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4

2001.12.20

“의욕만으론 만리장성 못 넘어!”

철저한 對中 마스터플랜 필요 … 정·산·학 협동, 홍보·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힘써야

  • < 양필승/ 건국대 교수·서울차이나타운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 psyang@seoulchinatown.com

    입력2004-12-08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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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욕만으론 만리장성 못 넘어!”
    12월5일 중국 창춘(長春)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고선지 장군이 문득 떠올랐다. 과감한 전략과 빈틈없는 준비로 당나라의 실크로드 장악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인물. 그는 동서양 문물의 융합에 공헌한 ‘한국인’으로 세계사에 기록돼 있다.

    중국 열풍이 불어닥친 현 상황에서 고선지 장군의 지혜가 너무도 아쉽다. 그 옛날 그의 과감하고 치밀한 전략이 오늘날 국가 차원에서 절실한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중국의 앞날에 다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올림픽 유치란 새 도약기회가 찾아왔다. 이처럼 비상하는 중국에 대해 일부에선 ‘황화론’ 따위의 대중(對中) 경계론을 강조한다. 다른 한쪽에선 무작정 만리장성을 단숨에 넘을 성급한 채비를 차린다. 거대한 ‘공룡’이 우리 곁에 이웃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과도한 불안과 초조가 공존하는 듯싶다.

    상생의 시대에선 ‘옆집’이 잘되는 것을 일단 좋은 일로 여기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인구나 자원 면에서 볼 때 우리가 알찬 실속을 챙기려면 적극 해외공략에 나서야 한다.

    시급한 것은 잘사는 이웃과 함께 우리도 함께 성장하는 ‘동반 상승’ 전략이다. 여기엔 중국의 발전을 우리의 기회로, 우리의 발전을 중국의 기회로 인식하는 대중관(對中觀)이 전제돼야 한다.



    대중 국가전략 수립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정부-기업-대학간 유기적 협동체제다. 물론 정부의 리더십이 우선돼야 한다. 지난 마약범 처형사건에서와 같은 경솔한 자세를 버리고, 중국의 정책뿐 아니라 중국인의 정서도 꼼꼼히 살피는 적극성과 체계적 노력이 요청된다. 아무래도 기업은 단기적 효과에 집착하고 대학은 장기적 결과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야말로 기업과 대학의 협조를 끌어내고 이들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은 늘 중국의 변화를 뒤쫓는 ‘막차 타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을 막연히 하나의 큰 덩어리로 보지 않고, 차별화를 통해 공략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막차 타기’ 습성에서 벗어나려면 미래를 지향하면서도 철저히 수익성을 따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내수시장 공략 없인 중국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TV나 신문을 통한 ‘한국 알리기’가 여의치 않다면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우리 기업의 중문(中文) 홈페이지는 형식에 그치는 데다 중국 네티즌의 접속을 위한 실질적 노력도 전무하다. 요즘 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휴대전화 생산업체 S전자는 중문 인터넷 사이트를 적절히 활용해 싸고 효과적인 선전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교는 우수 산업인력과 장기정책 개발을 위한 보루다. 단순히 어학훈련 수준에 머물기보다 중국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산학협동은 물론, 현장실무 경험자가 강단에 설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인 개개인의 의식전환과 사회제도의 변혁도 중요하다. 우선 재중동포(조선족)를 대하는 우리의 시각과 그들을 수용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재중동포들이 현재까지의 한·중 교류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음을 인정하고, 효과적으로 그들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의 화교들이 재중동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인색해서도 안 된다. 현재 영주권제도 도입을 위한 법률안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어 있는데, 이의 통과를 위해 여야가 공동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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