에게 할당량이나 작업량을 준 적도 없기 때문에 만약 직원들이 그렇게 했다면 직원들이 작업 지시를 위반한 것이지 회사가 책임질 부분이 아니다”고 반박한다. 한술 더 떠 H업체 대표 정모씨는 “직원들이 담합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는 임금 인상안에 불만을 품은 일부 노조원들이 업계를 괴롭히기 위한 모함”이라고 반발했다. 정씨는 직원들의 양심선언 이후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양심선언을 한 업체 직원들의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매일 아침영업부장이 모자라는 분뇨량을 퍼오라는 작업 지시까지 하는데 무슨 말이냐. 이 지시를 어기면 온갖 꼬투리를 잡아 직원을 해고한다. 부산지역에서 이렇게 해고된 직원만 수십명에 달한다.” O업체 직원 강모씨(43)는 업계 대표들의 주장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나 분뇨수거의 최종 확인과 업체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진 부산시와 각 구청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업체들에게 물어보라.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신이 구속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시민사회에 경각심을 울린 ‘똥물 노동자’들의 절박한 호소를 사법당국이 어떻게 처리할지 부산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주간동아 321호 (p40~41)

< 부산=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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