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3

2001.12.13

네루-간디家 두 며느리 한판 붙었다

쏘니아-마네까 동서간 물고 물리는 싸움 … ‘정적관계 언제까지’ 인도 전역 예의 주시

  • < 이지은/ 델리 통신원 > jieunlee333@hotmail.com

    입력2004-12-02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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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루-간디家 두 며느리 한판 붙었다
    인도의 현대 정치사를 이끌어온 네루-간디가(家). 이 가문 두 며느리 사이의 정치적 반목이 점차 과열되고 있다. 두 사람은 인디라 간디 전 인도 총리의 며느리이며, 초대총리 네루에게는 외손 며느리가 되는 쏘니아와 마네까 간디다. 이들의 남편인 라지브 간디와 산제이 간디는 총리와 국민회의당 지도자로서 인도 정치계를 주도했지만 피살되거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후 두 미망인은 정계에 투신해 활동중이다.

    맏며느리이자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미망인인 쏘니아는 명실상부한 네루-간디가의 대표자로서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장해 왔다. 그녀는 국민회의당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980년 비행기 사고로 남편을 잃은 작은며느리 마네까는 선거에서 시아주버니 라지브에게 대항하는 등, 정치적으로 간디가에 맞서왔다. 무소속 국회의원인 그녀는 98년 이후 제1야당인 인도인민당에 협력하여 연립내각에서 장관직을 맡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월 초 마네까가 문화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동서간 다툼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문화부 장관에 취임한 마네까가 간디 가문과 관련된 각종 기구에서 쏘니아를 밀어냈기 때문이다. 마네까는 문화부 산하인 네루 기념박물관 및 도서관과 인디라 간디 예술센터의 새로운 운영위원 명단에서 위원장이던 쏘니아를 제외시켰다. 반면 마네까 자신은 문화부 장관 자격으로 위원회에 들어갔다. 야당의 반발을 고려한 총리의 중재로 쏘니아가 위원회에 다시 포함되기는 했지만, 쏘니아는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쏘니아를 위원장직에서 몰아낸 후 마네까는 또 다른 사건을 구실로 공세를 강화했다. 마네까가 시어머니 인디라 간디의 전기를 쓴 작가 캐서린 프랭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다. 마네까는 TV에 출연해 프랭크가 인디라 간디의 전기에서 자신과 남편 산제이에게 살인혐의를 뒤집어씌웠으며 이는 누군가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사주의 장본인으로 쏘니아를 지목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마네까는 프랭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리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던 동서간 다툼은 마네까가 문화부에서 통계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소강 상태로 접어든 듯하다. 그러나 마네까는 자신이 78일 만에 문화부에서 밀려난 것은 총리와 쏘니아 간 뒷거래의 결과라는 의문을 다시금 제기했다. 마네까의 자리 이동이 두 사람의 회동 직후에 일어났다는 점은 이 의혹을 더욱 가중시킨다. 만약 이 점이 사실이라면 쏘니아는 멋지게 복수한 셈이다.



    동서간의 불화는 자녀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쏘니아의 아들과 딸은 일찍이 국민회의당에 입당해 정치수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출신인 쏘니아가 총리가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기 때문에, ‘가문의 계승자’인 아들 라훌에게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한편 올해 성년이 된 마네까의 외아들 바룬도 정계 입문이 점쳐지고 있다. 국민회의당 관계자들은 “바룬이 아버지 산제이를 닮았다면 라훌보다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바룬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 자녀들에게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며 인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두 며느리 간의 반목이 어떤 국면을 맞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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