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8

2001.11.08

“한국음악에 흠뻑 빠졌어요”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11-18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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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음악에 흠뻑 빠졌어요”
    “부채춤은 아름답고 정교하지만 한국인의 영혼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부채춤을 ‘한국문화의 정수’라고 소개하는지 의아해요. 사물놀이나 탈춤, 산조, 범패처럼 아름다운 전통이 더 많은데 말입니다.”

    이 정도면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어지간히 일가견이 있는 사람의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한 사람은 한국인이 아닌 벨기에인 자크 이브 르 덕트씨(34)다. 푸른 눈의 벨기에인이지만 그는 여느 한국인 못지않게 한국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이해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한국은 급격히 변화하는 나라입니다. 불과 30년 만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한국의 전통문화 역시 변화의 물결 속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하철이나 전화 등을 상상조차 못하던 옛날에는 산조 한바탕을 앉은자리에서 다 들을 수 있는 느긋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그럴 여유가 없고 산조를 ‘지루하다’고 여기게 되는 거죠.”

    한국문화에 대해 철학적이라고 할 만큼 진지한 자세를 보여주는 르 덕트씨의 본업은 음악회 기획자였다. 벨기에의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여러 음악회를 기획하던 중 한국음악을 접했다. 한국음악은 그때까지 그가 접한 어떤 나라의 음악과도 달랐다. 마침내 그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을 받아 한국에 9개월간 체류하며 한국 전통음악을 연구하는 ‘행운’을 잡게 되었다.

    “한국음악을 한두 마디로 요약하기는 힘듭니다. 소리와 소리의 미묘한 섞임이라고 할까요? 한국음악 중에서 특히 시나위와 씻김굿, 산조 등을 좋아합니다. 판소리 역시 인상적이지만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인들만큼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의 전통음악에 대한 책을 프랑스어로 쓰고 있는 르 덕트씨는 12월 말 벨기에로 돌아갈 예정이다. 하지만 곧 다시 와서 한국어와 한국악기를 배울 예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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