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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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넘치는 상하이 바람났네

거리 곳곳서 중년 남녀 혼외연애 열풍 … 여성 목소리 크고 생활 여유로 더욱 부채질

  • < 소준섭/ 상하이 통신원 > youngji@81890.net

    입력2004-12-02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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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넘치는 상하이 바람났네
    지금 상하이에는 유행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샹라셰’라 불리는 게매운탕이요, 다른 하나는 ‘훈와이롄’(婚外戀)이라는 혼외연애 바람이다. “상하이는 중국에서 가장 개방적인 도시 아닙니까? 새벽 1, 2시까지도 식당, 노래방, 댄스장, 가라오케, 호텔 등엔 중년 남녀들이 쌍쌍으로 몰려다니죠. 정식 부부는 거의 없어요. 모두 혼외연애랍니다. 상하이에서 최근 1, 2년새 붐이에요. 돈 있는 여자들이 연하의 남자를 데리고 다니는 경우도 많아요. 용돈 주면서 ‘키우는’ 셈이죠.”

    상하이에서 영업하는 한 택시 기사의 말이다. 그는 중국이 원래 결혼증명서 없는 남녀가 호텔에 같이 묵는 것을 불법화했고 여관ㆍ호텔 시설도 별로 많지 않으나 혼외연애자들은 아예 집까지 얻어 밀회 장소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인다.

    우선, 상하이 시민의 경제수준이 급상승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상하이 시민의 1인당 GNP는 3000달러 수준으로 중국 평균인 800달러보다 월등히 높다. 그리고 향후 5년 내에 1만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올 만큼 상승폭도 높다. 먹고살기에 급급한 고되고 각박했던 생활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게 되자 인생의 ‘질’에 신경 쓰게 된 상하이 사람들의 ‘심리적 공허감’이 혼외연애로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전에 한국에서 유행한 자유연애를 연상시키는 현상이다.

    혼외연애의 유행은 상하이의 독특한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상하이는 여성의 권리가 높다는 중국에서도 가장 유명한 ‘여성 우위’ 도시다. 남성들이 앞치마 두르고 밥짓고 시장바구니 들고 시장에 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손님이 와도 남성들이 식사 준비부터 설거지까지 도맡아 할 동안 여성들은 차를 마시며 손님과 담소를 즐긴다. 부인이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가정도 남편이 아침식사를 차린 뒤 회사에 출근했다가 퇴근하자마자 곧 앞치마 두르고 저녁 준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하이에서 며느리의 시집살이는 먼 얘기다. 명절에도 친정을 먼저 들른 뒤 시댁을 찾는다. 결혼한 뒤에도 여성은 거의 독립적으로 살며, 친정과 훨씬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 최근 상하이시가 실시한 ‘상하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가정 대소사를 부부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부인 주도로 한다는 가정이 85.1%로 10년 전보다 11.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95%의 여성이 개인의 고급 소비품 구입이나 친정 부모를 돕는 문제에 주도권을 행사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48.4%의 남성이 출가한 여성도 남자형제와 동등한 상속권이 있다고 인정했다. 남성의 21.4%는 아예 자녀들이 어머니 성을 따라도 좋다고 답했다.



    이런 결과가 반영된 탓인지 상하이 여성 중 90.1%가 결혼생활에 대단히 또는 상당히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여성 절대우위’ 상황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반항의 표시로 외도한다는 해석도 꽤 설득력이 있다.

    상하이 푸단대학 순중신 교수(사회학)는 혼외연애가 특히 실업상태의 남녀에게서 많이 발견된다며 경제력만으로 상대를 평가하려는 현실을 혼외연애의 한 배경으로 든다. “남편이 직장을 잃으면 부인이 남편을 물질적 기준만으로 평가해 무시하게 되고, 자기 비하에 빠진 남편은 쉽게 밖으로 도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많은 부부가 배우자에 대한 잣대를 물질적 기준에 두고 있는데, 이 물질적 기준이란 욕구 자체는 아주 무한한 것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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