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9

2002.01.24

불공정한 행위 1위 겉과 속 다른 상류층

“급행료 제공 용의” 30%가 응답

  • < 노규형 /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정치심리학 박사 > kyuno@randr.co.kr

    입력2004-11-09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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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KBS가 R&R에 의뢰해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가 우리나라에서는 ‘원칙대로 살면 손해’라고 생각하며, 44%는 우리나라는 ‘정직한 사람들이 살기 힘든 사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조사에서는 상류층 사람들일수록 법과 원칙을 어기거나 질서를 어기는 불공정한 행위를 더 많이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설문에서 ‘교통 위반시 경찰에게 돈을 주어 해결할 수 있다’는 문항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이 4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 중 26%, 스스로 상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33%로 전체 평균 21%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 ‘업무상 급한 일로 공무원에게 급행료를 제공할 수 있다’에 대해서도 전체 평균이 18%인 데 반해 고소득자의 26%, 상위계층의 30%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병원에서의 새치기’도 마찬가지 응답 패턴을 보였다.

    실제 요즘 정직과 공정성을 어기는 사람 중 상당수가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가 학문의 도둑질이라 할 수 있는 표절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말 바꾸기와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인이 정치고수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사가 R&R에 의뢰한 2002년 연초 조사에서도 ‘우리 사회에 가장 공정하지 못한 집단’으로 1위에 정치인, 2위에 고위관료가 꼽혔다. 사회심리학자 남기덕 박사는 우리 사회에서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을 성숙의 지표로 삼기 때문에 거짓에 대해 관대한 반면, 서구사회에서는 겉과 속이 일치하는 정직에 최우선 가치를 둔다고 말한다.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는 명예제도(honor system)라 하여 미국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인 정직, 공정, 존중을 자율적으로 지키는 제도를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 육사도 이를 도입하여 생도들이 허위, 부정행위, 부당취득을 저지를 경우 퇴교에 준하는 엄격한 훈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명예제도를 적용해 불공정 행위자들을 퇴출시켜 사회의 명예를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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