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3

2001.12.13

‘비틀즈’ 부모들의 교육방법

  • 조용준 기자

    입력2004-12-02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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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해리슨이 죽었다. 향년 58세. 존 레논은 지난 1980년 저 세상으로 먼저 갔고, 이제 비틀즈 멤버 가운데 살아 있는 사람은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뿐이다. 더블린 방문중 부음을 접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버티(아일랜드 총리)와 나는 비틀즈와 함께 성장했다”고 애도를 표했다. 그렇다. 청춘의 까닭 모를 열병과 고뇌를 비틀즈와 함께 앓았던 이들이 어디 한두 명이랴.

    조지 해리슨과 관련된 일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면서 역시 세계적 기타리스트인 에릭 클랩턴 사이에 조지의 부인 패티 보이드가 왔다 갔다 하면서 얽힌 스캔들이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늘씬한 팔등신 미녀로 모델 출신인 패티는 인도의 초월명상에 심취해 가정에 무심한 남편 조지를 떠나 평소 자신을 연모해 온 남편 친구 에릭의 품에 안겼다가 다시 조지에게 돌아왔으며, 이혼하고 다시 에릭과 결혼했다(이 결혼 역시 6년 만에 끝났지만). 패티가 자기에게 왔다가 떠날 때 에릭 클랩턴이 상심을 담아 쓴 ‘라일라’(Layla)는 불후의 명곡이 되었고, 다시 돌아온 패티와 결혼할 때의 환희를 담은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은 대중적으로 너무도 유명한 애창곡이 되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 부모의 기타 선물이 인생 바꿔

    비틀즈 멤버들은 모두 성장 환경이 좋지 못했다. 존 레논의 아버지는 존이 어렸을 때 가족을 버리고 떠났고, 어머니는 존의 양육을 이모에게 맡기고 외지로 돌았으며, 그나마 존이 16세 때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폴 매카트니의 어머니는 일종의 ‘대리모’였고, 폴이 14세 때 유방암으로 죽었다. 링고 스타는 6세 때 걸린 결핵과 늑막염 등으로 학교를 거의 다니지 못해 15세가 되어서야 겨우 읽기와 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조지 해리슨이 제일 무난한 가정환경을 가졌지만, 조지의 아버지 역시 가난한 버스 운전사였다. 이들이야말로 ‘개천에서 난 용들’이었던 셈이다.

    이런 이들에게 꿈을 심어준 것은 다름 아닌 기타였다. 존 레논의 어머니 줄리아는 아주 가끔씩 선물을 사들고 존을 보러 오곤 했는데, 그중 기타가 들어 있었다. 존이 기타 칠 때마다 이모는 “그까짓 거 가지고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고 야단쳤지만, 존은 결코 기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에 반해 조지 해리슨의 어머니는 다행히도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조지가 13세 때 기타를 선물로 사주고, 늘 열심히 연습하라고 용기를 북돋워주곤 했다. 이처럼 우연히 그들의 손에 들어온 기타 한 대는 존과 조지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특히 에릭 클랩턴에 비견되는 명 기타리스트로서 조지 해리슨의 기타에 대한 헌사는 그의 명곡 ‘내 기타가 조용히 우는 동안’(While my guitar gently weeps)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제 기타를 선물로 사주는 부모는 거의 없다. ‘기타 못 치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70, 80년대의 기타 열풍도 이제는 찾을 길이 없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의 손에 컴퓨터나 영어책이 들려 있길 원한다. 이 땅의 부모들은 오직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교육의 전부라고 여기는 듯하다. 골목길이나 운동장에서 뛰어놀며 습득해야 할 인성교육마저 ‘다이제스트한 과외’로 주입시키려는 판이니 더 할말이 없다. 영어 발음 잘하게 만들려고 멀쩡한 혀를 늘리는 수술을 시키는 부모도 많다(‘주간동아’ 312호 커버스토리 참조). 중국이 좀 뜬다고 하니까 ‘어려서부터 중국통을 만들자’고 화교학교에 아이를 보내려는 부모들의 경쟁도 가관이다. 기실 이런 짓들도 ‘아동학대죄’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비틀즈의 부모들은 가난하고 불행했지만, 아이에게 기타를 사주었고 무엇보다 마음껏 놀게 해주었다. 이런 자유분방함이 비틀즈 음악의 토대가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의 CEO들은 IQ(지능지수)가 높은 사람보다 EQ(감성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EQ는 햄스터나 모르모트처럼 우리 속에서 길러진 아이들에게서는 발현되기 힘들다. 허리띠 졸라가면서 아이들 비싼 영어학원 보내려고 안간힘 쓰기보다 지금 기타 한 대 사주는 것이 아이의 미래에 훨씬 더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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