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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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손잡고 민속놀이 구경갈까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11-05 1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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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손잡고 민속놀이 구경갈까
    이건 자치기라고 하는 건데, 긴 막대기로 딱 쳐서 상대편이 받지 못하면 이기는 놀이야.” “응, 엄마 이거 지난번 텔레비전에서 본 거야, 그렇지?”

    조용한 전시공간에 느닷없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사비나가 1월2일 시작한 기획전시회 ‘흥겨운 우리놀이’전의 풍경이다. 이 기획전은 굴렁쇠놀이, 사자놀이, 닭싸움, 연날리기, 팽이치기 등 12가지의 고유한 놀이들을 주제로 한 작품 17점을 전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전통놀이와 미술, 두 가지를 동시에 소개하는 셈이다.

    전시장에 들어선 아이들은 그림으로 그려진 놀이들이 마냥 신기한 듯, 연방 엄마의 손을 잡아끌며 이것저것 물었다. 보는 눈을 피해 슬쩍슬쩍 작품에 손대 보느라 정신없는 장난꾸러기도 있었다. 고요한 전시장 분위기에만 익숙한 사람들의 눈에는 낯설고도 따스한 파격이었다.

    아이들 손잡고 민속놀이 구경갈까
    전시작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배려한 작가들의 고심이 엿보였다. 김선두는 연 모양의 장지에 수묵으로 연을 날리는 사람을 그려 연과 연날리기를 한 작품 안에 동시에 표현했다. 닭싸움을 주제로 한 최성환은 미닫이문을 옆으로 눕혀 그 위에 닭싸움 광경을 그렸다. 또 오상일의 조각 ‘굴렁쇠소년’은 굴렁쇠를 굴리고 있는 아이의 맨발 위에 내려앉은 빨간 나비 한 마리로 정겨운 인상을 남겼다. 미술적인 관점에서는 사자들의 움직임을 검은 선과 색으로 표현한 박순철의 ‘사자놀이’, 해학적인 싸움닭을 등장시킨 이석조의 ‘투계’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 사비나의 이희정 큐레이터는 “전통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작가들을 찾다 보니 작가 선정과 기획이 만만치 않게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기획자 못지않게 작가들에게도 전통놀이라는 화두는 쉽지 않았다. 애당초 작품 제작을 의뢰한 작가는 20명이었지만 겨우 12명만이 완성된 작품을 가져왔다.



    아이들 손잡고 민속놀이 구경갈까
    갤러리 사비나는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어린이들을 위한 기획전을 선보인다. 지난해 여름에 열린 ‘숨은 그림 찾기’는 무려 1만 5000여명의 관람객을 기록했다. 작은 전시공간에 들어갈 틈이 없어 줄을 서 입장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갤러리 사비나의 기획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상대적으로 미술이 어린 관객들에게 무심하기 때문이다. 방학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악회들은 무수히 열리지만 ‘청소년을 위한 전시’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여름·겨울 방학은 전시회 비수기다. 어린이들이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곳은 미술학원밖에 없는 셈이다.

    어린 시절부터 전시장을 드나드는 일이 습관이 된다면 그 아이의 인생은 미술을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흥겨운 우리놀이’전의 입장료 500원은 너무도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2월8일까지, 문의: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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