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8

2002.01.17

올림픽 바람 타고 여무는 '大베이징'의 꿈

항구도시 톈진 등 통합 청사진 구체화 … 인구 4천만 초대형 도시 탄생 눈앞

  • < 강현구/ 베이징 통신원 > beha@263.net

    입력2004-11-05 14:4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올림픽 바람 타고 여무는 '大베이징'의 꿈
    베이징은 참 이상한 도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 중 하나인데도 제대로된 강하나 없다. 그렇다고 바다를 옆에 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반 소도시라면 이것이 약점이 될 수 없겠지만 인구 1000만 명을넘는 대도시의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멀리 돌아볼 것 없이 중국 내에서만 봐도 베이징은 배가 강을 거슬러 도심까지 들어올 수 있는 상하이는 물론 톈진(天津), 난징(南京)등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 지리적으로 열악한 조건에 놓여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남방 사람들은 베이징을 가리켜 수도라는 것만 믿고 정치적으로 위세를 떤다고 놀려댈 정도다. 사실 베이징 사람들에게 이러한 지적은 좀 억울한 것이었다. 적어도 개혁·개방전까지는. 개혁 · 개방전 베이징은 정치적으로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국 최고였다. 이는 단순히 공업 생산량만 의미하는것은아니다. 베이징은 이른바 라 오쯔하오(老字號) 라 불리는 유명 상표들이 집증 생산되는 곳이었다. 1958년 출시한 중국 최초의 승용차 ‘징강산‘ (井崗山)을비롯해 ‘무단‘ (牧丹) TV. ‘쉐화‘(雪化) 냉장고 그리고 ‘쇼유깡‘ (首綱)이라 불리는 중국 최고의 철강 산업 체까지 베이징은 말 그대로 정치 ·경제의 증심지였다. 하지만 개혁·개방 열풍은 베이징으로부터 경제 중심지라는 말을 사정없이 빼앗아가 버렸다. 그렇다고 베이징이 모든 산업기반을 잃고 소비도시로 전락한 것은 아니지만, 그 누구도 지금의 베이징이 중국 경제의 1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 영예는 이미 선전,광저우(廣州)를 지나 상하이로 넘어간지 오래다.

    올림픽은 기회인 동시에 제약

    올림픽 바람 타고 여무는 '大베이징'의 꿈
    물론 베이징도 개혁 · 개방 이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중간춘(中關村)을 중심으로 하는 정보기술(IT)산업의 신속한 발전은 지금의 베이징을 칙칙한 중화학공업 중심 도시에서 산뜻한 IT산업의 메카로 변신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베이징이 이렇게 뛰는 동안 다른 도시들은 비약을 거듭했다. 특히 베이징의 라이벌인 상하이는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변했다. 새로 건설된 푸둥 신도시의 위용은 베이징이 비교대상 조차되지 못할 정도로 눈부시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징은 미래의 확실한 위상을 요구받고 있다. 지금처럼 정치 중심지의 기능을 가지면서 경제적으로 다른 도시들의 추월을 감내할것인지, 아니면 다시 용솟음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 것인지. 물론 베이징의 선택은 주저없는 제2의 도약이다. 2008년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는 베이징이 단순히 정치적 중심지로 자신의 위상을 한계지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실제로 을림픽은 기회이면서 베이징 자체로는 명백한 제한이기도 하다. 그린 올림픽을 표방하고 시내의 공장들을 모두 교외로 철수시킨 베이징이 경제적 도약을 위해 시내에 다시 산업기반을 유치한다는 건 쉬은 일이 아니다. 특히 올림픽위원회가 요구한 대기 정화 표준을 맞추기 위해 자동차 운행은 물론 가정용 난방까지 제한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에 대한 대안 으로 활발하게 논의되는 것이 대베이징 건설계획이다. 대베이징의 개념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위상에 한계를 느낀 톈진시가 그 동안 베이징에 줄기차게 통합을 제의해 왔다. 서울과 인천처럼 인접해 있는 베이징과 톈진을 통합해 항구를 낀 거대 수도로 만들자는 제의였다 .



    올림픽 바람 타고 여무는 '大베이징'의 꿈

    개방도시 톈진에는 다수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톈진의 손짓에 베이징은 별다른 대응 없이 일관해 왔다. 한마디로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림픽 유치 신청과 함게 달라진 상황은 베이징이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선택을 미룰수 없게 했다. 그래서 베이징은 이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중국의 저명한 건축가이자 중국과학원 원사인 칭화대학의 우량용(吳良鏞) 교수에게 위임했다. 지난 10월 11일 우교수의 주도 아래 100여명의 전문가들이 2년에에 걸쳐 마련한 미래의 베이징에 대한 청사진이 건설부심의를 통과했다. 정식 공포된 청사진의 명칭은 ‘베이징 . 톈진. 허베이성 북부-대베이징 지구-도시 및 농촌 공간 발전계획 연구‘ 이다.

    86년 제기된 프레드맨 (J. Fredmann)의 ‘세계도시 가설‘에 기반을 둔 이번 계획의 핵심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톈진, 탕산(唐山),바오딩(保定) 랑팡등 주변도시를 베이징-톈진-탕산, 그리고 베이징-톈진-바오딩 두 개의 삼각형 지구로 묶어 대베이징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또 이 대베이징을 중심으로 주변의 청더(承德),친황따오(泰皇島),장자커우(張家口), 창저우(滄州),스자좡(石家莊)등의 도시를 포괄하는 송이 모양의 광대역권이 건설된다. 이 계획대로라면 미래의 베이징은 중심 면적만 7만km2에 달하고 인구 4000만 넘는 대도시가 된다.

    이번 계획은 대베이징 건설과 동시에 지금의 베이징 도심 및 근교, 그리고 위성도시를 아울러 10개의 집단 영역으로 나누고 도심인구의 분산을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시가 의욕적으로 추진있는 중심상업지구(CBD)를 중심으로 도시 전역의 역할을 분담시킴으로써 도시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도심인구 분산에 대해 비판의 소리 역시 크다. CBD의 인구를 근교로 분산할 경우 출퇴근 문제가 발생하고, 주위의 위성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20만명에 가까운 직장인들을 생각할때 그냥 지나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우교수는 ”장기적으로 보면 도심의 분산 이외에는 베이징의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할 공간 확보가 힘들다‘며 분산계획의 계속적인 추진을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일부의 반대에도 대베이징 계획은 직접적 대상인 베이징은 물론이고 긍극적으로 중국전체에 많은 경제적 파생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번 계획은 그동안 발전 방향을 못 잡아 주춤하던 베이징과 톈진 경제는 물론, 지금 거론되고 있는 주변 도시들의 경기를 촉진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포화상태에 이른 베이징 도심의 분산은 단순히 분산에 그치는것이 아니라 소비력을 가진 집단의 확산에 근거해 위성도시들의 자생력 향상과 균형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수도권의 경제적 강점들을 주위 도시들과 공유함으로써 이 지역의 경제적 효과는 물론 문화적 발전을 촉진시킬 것으로 본다. 우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적어도 베이징과 톈진 사이의 경제적· 문화적 격차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동북아에 본격적인 세계도시의 개념을 갖는 거대도시가 탄생함으로써 베이징이 정치·경제·문화는 물론 국제적 중심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다. 대베이징은 결국 중국내에서는 상하이를 비롯해 남방에 치우친 경제 발전의 활력소를 북방으로 이식하여 대베이징 지구의 경제발전에 영향을 끼치고, 국제적으로는 동북아의 중심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이 과정은 을림픽이라는 호재를 통해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대베이징 건설 계획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렇게 되면 지금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천 허브공항 계획이나 제주도 자유도시화 계획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기존 베이징과 그 주변도시에 대한 우리의 진출 전략도 근본적인 수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베이징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