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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고난의 땅’ 아프간을 가다

총성 멎었지만 ‘아직도 내전중’

오랜 전쟁으로 고아 장애인 난민 양산 … 굶주림 속 힘겨운 삶과의 전투

  • <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 kimsphoto@yahoo.com

총성 멎었지만 ‘아직도 내전중’

총성 멎었지만 ‘아직도 내전중’
탈레반 세력이 물러난 뒤에도 혼란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아프간 사람들은 전에 누리지 못한 자유를 꽤 즐기는 표정이다. 시장에선 카세트테이프 가게들이 요란한 음악을 틀어대며 손님을 끈다. 파키스탄에서 들여온 음악 테이프들이다. 엄격한 종교정치를 추구한 탈레반 정권 아래서 그런 음악을 들었다간 풍속단속 경찰에 잡혀 매맞고 벌금을 문 뒤에야 풀려났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테이프를 살 만큼 넉넉하지는 않다”고 상인은 푸념한다.

유엔의 한 조사로는 2500만명의 아프간 인구 중 70%가 식량난으로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론 음악보다 먹고 입는 문제가 더 급할 수밖에 없다.

카르자이 과도정부 수립과 더불어 아프간엔 난민들이 돌아오고 있다. 이웃 파키스탄과 이란으로부터다. 유엔 고등난민판무관(UNHCR) 자료에 따르면 350만명의 난민과 130만명의 지역 내 난민(IDPs)이 고향 땅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총성 멎었지만 ‘아직도 내전중’

파키스탄에서 돌아온 난민들의 제2캠프가 들어선 차라카르 도로변



문제는 많은 집이 파괴돼 주거문제가 심각하다는 점. 그래서 지금 아프간에선 많은 난민이 파괴된 집 바로 옆에 천막을 치고 겨울을 난다. 난민촌 풍경은 무척 을씨년스럽다. 좁은 천막 사이에 흙담을 둘러 공간을 나눠 쓸 정도로 옹색하다. 아프간에 지금 혹한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한겨울 추위는 느낄 수 없다. 낮 동안은 늦가을 같은 날씨다. 그렇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 한밤중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길거리에서 자는 전쟁고아들이 얼어죽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아프간의 우울한 초상화 중 하나는 전쟁 부상자들이다. 카불 곳곳에서 목발을 짚은 장애인들을 볼 수 있다. 마치 한국전쟁 직후 1950년대의 한국 풍경 같다. 카불시 외곽엔 현지인들이 ‘러시아 콤파운드’라 부르는 대규모 난민촌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아미르 칸(28)은 마수드 장군 밑에서 북부동맹군으로 탈레반에 맞서 싸우다 3년 전 포격으로 다리를 잃었다. 그는 아직 미혼이다. 아프간 정부로부터 보상금이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낱같은 희망일 뿐이다. 전쟁 부상자는 전투원만이 아니다. 많은 양민들도 무차별 포격전이나 지뢰의 희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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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을 주워 생계를 잇는 아프간 어린이들

아프간은 해마다 지뢰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199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이 펴낸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엔 하루 3명꼴로, 1999년엔 하루 5∼10명이 지뢰를 밟아 죽거나 다쳤다. 그나마 1993년 날마다 20∼25명씩 희생자가 난 데 비하면 많이 준 셈이다. 카불 시내 전쟁피해자응급병원에서 일하는 이탈리아 의사 마리오 파칠레이(35)는 “지뢰 피해자들 중 적어도 절반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사망한다”고 말한다.

국제적십자사(ICRC)가 운영하는 전쟁 피해자 재활센터에 가보았다. 그곳에선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의족과 의수를 만들어주고 걸음걸이 연습을 시켜준다. 물론 무료다. 2000년 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현지에서 반군들에게 손목을 잘린 사람들을 만났을 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농경사회에서 손목과 발목을 잃는다는 것은 곧 생활능력을 잃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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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프로그램에서 배급하는 빵을 받아가는 여인들

아프간도 농경중심 사회다. “재활센터를 찾는 전쟁 부상자들은 한결같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걱정한다”고 재활 전문의 와제르 아크바르 칸(53)은 말한다. 그곳에서 만난 압둘레인 코히스터니(28)는 8년 전 카불 국제공항 부근에서 지뢰를 밟아 왼쪽다리를 잃고 복부를 다쳐 40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도 후유증으로 소변 보는 게 너무 힘들다”고 호소한다. 그의 희망은 국제기관의 도움으로 외국에 나가 치료받는 것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나는 아직도 내전중”이라 말하는 그의 얼굴은 어둡기만 했다.







주간동아 321호 (p36~37)

<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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