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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21’ 지문인식 써먹기엔 ‘찜찜’

한빛은행 도입1년 지났지만 자체검수도 통과 못해 … 기술적 안정성 미흡 판단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패스21’ 지문인식 써먹기엔 ‘찜찜’

‘패스21’ 지문인식 써먹기엔 ‘찜찜’
한빛은행은 2000년 12월 ‘패스21’의 지문인식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자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기관이 생체인식 기술을 상용서비스에 적용한 첫 사례”라면서 “패스21 기술의 정밀성과 안정성이 입증됐다”는 칭찬이 나왔다. 그러나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윤태식씨의 로비가 알려진 지금은 ‘패스21의 기술력이 형편없다’는 비판과 ‘기술력 자체는 훌륭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과연 ‘패스21’의 기술은 믿을 만한 것일까.

1년여에 걸쳐 패스21 지문인식시스템 구축 과정을 관찰해 온 한빛은행에 따르면 패스21의 기술력은 결론적으로 ‘미완성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에 첫 적용됐다는 이유로 패스21의 기술이 실제보다 과대 포장되어 알려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패스21측이 지금까지 한빛은행에 제공한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예금주가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때 아이디,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대신 PC와 연결된 지문인식기에 자신의 지문을 갖다 대어 본인 인증을 받는 것과 은행 직원들이 내부 단말기에 접근하기 위해 지문 인증을 받는 서비스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1월18일 “패스21 시스템이 은행에 도입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두 가지 기술 모두 은행의 ‘검수’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술적 안정성·상업성을 은행측이 자신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따라 은행측이 패스21에 주기로 한 기술도입 용역비 수억원의 지급도 미뤄지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3~6개월 더 시험해 본 뒤 그때 가서 (검수할 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1년 반 이상 검수가 지체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이로 인해 패스21과 한빛은행 사이에 여러 차례 마찰이 빚어졌다고 한다. 2001년 4월 패스21은 한빛은행에 용역비 견적서를 송부했다. 그러나 은행은 지급을 거절했다.

영화 ‘여섯 번째 날’을 보면 주인공이 타인의 손가락을 절단한 뒤 그 손가락 지문을 이용해 지문검색대를 통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은행측이 가장 주의하는 부분도 이처럼 누군가 지문인식기를 고의로 속이는 상황이다. 이른바 ‘타인 수락률’(지문인식기가 타인의 지문, 본을 뜬 지문, 절단된 손가락 지문을 알아내지 못하는 비율)이 0%가 되지 않을 경우 금융거래에 상용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에 적용됐기 때문에 패스21 기술의 안정성이 입증됐다는 보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패스21은 지문 주변 ‘땀샘’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다른 지문인식 기술보다 정밀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한빛은행의 모니터링에 따르면 땀샘이 발달하지 않은 경우, 지문 주변에 크림 로션을 두껍게 바른 경우 땀샘 인식이 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났다. 한 지문인식업체 연구원은 “땀샘 인식이 완벽하게 가능하기 위한 해상도는 800DPI 이상인데, 이를 충족시킨 기술력은 세계 어디서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빛은행은 올 들어 패스21 연구진에게 또 다른 요구조건을 내놓았다. 패스21 지문인식기는 실용화하기에는 처리 속도가 느리고 값이 비싸니 이를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선 인식기로 입력되는 지문 크기를 300바이트에서 200바이트로 줄여야 한다. 그러면서 정확도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게 새로운 숙제다.

패스21 지문인식기 한 대 가격은 7만7000원. 현재 2만2000원에 염가 판매되고 있다(은행과 패스21측이 나머지 금액을 나눠서 부담). “언제까지 밑지고 팔 수는 없다. 가격경쟁력이 없어 안 팔리는 상품 기술은 의미가 없다”는 게 은행측 생각이다.

한빛은행은 패스21 기술의 상용화에 대해 ‘시간을 두고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본인의 지문을 거의 틀리지 않게 인식하는 등 긍정적 부분도 있어 계속 테스트해 보겠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320호 (p10~10)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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