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8

2001.11.08

중국 러브 콜에 흔들리는 ‘돌부처’

  • < 정용진 / 월간 바둑 편집장 >

    입력2004-11-18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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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러브 콜에 흔들리는 ‘돌부처’
    국보급 기사’ 이창호 9단의 중국바둑리그 진출을 두고 바둑계가 시끄럽다. 한국기원이나 이창호 홈페이지는 팬들의 찬반논쟁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가니 못 가니’ 떠들썩한 중국바둑리그는 어떤 대회인가? 중국에서는 프로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종목이 바둑이라고 한다. 프로축구리그를 본따 1999년 만든 중국바둑리그는 각 성(省)이나 도시별로 겨루는 전국 단체전으로 갑조 리그(12개 팀)와 을조 리그(남자 17개 팀, 여자 20개 팀)로 나뉘어 연중 판을 벌인다. 각 팀 6명(2명 후보)으로 구성되며 1년 성적을 토대로 갑조 하위 2개 팀이 을조로 떨어지고 을조 상위 2개 팀이 갑조로 진입한다. 팬들에게 워낙 인기도 있거니와 각 지역의 성시(省市)가 자기 고장 명예를 내걸고 자체적으로 스폰서를 영입해 선수 뒷바라지에 물량공세를 퍼부으면서 ‘세계 최강’ 한국기사에 대한 용병 스카우트 전쟁이 붙었다.

    올해 처음으로 영입한 유창혁 9단을 비롯한 7명의 한국 용병 기사들이 기대대로 눈부신 활약을 보이며 소속팀을 상위로 끌어올리자 마침내 조훈현, 이창호 9단에게도 ‘러브 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이창호 9단에게 가장 적극적인 팀은 올해 갑조로 승격한 저장(浙江)팀. 특히 이9단과 라이벌로 유명한 마샤오춘(馬曉春) 9단이 직접 주장 자리를 내놓고 교섭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조건은 이9단의 바쁜 일정을 감안해 꼭 이겨야 할 중요한 대국 4판만 두는 대가로 5000만원 정도의 대국료를 지불하겠다는 것. 이9단은 아직 가타부타 의사표시를 않고 있지만, 전 대국을 소화하는 게 아니라는 점, 무엇보다 중국 내 이창호 9단의 열렬 팬에 대한 팬서비스 차원, 게다가 라이벌의 읍소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국내 팬들의 반응.

    이창호도 승부를 직업으로 삼는 프로기사인 다음에야 상금을 좇아 외국무대로 진출하는 건 당연하다. 국제무대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일본바둑이 오늘날 어떻게 되었는가. 이9단의 중국 진출을 찬성하는 쪽의 논리다.

    반대 논리는 이렇다. 이창호는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다. 세계대회도 아닌, 이겨야 본전인 중국리그에서 만일 참패라도 하는 날이면 국가적인 망신이다. 중국바둑의 기풍 연구 측면보다는 전력 노출의 위험요소가 더 크다. 한국기원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9단 개인이 결정할 문제이긴 하지만 국내 기전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을 걱정해 내심 가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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