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1

2001.11.29

昌, 3色 전략으로 3金 뛰어넘기

DJ 중립 유도, JP 압박 고사, YS 수수방관 … 김대통령 정국운영 따라 변화 가능성

  • sk21@donga.com

    입력2004-11-23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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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昌, 3色 전략으로 3金 뛰어넘기
    어느 김(金)을 택하고 어느 김(金)을 버리느냐. 아니면 모두를 안느냐, 모두 버리느냐.’ 3김씨에 대한 고민은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에게 가장 중요한 선택사항 중 하나다.

    지금까지는 ‘불가근 불가원’의 태도로 일관해 왔다. 딱히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아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그러나 이제 정치 상황이 확 달라졌다. 3김씨에 대한 대응전략에도 무엇인가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됐다. 당 기획위 한 관계자는 “대표적 3김 청산론자인 이총재가 아무런 명분 없이 DJP식 연대 등과 같은 구시대적 정치행태를 답습할 수는 없지만 김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양김의 합종연횡 움직임, 영남신당설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자세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실제로도 이총재의 3김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자민련 출신 충청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한 것 역시 변화한 전략을 보여준다. “DJ(김대중 대통령)는 중립지대로 유도하고 JP(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압박을 통한 고사(枯死)로, 그리고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무시하거나 방관하는 정도 아니겠는가.” 이총재의 한 측근이 밝힌 입장이다.

    그렇지만 이총재 참모들은 “굳이 지금 당장 편가르기를 할 이유는 없다”며 ‘wait and see’를 강조한다. 정국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설명이다. “3김을 안고 가느냐, 아니면 버리느냐에 대한 득실 계산이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하다. 3김 퇴조는 역사적 흐름이다. 양김(JP와 YS)이 97년 대선처럼 독자적 변수로, 그것도 상수로 선거 지형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늙고 병든 호랑이 등을 타봐야 득될 게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긴 하지만 그들이 표를 모을 수는 없어도 깰 수는 있다. 이 점이 고민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총재 주변에서는 “3김을 각각의 개체로 분리, 대응하자”는 주장이 거론된다.



    우선 김대통령의 경우 적장(敵將)에서 타협 가능한 ‘평화유지군’ 정도의 상태로 견인, 대선 중립화로의 유도를 당면 과제로 삼고 있다. 방법론에서는 강온이 교차한다. 선택적 협력관계로 남은 임기를 보장해 주고 정책적 지원을 하자는 주화파(主和派)와 민심이 돌아섰을 때 몰아붙여 무장해제해야 한다는 주전파의 주장이 교차한다. 김대통령 스타일상 틈이 보이면 다시 묘수를 들고 뒤집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불신이 강공론의 배경이다. 이들은 김대통령의 당적이탈까지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총재측은 양측의 주장을 절충하는 화전(和戰) 양면 전략으로 임하는 느낌이다. 중립내각 요구 및 김대통령의 민주당적 사퇴, 국정원 및 검찰의 3대 게이트 커넥션 등에 대한 정치공세와 민생과 경제정책 등에 대한 협력 약속 등이 그 증거다.

    JP에 대해서도 주화파와 주전파의 방법론이 엇갈린다. “JP를 잡아 보수 성향의 표를 모으면 선거는 할 것도 없다”는 주화파는 최병렬 강재섭 부총재 등 주로 구 민정계 출신의 당내 중진들이다. 이들은 자민련의 교섭단체 허용 등을 통한 선택적 공조를 유지하는 것이 내년 대선에서 자민련을 원군(援軍)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첩경이라고 주장한다. JP를 껴안고 가면 YS-JP 연대는 존재할 공간 자체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젊은 소장파를 중심으로 “JP를 잡으면 수도권의 젊은 개혁 성향 표를 놓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JP와 덜컥 손을 잡았다가 수구 반동 연합으로 몰릴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 주전파는 “계속 몰아붙여 JP를 고사시키자”는 주장(상자기사 참조)을 내놓고 있다. 이총재는 이들과 시각이 비슷한 것 같다. 이총재는 김용환 강창희 의원을 영입해 JP와의 연대 가능성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용환 의원은 이총재에게 “JP와 절대 손잡지 말라”는 훈수를 두었고 이총재도 이 발언에 꽤나 무게를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총재측이 가장 난감해하는 인사는 YS다. 한 측근은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다”고 말한다. 이 측근은 “지금으로서는 어떤 떡을 줘도 받아먹기만 할 뿐 욕은 욕대로 할 것이다”며 백약이 무효라는 견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철저하게 무관심과 방관으로 YS를 상대하고 있다.

    이총재와 YS 사이에는 자존심 문제도 걸려 있다. “YS가 키운 인물”이라는 상도동 주장에 이총재측은 “정치 선배에 합당한 예우를 갖추겠지만 지나친 간섭(대선 참여)이나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고 있다. 가급적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속마음이다. 그렇다고 내칠 수도 없는 것이 한나라당의 현실이다. 당의 한 관계자의 푸념. “그가 어떤 상황을 만들어낼지 알 수 없고 대선 때 부산에서 그의 영향력도 예측할 수 없다. 솔직히 ‘wait and see’가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 대응 수단이다.”

    문제는 이총재로부터 무시당한 양김씨가 ‘묘수’를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치권에는 양김 신당, 영남후보론, 반창연대 등 실현 가능한 각종 시나리오가 떠돌아다닌다. 지난 10월 중순 노란봉투를 든 JP가 상도동을 찾은 이후 신당설은 부쩍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이 연대해 신당을 만들고 후보를 낸다면 영남세력의 부분적 격파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총재측은 신당설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두 인사의 보수신당설은 이총재의 대세론이 완전히 굳어지기 전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일 뿐, 제3후보를 내는 데까지 가기는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계산이자 바람이다. 그렇다고 해도 속으로는 부담을 떨치지 못한 모습이 곳곳에서 노출된다.

    지난 10월 한나라당의 싱크탱크 기능을 담당하는 모 부서에서 이총재에게 올린 보고서에는 이런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양김 연대 및 영남후보론에 대해 대응책’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에는 “신당을 밀면 결국 DJ만 도와준다는 이인제 학습론을 전파시켜 영남 신당 바람을 차단해야 한다” “여차하면 3김 전쟁을 선포하고 자민련 의원들을 대대적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지난 5월부터 수시로 한나라당이 제기한 사정설도 보수신당 및 정계개편을 잠재우기 위한 한나라당의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사정설 제기에 대해 “여권이 한나라당 일부 의원의 불법 혐의를 잡아, YS-JP 연합을 통한 정계개편을 시도하려는 것에 대한 김빼기 차원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총재의 3김 전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김대통령의 정국운영 구상과 국민 여론이다. 특히 김대통령의 선택과 태도에 따라 한나라당의 전략은 판이하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의 구상에 따라 나머지 사람들의 정치적 목표와 이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김대통령이 3김 연합을 통한 반창연대에 경사될 경우 이총재는 3김과의 전쟁을 선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대통령이 중립을 선언하고 민주당의 독자적이고 자생적인 대선구도가 가시화할 경우 김대통령과 2김1이 사이에는 또 다른 합종연횡 계산법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르면 내년 2~3월, 늦어도 지방선거를 전후해 임기응변과 상황논리로 일관하는 이총재의 3김 전략은 결단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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