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8

2002.01.17

“한국사회 건강성에 직격탄을 쏜다”

  • 입력2004-11-05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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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회 건강성에 직격탄을 쏜다”
    흔히 말 많은 사람을 만나면 피곤하다고 말한다. 시인이며 평론가로 활동중인 김정란 교수(상지대·불문학)나 귀화 러시아인 박노자 교수(오슬로 국립대·한국학)는 처음부터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기로 작정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남들이 적당히 눈감아버리는 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는 것.

    김씨는 ‘지식인들이여 입을 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수구세력에게 ‘아가리를 여는 자’는 모두 빨갱이로 보인다. 권력자의 이익에 종사하지 않는 모든 말은 빨갱이의 말이 된다”고 지적하면서도 “지식인들이여, ‘아가리’든 ‘입’이든 제발 열어서 말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단일한 반공 극우적 멘탈리티가 깨어져 나가면서 작은 말들이 무수하게 솟아나는 것을 그는 ‘말의 귀환’이라 했다. 그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혼란스러울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가 말의 건강을 회복해 가는 증거라는 설득과 함께.

    ‘말의 귀환’(개마고원 펴냄)은 김정란 교수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산문집이라지만 느긋하게 삶을 예찬하는 관조와는 거리가 멀다. 근혜언니(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에게, 박노해에게, 김대중 주필(조선일보)에게, 영남인들에게 그는 ‘말의 광장’으로 나와 한판 겨루기를 청한다.

    ‘당신들의 대한민국’(한겨레신문사 펴냄)은 박노자 교수의 첫 글모음집이다. 그는 전근대적 유물을 버리지 못한 한국사회를 향해 메스를 들었다. 한국의 종교와 패거리문화, 대학 한국사회의 축소판, 민족주의인가 국가주의인가, 인종주의와 대한민국 등 4부로 나뉘어 진행되는 그의 한국사회 읽기는 통렬하다. 한국식 오리엔탈리즘이 가져온 일상적 차별, 진보의 꺼풀 속에 숨은 전근대적 모습 등 우리가 익히 알면서도 모른 체했던 일상을 어쩌면 그리도 속속들이 찾아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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