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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카드빚에 몸판다

“소비자 파산제 재검토하자”

개인뿐 아니라 보증인도 연쇄 피해 … 상담 등 조정절차 활성화 논의 절실

  • < 이승신 / 건국대 교수·소비자주거학 >

“소비자 파산제 재검토하자”

“소비자 파산제 재검토하자”
일찍이 소비자금융이 발달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소비자 파산이 급증하자 관련 법률을 종전의 사업자 파산 위주에서 소비자 파산 쪽으로 개정하는 작업을 단행하였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경우 파산 신청 건수 중 약 90%를 소비자 파산이 차지할 정도로 이미 소비자 파산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소비자 파산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파산자의 빚을 면제해 주는 면책 규정에 대한 찬반 양론만 무성한 상태다.

소비자 파산제도는 각 국가마다 다른 사회적 가치관, 법률문화, 채무·채권 관계에 대한 사회적 이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00개 가계 중 1개 가계가 파산가계일 정도로 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가 많고 면책 관련 조항 또한 관대하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1978년 파산법을 개정해 종전보다 면책허가 범위를 확대하여 파산자에게 재출발의 기회를 더욱 넓혀주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현재 가장 자유롭고 관대한 파산자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파산자들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동기를 잃어버리고 오히려 ‘여가를 즐기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신용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부여한 각종 혜택을 불량 소비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일부 소비자들이 빚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파산 신청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법률 보완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다소 엄격한 면책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채무자의 면책보다 채권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유럽 각국 역시 경기 후퇴와 이로 인한 파산자 증가로 미국식 면책제도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지만 실제 운용에서는 채무자의 도덕적 의무를 상대적으로 중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비자 파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 같은 나라는 개인의 과도한 채무문제를 국가가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사회복지 차원의 정책과 채무변제의 의무를 함께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면책주의적 파산법에 영향 받고 있다. 1952년 파산법이 개정된 이래 과중한 채무자의 구제 및 갱생을 위한 면책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면책 신청자 중 90%가 면책허가를 받을 정도로 활용도가 많아졌다. 일본의 경우 개인의 방만한 소비생활로 인한 파산보다는 실업, 임금 하락,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사회적인 문제로 인한 파산이 급증하고 있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들어 소비자 파산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우리나라도 이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신용카드 할부거래와 대출, 소비상품의 할부거래 등으로 소비자 신용이 증대되었고, 할부금융, 주택금융 등 각종 소비자금융의 증가로 소비자들의 부채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담보 및 보증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에서 소비자 파산은 보증자의 파산을 부추겨 연쇄적 파산을 가져오는 사회적 불씨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 파산의 주원인이 가계의 실질소득감소, 실업증가, 실물자산 가치 폭락 등이어서 미국의 사치형 파산형태와 다르므로 현재의 면책제도를 확대,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또 소비자 파산 신청 이전의 상담제도 등 조정 절차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서 다양한 형태의 법 외적 조정제도 및 상담제도가 운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소비자 시민단체, 법률단체, 한국소비자보호원 등에서 파산 상담 및 중재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카드사 등 신용금융기관들이 철저한 사전 신용조회를 통해 과잉대출이 카드 남발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주간동아 320호 (p28~28)

< 이승신 / 건국대 교수·소비자주거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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