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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오태석의 신작 ‘지네와 지렁이’

해학으로 음울한 미래 풍자

  • < 김방옥/ 연극평론가·동국대 연극영화과 교수 > oksu@netsgo.com

해학으로 음울한 미래 풍자

해학으로 음울한 미래 풍자
오태석이 환경문제를 다룬 생태연극 ‘지네와 지렁이’를 올렸다고 해서 화제다. 그러나 실은 놀랄 것도 없다. 그는 원래 생명의 연극, 혹은 생태적 연극을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오태석은 일찍이 1970년대에 모두가 답답한 응접실 연극을 할 때 바퀴 달린 의자와 미끄럼틀을 무대에 도입해 ‘움직이는 연극’을 시도했으며, 80년대에는 실내에서도 구두 신고 다니는 무대 관행 대신 온돌방에서 맨발로 날뛰는 살아 있는 인간들을 도입했다.

그의 연극이 늘 생기와 재기발랄함에 넘치지만 도무지 줄거리와 내용을 따라잡기 힘든 것은 이번 연극에서도 여전하다. 우선 무대에는 강원도의 첩첩산중과 폐광 관광단지의 카지노가 공존한다. 여기서 꽃들과 얘기를 주고받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라는 동화적 환상, 3000년 묵어 인간으로 환생하는 지네와 지렁이라는 설화적 세계, 그리고 공해에 찌든 한국인들이 외국으로 대거 이민하며 일본인들에게 조직적으로 장기를 판다는 음울한 미래의 현실, 또한 몇년 전 양양에서 작전실패로 서로 총을 쏘아 자살한 11명의 북한 침투조와 얼마 전 일본 어뢰에 피격된 우리 잠수함 등의 시사적 사건들이 시간과 공간,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만화경처럼 전개된다.

작품의 기본구조는 산속과 지하 카지노라는 상반된 무대공간이 보여주듯, 자연과 문명이라는 이분법이다. 여기에 추하고 더럽게 느껴지면서도 가장 오염되지 않은 생태계의 상징이며 가끔은 신비한 도력과 연관되기도 하는 지네와 지렁이가 등장한다. 이들은 주술의 힘으로 인간 세상에 떨어지는데 그곳이 하필이면 아비규환의 장기판매자 대기수용 캠프다. 우리 현실의 단면이기도 한 이 수용소의 참혹하고 괴기한 악몽들은 정의파로 설정된 지네와 지렁이의 비분강개와 종결부의 다소 뜬금없는 오리 떼로의 변신(오리는 공해에 가장 강한 동물이라는 설명이다)에 의해 대충 수습되고 이들은 산속으로 다시 ‘유턴’한다. 그런데 이런 기본구조에 끼어드는 간첩자살조, 잠수함 피격 등의 현실적 사건들과 일본인으로 귀화해 장기판매상이 된 사진사, 그의 앞잡이가 된 무장공비, 난데없는 친일파 인사 최남선의 출현들을 소화해내기란 쉽지 않다.

90년대 초 ‘심청이는 인당수에 왜 두 번 몸을 던졌나’ 이후 오태석에게는 점점 현실비판적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환경문제 외에 생명의 중요성, 이민 문제, 남북 분단의 문제, 과거 친일문제, 대 일본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견해를 노골적으로 피력한다(개중에는 긴 안목에서 일본까지도 포용해야 한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무대를 꽉 채우는 열기와 번뜩이는 재치가 ‘역시 오태석’이라는 감탄을 자아내지만, 전작들의 되풀이라는 느낌도 점점 짙어져 이러다가 그의 연극성이 자칫 당의정의 달콤한 껍데기처럼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문득 걱정이 된다.







주간동아 317호 (p82~82)

< 김방옥/ 연극평론가·동국대 연극영화과 교수 > oksu@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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