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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바’ 인터넷서 성업중

동호회 사이트 통해 구인구직·손님 예약 … 관련정보 교환 오프라인 모임도 성행

‘호스트바’ 인터넷서 성업중

‘호스트바’ 인터넷서 성업중
이런 데서 일한 경험은 없습니다. 친구들이 많이 했져, 군대 가기 전…. 나이는 만 23이구요, 키는 170cm임다. 글고 몸무게는 57kg임다. 키가 좀 작지만 키 작은 게 흠입니까? 능력이 중요한 거지. 외모도 잘생겼단 말을 자주 듣습니다. 특히 귀엽다고들 하더군요. 암튼 열심히 일해보구 싶군요. 01×-492-××02.’(ID 민입니다)

‘강북 수유리 가게인데여! 부근에 단 한 개뿐이고 PR발 진짜 잘 먹히구여(미아리·노원·돈암동 15분 거리). 손님 많고…(중략)…선불·숙식 가능(빌라 30평, 방 3개). 속히 연락 주세여~! 01×-601-××54, 아무때나 연락하시고 안 받을 시 문자 부탁….’ (ID 레이스)

룸살롱 구인구직 광고가 아니다. 남자 접대부 일명 ‘호스트’를 원하는 광고다. 그것도 인터넷상에서다. 사회적 비판 여론과 경찰 단속을 의식해 은밀히 영업해 온 호스트들이 인터넷에 동호회 형태의 ‘둥지’를 튼 것.

이 신종 동호회의 ‘진입 장벽’은 거의 없다. 호스트 동호회가 특히 많은 한 포털사이트의 동호회 검색 코너. 검색란에 ‘호스트바’란 단어를 입력하자 금칙어(검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검색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한 유해 단어)여서 검색 불가능의 오류 메시지가 떴다. 그러나 다시 ‘호스트’를 입력하자 곧 61개의 호스트 동호회 명단이 펼쳐졌다(11월30일 현재).

이중 기자가 취재를 위해 회원으로 가입한 동호회는 7개. 지난 11월24일부터 30일까지 살펴본 이들 동호회의 문제성은 심각했다. ‘호빠’(호스트바) ‘선수’(호스트) ‘에이스’(업소에서 가장 잘 나가는 호스트) ‘와꾸’(용모) ‘마이킹’(선불) ‘박스’(남자 접대부 그룹) ‘쑈’(손님에게 성적 능력을 암시하거나 몸매를 소개하기 위해 호스트가 옷을 벗고 추는 간단한 춤이나 몸동작) 등 은어를 써가며 회원들간에 각종 호스트 관련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개설된 ‘호빠사랑’. ‘가입인사’ ‘호빠에서 생긴 일’ 등의 코너로 꾸며진 이 동호회 회원은 3900여명. 게시판에선 호스트바 안내는 물론 호스트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해 노골적으로 손님 예약을 받고 있다.

구인구직 광고도 게시판을 ‘도배’한다. 심지어 미국·일본·괌 등 해외로까지 취업이 이뤄진다. 지난 4월 개설된 ‘2002 월드컵 호스트’처럼 해외 구인구직 및 체험담 코너를 따로 마련해 ‘국제화’한 동호회도 있다.

‘신주쿠에서 호빠를 개업할 후배의 어려움을 덜고자 글 올립니다. 여행경비(여권·비자) 일체를 부담해 준다고 하니… 외국을 생각하시는 분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겠죠? 물론 일해서 갚는 후불제고요. 일본은 한국과 달리, 손님이 지명하는 지명제가 아니고 여러 명 같이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호스트는 몇 순위 안에 드는, 일본인도 선호하는 직업이라는군요. 키 175cm 정도에 군면제나 전역하신 분들, 35세 이하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01×-251-××86’(ID 일본사랑)

다른 동호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개설된 ‘호스트바의 선수들이여… 영원하라…’(회원 수 2200여명)의 ‘호빠 예약’ 코너. 이곳엔 ‘fen××란 업소를 아느냐’ ‘방배동의 talk ×××란 가게의 위치를 알고 싶다’는 등 호스트바 관련 문의와 답변이 넘친다. ‘에이스가 되기 위한 과정’이나 ‘초이스’(손님에게 ‘간택’되기 위해 하는 자기 PR)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개설한 지 한 달 된 ‘호스트 신(新)클럽’엔 지역별 비공개 소모임도 결성돼 있다. ‘건전한 화류문화 정착과 정보교환을 위한다’는 취지를 내건 이 동호회 회원은 540여명. ‘정모’(정기모임)를 갖는 서울지역 소모임에만 86명이 가입했다. 실제 이들은 11월25일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이곳에선 특히 호스트바 정보를 원하는 여성을 위한 ‘여성전용 멤버십 클럽’까지 운영하고 있다.

‘전국구 호스트’ 등 일부 동호회 자료실엔 호스트와 호스트 지망생의 인물사진과 키·나이·경력사항도 버젓이 올라 있다. 이들 중엔 대학생과 고교생도 있다. 역(逆) 원조교제를 원한다며 게시판에 휴대전화 번호와 e-메일 주소를 남긴 사례가 있는가 하면, 지난 9월 개설된 한 동호회는 비싼 호스트바 가격에 부담 갖는 여성을 위한 것이라며 ‘장소를 결정한 뒤 e-메일로 연락 주면 출장비 1만원, 마사지 및 풀서비스 3만원에 화끈한 밤을 책임진다’는 ‘출장 콜보이’를 표방한다.

호스트 동호회의 가장 큰 문제는 ‘그들만의 커뮤니티’에 그치지 않고 호스트바 정보를 퍼뜨려 퇴폐를 부추긴다는 것. 물론 회원 전부가 호스트는 아니다. 실제 ‘회원 명부’를 검색해 보면 연령대도 10~30대로 다양하고 여성도 상당수 섞여 있다. 동호회 운영자가 여성인 경우마저 있다. 회원 중 절대 다수는 ‘호스트 세계’에 호기심을 느낀 평범한 네티즌들인 셈.

이는 단골마담을 알아야 출입이 편하고 비밀이 보장되는 호스트바의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동호회 ‘여자도 즐길 권리가 있다’의 게시판에 오른 한 23세 여성의 글이다.

‘저희 꿈이 호빠에서 꽃돌군들과 즐겁게 놀아보는 거…^-^; 마스터님은 이쪽으로 잘 아시는 듯해서요. 저희가 욕구만 있지 어디 아는 게 있어얍지요. 좋은 곳 위치랑 돈은 얼마나 드는지…(중략)…손님으로 가는데 직업과 나이는 상관없겠죠? 답 좀~부탁.’ (ID 성××)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주고객층으로 ‘은밀한 거래’가 이뤄진 과거와 달리 호스트바에 대한 일반 여성들의 관심 또한 이처럼 적극적이다. 더욱이 예전 압구정동 청담동 논현동 등 서울 강남 일대에 포진했던 호스트바는 이제 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다.

‘호스트바’ 인터넷서 성업중
왜 이런 ‘불건전한 모임’이 인터넷에 등장한 것일까. 대다수 호스트 동호회는 최근 1년 새 집중 개설됐다. 동호회 회원이자 경력 5개월 된 한 호스트(24)는 “호스트간 정보교류 목적도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업소를 소개하고 손님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부대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답한다.

음란 동호회처럼 호스트 동호회도 ‘보안’을 이유로 회원자격을 철저히 등급화한다. 갓 가입한 회원은 ‘중요도’가 낮은 자료만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운영자가 요구한 ‘10문 10답’ ‘30문 30답’‘100문 100답’ 절차를 통해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한 뒤 ‘에이스’나 ‘마담’급 이상으로 ‘등급 업(up)’된 회원들은 그들만의 또 다른 커뮤니티를 별도로 공유한다.

호스트들은 점점 ‘음지’에서 ‘양지’로 향한다. 11월25일에도 ‘호빠’와 ‘선수’들을 소개하는 동호회 ‘호스트·주점·보도’가 개설됐다. 재정경제부가 한국소비자보호원 주관으로 불건전·불공정 사이트를 검색·제거하는 ‘전국민 인터넷 대청소’ 행사(www. consumerday 2001.or.kr)를 개최한 기간(11월29일~12월1일)에도 호스트 동호회는 여전히 ‘성업’중이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사이버소비자센터 손성락 팀장은 “이번 행사는 원칙적으로 위법성이 명백한 사이트를 주대상으로 했다”며 “아직 호스트 동호회를 접해보지 못해 유해성 여부는 사이트 내용을 파악한 후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홍순철 유해정보팀장은 “현재 불건전한 만남을 조장하는 구인구직·채팅 사이트 20여개를 대상으로 청소년 유해성 여부를 검토중이다. 불법이 아니라도 유해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12월 중 사이트 개선·폐쇄 등 시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라 밝혔다.

신세대 남성들에게 호스트가 ‘한번쯤 해볼 만한 직업’으로까지 여겨지는 비틀린 세태. 어쩐지 호스트들과 단속 기관의 ‘숨바꼭질’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주간동아 2001.12.13 313호 (p40~41)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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