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0

2002.01.31

영상으로 그려낸 파시즘

  • 입력2004-11-10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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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으로 그려낸 파시즘
    비판모든 남자들이 꿈속에서 그릴 법한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 그녀로 인해 남자들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 권력과 재력을 가진 이는 큰 저택과 값비싼 목걸이로 여자를 유혹하고, 처자식이 있는 영화감독 역시 그녀에 대한 사랑을 저버릴 수가 없다. 곧 수용소로 끌려갈 운명인 집시 청년마저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영화 속 ‘아름다운 그녀’는 스페인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 할리우드의 톱스타 톰 크루즈의 연인으로 지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녀가 98년에 찍은 영화 ‘꿈속의 여인’은 한 여자를 둘러싼 남자들의 좌충우돌 쟁탈기를 그리고 있는 듯 보이지만 단순한 연애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의 징후가 짙게 깔리던 1938년. 스페인 내전이 발발한 지 2년이 지난 이때, 스페인 최고의 영화배우들과 스태프 일행이 독일 베를린에 도착한다. 히틀러가 스페인 프랑코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우파(UFA) 스튜디오에서 스페인-독일 합작영화 ‘꿈속의 여인’을 찍게 한 것. 스페인어와 독일어로 각각 찍게 될 이 영화에서 마카레나(페넬로페 크루즈)는 여주인공인 집시 여인 역을 맡았다. 그녀는 프랑코 정권하에 투옥된 아버지를 석방시킬 목적으로 이 로케이션에 참여했는데, 그녀 앞에 세 남자가 나타난다. 독일의 권력가 괴벨스와 영화감독 블라스, 그리고 집시 수용소에서 촬영장의 엑스트라로 전출돼 온 가난한 청년 레오. 이들은 각각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과 권력에 굴종하는 사람, 권력에 반항하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영화는 이들 외에도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켜 파시즘에 대응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결국 마카레나가 선택한 남자는 ‘당연히’ 집시 청년 레오. 결점 많은 인간들의 좌충우돌 한바탕 소동을 지켜보고 있자면, 파시즘에 대한 감독(페르난도 트루에바)의 날카로운 비판과 ‘영화 만들기’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전해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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