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2

2001.12.06

한광옥 딴마음 대권? 당권?

경선 출마 시사로 與 대선구도 더 꼬여 … 金心 개입 여부에 관심 집중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1-24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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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광옥 딴마음 대권? 당권?
    민주당 한광옥 대표가 ‘숨긴 발톱’을 드러냈다. 한대표는 11월25일 대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와 관련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경선 출마를 시사했다. 한대표의 이런 움직임은 민주당 대선구도를 한층 복잡하게 몰고 갈 것으로 보인다.

    한대표는 “당이 집권할 수 있는 면모, 집권당으로서의 태세를 갖춘 후에는 누가 나가도 (당선)될 수 있다”는 ‘선공후사(先公後私)론’으로 자신의 출마 입장을 포장하고 있다. 출마 자격에 대한 문제 제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치밀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대표 주변에서는 지난 9월 대표 취임 때부터 여러 얘기가 흘러나왔다. 총재권한대행 신분이지만 단순히 관리자 차원을 넘어서는 역할까지 고려한다는 게 한대표를 보는 당 내외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소방수로 투입했더니 불지르는 격”

    한광옥 딴마음 대권? 당권?
    한대표의 최근 행보는 이런 판단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민심 기행과 조직 강화로 요약되는 한광옥식 정치는 대선 행보를 방불케 한다. 한대표는 지난 11월16일 경기 안양시 한 택시회사 방문을 시작으로 20일 경기 용인 강남대 강연, 25일 경기 용인 추곡수매 현장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특히 강남대에서는 “정국을 운영하는 정치철학을 배우고 있다”는 내용의 강연을 하기도 했다.

    한대표 주도로 지난 11월13일 이뤄진 중간 당직 인선도 지금까지 당내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박양수 조직위원장, 조재환 연수원장, 설송웅 직능위원장 등 한대표와 가까운 동교동 인사들이 기용됐기 때문. 40여개의 사고지구당 조직책 임명을 놓고 임명권자인 한대표와 다른 주자 사이에 미묘한 갈등 분위기도 감지할 수 있다. 한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몇몇 인사들은 최근 현역의원은 물론 대의원 접촉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대표 본인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개인사무실을 물색중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런 와중에 터져 나온 한대표의 경선 출마 시사 발언은 다른 대선주자들을 아연 긴장하게 만들었다. 아직 당내 불협화음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마저 ‘용들의 전쟁’에 가세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치열한 혼전양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주자의 한 측근은 “소방수로 투입했더니 오히려 불을 지르고 다닌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한대표의 경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다. 이상수 총무는 “한대표가 대권에 욕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대표의 측근들도 대표 취임 이후 당권에 대해 집착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재·보선 패배 직후 “지도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한대표의 한 측근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중립적인 한대표가 당을 운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대표는 재·보선 참패와 김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등 돌발상황으로 한때 위기에 몰렸지만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중도개혁포럼(회장 정균환) 등의 도움으로 무난히 당을 수습했다. 나아가 자신을 위기 국면으로 몰고 갔던 당 내홍을 반전의 승부수로 활용한 측면도 없지 않다. 김대통령이 당 총재직을 사퇴하기 전까지 여권은 사실상 박지원(청와대)-한광옥(당)-권노갑(당외)이라는 삼두체제로 운영돼 왔다. 그렇지만 쇄신파동을 거치며 박지원-권노갑 라인은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두 인사가 비운 공백은 대부분 한대표 수중으로 넘어갔고 이는 그가 내공을 쌓는 데 커다란 힘이 됐다.

    한대표의 경선 출마와 관련, 가장 큰 관심사는 ‘김심’(金心) 개입 여부다. 총재직을 내놓긴 했지만 여전히 김대통령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런 차원에서 한대표의 정치 행보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당내에선 김심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 한 관계자의 설명. “권 전 위원을 살려놓은 것을 잘 봐야 한다. 당초 쇄신파의 메인 타깃은 권 전 위원이었는데 김대통령과 박지원 전 수석이 유탄을 맞은 셈이다. 김대통령이 권 전 위원을 영향력 행사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한대표의 보폭을 잘 살펴봐야 한다.”

    김대통령이 퇴임 이후에는 한화갑 고문에게 기댈 가능성이 있지만 집권중에는 권 전 위원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경향이 강할 것이고 따라서 한대표의 경선 출마 의지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정치’에서 손뗀 김대통령이 무리를 해가며 한광옥 카드를 뽑아들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다.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파이에 비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한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을 권 전 위원이 배경으로 버티고 서 있는 동교동 차원의 거사로 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당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심이 묻어 있을 경우 당내 쇄신파나 야당의 반발을 사 더 어려운 국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대표의 움직임은 당권을 잡으려는 개인 차원의 정치적 계산이거나, 경선과 대선 국면을 주도하려는 권 전 위원과 동교동의 작품으로 봐야 한다.”

    김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이후 변화된 정치지형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동교동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당내 쇄신파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쇄신파의 한 관계자는 “쇄신연대를 조기에 결성한 것도 한대표를 중심으로 한 동교동 구파의 이 같은 비정상적 당권장악 흐름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한대표와 동교동이 일방적으로 당을 운영할 경우) 분당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경선 출마를 향한 한대표의 주변 여건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한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출신 성분이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제2의 창당을 검토중인 민주당은 첫째 조건으로 탈 DJ, 탈 호남을 내걸었다. DJ 비서실장을 지낸 그로서는 도저히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대표 프리미엄도 시빗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9월 경선에 출마하지 않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한대표를 발탁한 바 있다. “경선에 출마하려면 대표를 내놓고, 아니면 경선관리에 전념하라”는 요구가 이미 대선주자 주변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비서 정치를 마감하고 명실상부한 한광옥 정치를 선보이려는 그의 앞길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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