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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좀 볼래?” … 인도-파키스탄 한판 붙었다

인도 국회의사당 총격 이후 관계 급속 악화… 역사적 舊怨 여전, 외교관 추방 등 강경 맞불

  • < 이지은/ 델리 통신원 > jieunlee@hotmail.com

“맛 좀 볼래?” … 인도-파키스탄 한판 붙었다

“맛 좀 볼래?” … 인도-파키스탄 한판 붙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해묵은 원한이 다시 전쟁으로 이어지는가? 세계의 이목이 양국 국경에 집중된 가운데, 두 나라는 국지적인 전투와 외교전, 그리고 ‘말싸움’에 이르기까지 전면전을 제외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경지대 수천개 마을에 소개령(疏開令)이 내려진 가운데 양국은 병력을 국경지대로 전진 배치해 전면전에 대비하는 태세다. 미국은 두 핵 보유국의 군사행동에 우려를 표명하며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47년 카슈미르 편입 문제로 분쟁 촉발

지난해 12월13일 18명의 사상자를 낸 인도 국회의사당 총격사건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되었다. 인도 정부는 이 사건이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테러조직 ‘라쉬카리 토이바’(천국의 군대)의 소행이며, 파키스탄 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음모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부인 성명을 내고 합동조사를 제안했으나 인도 정부는 이를 묵살했다. 인도 정부는 즉각 파키스탄 주재 인도 대사를 소환하고 인도-파키스탄 간 버스와 기차 운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테러집단에 대한 지원을 즉각 중단하고 테러범들을 잡아들여 법대로 처단할 것을 파키스탄에 촉구했다. 파키스탄은 라쉬카리 토이바, ‘자이쉬 모하마드’(마호메트의 전사) 두 테러조직의 은행계좌를 동결하는 선에서 ‘성의표시’를 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 외교관을 간첩혐의로 추방하고 파키스탄 주재 인도 외교공관원을 반으로 축소하는 등 강경노선으로 일관했다. 파키스탄 국적기의 인도 영공 통과 불허라는 경제적 조치도 뒤따랐다. 이번에는 파키스탄 정부도 똑같은 보복조치를 취함으로써 맞대응으로 나섰다. 게다가 추방된 파키스탄 외교관이 불법감금과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진상을 규명해 줄 것을 인도 정부에 요구했다. 이 같은 공방은 전쟁 발발의 고비가 넘어가고 외교전으로 돌입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1971년 당시 인디라 간디 인도 총리가 10개월의 장고 끝에 인도-파키스탄 전쟁을 일으켰음을 상기시키며 속단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미 세 차례 전면전을 치른 바 있다. 지난 99년에도 카슈미르의 카르길 지역에서 대규모 국지전이 11주나 계속되었다.

역사 깊은 양국간 분쟁의 뿌리에는 카슈미르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원래 한 나라였던 인도와 파키스탄이 1947년 영국으로부터 분할 독립할 당시, 이슬람교도가 다수를 차지하는 카슈미르는 파키스탄에 소속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힌두교도인 이 지역 통치자와 인도 정부의 협정으로 카슈미르는 인도의 한 주로 편입되었다. 이후 카슈미르의 이슬람교도들은 인도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해 왔다. 파키스탄 정부도 카슈미르의 장래는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며 분리주의 운동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최근 20년 사이에는 운동의 과격화 양상으로 테러단체가 급증하여 인도는 끊임없는 테러위협에 시달렸다. 2000년 10월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카슈미르 주의회 의사당 폭탄테러 이후 인도 정부는 새로운 테러방지법의 입법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해 왔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지난해 12월13일의 국회의사당 총격사건은 인도 정부에 좋은 구실을 마련해 준 셈이다.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던 테러방지법 입법 문제가 해결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모든 정당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테러와의 전쟁에 나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짭짤한 부수입은 국민 여론을 반(反)이슬람으로 이끌어냄으로써 힌두교 원리주의 정당인 제1여당 인도인민당(BJP)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2월 중순으로 확정된 우따르 쁘라데쉬 주의회 선거에서 패배할 것으로 예측된 인도인민당은 파키스탄과의 전쟁 분위기에 힘입어 대 역전극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의사당 총격사건이 인도 국내 정치에서 어느 정도 호재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 치안과 국민의 안전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바지빠이 정부가 큰 실책을 드러낸 것임에는 틀림없다. 게다가 바지빠이 정부는 파키스탄의 테러위협에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많은 인도인들은 이번 일이 최근 국제무대에서 구겨진 인도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아프간 전쟁으로 미국이 파키스탄과 밀월관계를 유지하자 인도는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인도 언론은 국제적 연대 속에 수행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인도의 역할이 없는 데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다.

또 인도에서 전쟁 여론이 들끓던 지난해 12월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중-파키스탄의 우호를 과시한 것도 인도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중국은 인도의 과거 교전국일 뿐 아니라 현재도 경쟁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중 카슈미르 문제는 그 뿌리부터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중국의 협력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구겨진 인도의 ‘자존심’ 문제를 일찌감치 눈치챈 미국은 양국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의사당 총격사건이 발생한 바로 다음날 파월 미 국무장관이 자쉬완트 싱 인도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주 인도 미국 대사도 인도 외무장관과 두 차례 이상 회견을 가졌다. 또한 의사당 총격사건 후 인도 정부가 주요국 외교사절들을 초청하여 가진 브리핑에도 미국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불과 몇 시간 후 부시 미 대통령은 무역센터 테러 100일 기념 연설에서 라쉬카리 토이바를 불법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동시에 파키스탄은 반테러 국가라는 종전 입장을 명백히 함으로써 바지빠이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양국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미국도 난처한 상황이다. 인도가 원하는 것은 파키스탄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올리는 것이지만, 미국으로서는 이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빈 라덴을 숨겨준 죄를 물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미국이 인도의 파키스탄 공격을 계속 저지할 경우, ‘이중적 잣대’라는 비난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의 국제 문제 전문가들은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이 실익도 없는 전쟁을 큰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감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실용주의적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당사국들에게 이것은 실용이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다. 인도는 1월 카트만두에서 열리는 남아시아 지역협력연합 정상회담에서의 양국 정상간 비공식 대화 가능성마저 일축한 채 파키스탄이 먼저 테러범 소탕으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고집했다. 파키스탄도 ‘우리는 할 만큼 했다. 더 이상 숙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전쟁 발발 여부는 미국이 두 당사국의 자존심을 상쇄할 만한 조건을 평화의 대가로 제시할 수 있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317호 (p46~47)

< 이지은/ 델리 통신원 > jieun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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