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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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간 조폭 “교권을 세워라”

  • < 김의찬/ 영화평론가 > sozinho@hanmail.net

    입력2004-12-10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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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로 간 조폭 “교권을 세워라”
    영화 ‘친구’의 흥행 이후 조폭들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인 영화가 유행이다. 개인적으로 조폭영화가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거나 폄훼될 장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상업영화로서 미덕을 갖춘 영화라면 흥행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실패할 테니까. 그런데 외견상 비슷한 영화들이 지나치게 많아진 건 아닌지 생각되기도 한다.

    ‘두사부일체’는 이른바 하이 컨셉트 영화로 봐도 무방하다. 조폭 두목이 고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고등학교에 들어간다면? 영화는 간단한 설정에서 출발하며 내용이 단순 명료하다. ‘두사부일체’는 “두목과 스승 그리고 부모는 하나다”는 뜻이라고 한다. 또한 조폭영화치곤 계몽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막상 학교로 돌아간 조폭 두목이 교사들 편에 서서 의로운 싸움을 전개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영화엔 교사의 체벌, 항의하는 학부모들, 그리고 타락한 교권이라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워낙 코미디적 성격이 강한 영화라 충격이 덜하긴 하지만 의외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글쎄, 한국이라는 곳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행복했던 시절로만 추억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나 역시 ‘빨리 여기서 벗어났으면’ 하는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편이다. 선생님들의 체벌은 언제나 무서웠고, 거기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게 늘 불안했다. 그럼에도 ‘두사부일체’는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뭔가를 희생했다는 느낌을 조금은 남긴다. 그게 뭐였을까. 교사들의 자존심? 교권의 숭고함?

    난 영화를 본 뒤 어느 여선생님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을 떠올렸다. 그 선생님 수업은 예습 복습을 열심히 하면서 어떻게든 선생님 마음에 들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덕분에 다른 과목보다 늘 성적이 조금씩은 좋았던 편이다. 지금은 어느 학교에서 철없는 제자들을 가르치고 계실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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