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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한화갑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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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한화갑 상임고문
1. 무엇보다도 먼저 뉴라운드 협상이 우리 경제 전체로 보자면,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것을 이해해야 함. 우리나라는 그 동안 자유 무역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 가운데 하나로, 80년대 후반 이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에도 위기감이 팽배했지만 경제적으로는 득이 됐던 경험이 있음.

○ 다만 뉴라운드 협상으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농수산업과 일부 서비스 분야, 그 가운데서도 농수산업 분야에 대한 피해 보전을 사회 정책 차원에서 적극 추진해야 함. 서비스 분야의 경우는 경쟁을 촉진해 국내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됨.

○ 농수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피해를 보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를 유도할 필요가 있음. 다만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농어촌 구조 조정을 위해 10년간 42조원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던 과거의 정책 실패를 참조해야 함. 즉 농어업의 대형화를 유도한다는 명분에서 돈을 쉽게 구해 쓸 수 있게만 해줄 경우는 오히려 농어촌 가계의 부실화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음.

○ 그보다는 농어촌 가계에 대한 실질적인 소득 이전 정책과 교육 및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주거 환경 개선 정책에 주안점을 둬야 함. 그렇게 함으로써 농촌을 살기 좋은 곳으로, 떠나는 곳에서 돌아오는 곳으로 바꿈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농어업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함.

○ 쌀 시장 개방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할 여지가 많지 않음.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최소 시장 접근 방식을 채택해, 관세화를 최대한 늦췄지만 2004년 이후 본격적으로 관세화에 대한 논의가 불거져 나올 것임. 우리 쌀 시장이 공급 확대와 수요 저하 등으로 국제 경쟁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가능한 관세화 논의를 유예해야 하나 국제적인 논의 과정 자체를 참조해가면서 쌀 수입국들과 공동 보조를 취할 필요가 있음.



2. 현재의 재벌 정책은 30여년 전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총체적으로 경제 환경에 맞는지 여부를 점검해볼 필요는 있음. 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의 재벌 정책 재검토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단지 기업의 투자 의욕을 되살려 경기 회복을 유도하겠다는 발상에서 재벌 기업에 관한 각종 규제를 폐지 혹은 완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음. 따라서 재벌 정책은 단순히 단기적인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다룰 것이 아니라 30여년 이상 계속돼온 재벌 정책을 재검토하는 중장기 차원에서 다뤄야 함.

○ 현재 우리 재벌의 문제는 크게 ▶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에 집중하지 못하는 비관련 다각화 문제와 ▶ 소수의 경영권 독점이라는 기업 지배(corporate governance)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이 두 문제에 대해 별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

첫째, 다각화 문제는 외환 위기 이후 핵심 역량에 집중하지 못한 많은 재벌 기업들이 스스로 부실화돼 퇴출된 예가 있으므로 기업들의 학습효과를 기대해볼 만한 면이 있음. 따라서 이 분야의 각종 규제는 많이 줄여도 됨. 다만 출자 총액 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향후의 기업의 행태와 경제 상황을 반영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해 가면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임.

둘째, 그러나 기업 지배 구조 면에, 아직도 우리 재벌 기업들은 경영이 불투명하며 권한과 책임의 분배가 불확실하며, 소수 주주의 권익 침해가 다반사로 일어남.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규제는 새로운 경제 현실을 반영해 오히려 강화할 필요가 있음. 이는 국제 경영계가 요구하는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에 부합하는 길이기도 함. 집단 소송제의 도입을 포함해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입법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임.

3. 그 동안 금융 부문의 정상화를 위해 은행 민영화의 필요성이 숱하게 제기돼 왔지만, 민영화를 쉽사리 진행할 수 없었던 것은 국내에서 거대 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집단은 재벌들뿐이었기 때문임. 그리고 재벌들이 은행 인수에 대해 국민들이 부정적인 것은 재벌 계열 은행이 그렇잖아도 재벌에 대해 부차별 대출을 해주고 있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임. 따라서 재벌의 은행 인수가 위헌이라거나, 은행 지분을 외국계에는 내다 팔면서 우리 재벌이라면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은 곤란함. 그보다는 환경 변화에 따라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거나 혹은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허용해줄 수 있음.

○ 외환 위기 이후 재벌 기업과 금융 부문의 취약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것이 현 상황이어서 무조건 허용에는 찬성하지 않으며, 재벌의 은행 지분 인수가 빚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전제 조건을 갖출 경우에 한해 찬성할 수 있음.

4. 원칙적으로는 공기업 민영화에 찬성하는 입장임. 경제 이론에서 얘기하는 ‘공유 자원의 비극‘에서 보듯, 모두가 주인이면서 동시에 아무도 주인이 아닌 자원이나 조직은 오남용 되거나 잘못될 가능성이 높음. 그러나 철도와 수도, 전력과 같은 국가 기간 부문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음.

○ 민영화 자체가 목표일 수는 없으며,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의 효율성을 크게 제고시킬 수 있는 경우에 한해야 함. 특히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노사 분쟁 등을 감안하면 민영화의 효과가 아주 큰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함.

○ 외자 유치, 특히 외환 위기를 겪은 국가 입장에서 외자 유치는 최선의 선택임. 그러나 외자 유치 자체가 본질적으로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음. 오히려 개방 경제 체제 하에 외자의 자유로운 유출입을 막는 것은 나쁨. 중요한 것은 외자 유치를 통해 해당국 경제가 실제로 경쟁력을 회복하느냐 여부임. 예를 들어 8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는 엄청난 규모의 엔화가 들어와 미국의 주요 부동산과 기업들을 사들였음. 그러나 90년대 미국 경제의 경쟁력이 회복되면서 미국은 다시 이들을 대부분 사들였음.

○ 다만 우리의 경우 구조 조정, 즉 부실 기업과 금융기관의 처리와 공기업 민영화를 지나치게 외자에만 의존하려 한 점은 비판할 수 있음. 은행 민영화 문제처럼 공기업 민영화 역시 재벌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음.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의식하면서 공기업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외자 유치에만 의존하게 됨. 따라서 양자간에 균형 감각이 필요함. 또한 외자, 재벌 자본 외의 자본을 공기업 민영화에 적극 끌어들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함. 예를 들어 국내에 시중 부동자금이 200여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돈을 끌어들이는 방식의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 조정이나 민영화도 적극적으로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음.

5.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재조명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법인세 폐지론이 나오거나 적극적으로 삭감하는 곳은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 불과함. 우리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법인세 폐지 혹은 대폭 삭감 논의는 이르다고 할 수 있음. 그러나 경기 조절적인 성격의 법인세 부분 조정 논의는 가능하다고 봄.

○ 그동안 고도 경제 성장 과정에서 튼튼한 재정은 경제 체질 강화의 기본이 돼 왔고, 외환 위기 이후 150조원 이상의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해 체질 개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재정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임. 더욱이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 과정에서 팽창적인 재정을 운용해왔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향후 재정의 불안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음.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의 폐지 혹은 대폭 삭감 주장은 재계 일각의 주장일 뿐임. 당장 이런 조치는 경기 부양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음. 그렇찮아도 방만한 운용으로 전체 상장 기업의 4분의 1 이상이 금융 비용도 벌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세제 상의 혜택은 기업 체질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음.

○ 오히려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감안하고 근로 소득자들이 외환 위기 이후 상대적 피해가 더욱 컸던 점을 고려한다면, 근로소득세를 대폭 감세해주는 사회 정책을 고려해볼 만함. 이는 근로소득세가 매년 목표 세수치를 늘 초과 달성하는 데다가 내년 이후 경기 회복 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다른 분야의 세 수입이 늘 것이기 때문에 가능함.

6. 정리 해고 도입을 포함한 노동 시장의 탄력성 제고 정책은 외환 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돼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임. 경제의 효율성 제고에도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됨. 이제 와서 이런 방식을 버리고 유럽형의 고용 확대 정책을 노동 정책의 근간으로 돌리는 것은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수반할 것이며, 노동 시장의 탄력성을 제고하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음. 다만 직업 공유(job sharing) 등 유럽 노동 시장의 긍정적 관행들은 사회 정책의 일환으로 부분적으로 도입하거나 권장할 필요가 있음.

○ 그러나 경기 상황에 따라 해고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유럽 노동 시장 관행은 당장은 근사해보일지 모르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기업의 파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도 있음. 이 때문에 이런 유럽의 노동 시장 정책을 경제 전문가들은 시장 기능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부르는 것에 빗대 ‘보이는 발‘(visible foot: 정부가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빼앗아 근로자들을 걷어차 버린다는 뜻)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음. 유럽에서조차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 형편임.



주간동아 317호 (p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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