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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가 토공 용역 정보 알려줬다”

백궁·정자 지구 매입 H사 관계자 … 성남시장 선거공약 왜곡 시비도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市가 토공 용역 정보 알려줬다”

“市가 토공 용역 정보 알려줬다”
분당 백궁·정자 지구 3만9000평 수의계약 및 용도변경 특혜의혹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이익을 본 쪽은 많지만 특정한 피해자는 없다는 점, 불법 소지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특혜 논란을 일으키는 재료들이 워낙 다양하게 포진해 있어 종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간동아’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 외에 성남시, 한국토지공사, 수의계약 업체인 H사 주위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의문들을 조명했다.



믿기가 어려운 성남시장의 해명

“市가 토공 용역 정보 알려줬다”
H사가 1597억 원의 거액을 주고 땅을 매입한 뒤 이 땅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용도 변경된 것에 대한 김병량 성남시장의 설명은 한 가지로 압축된다. “용도 변경은 98년 시장선거 당시의 공약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장이 선거 공약의 진의를 왜곡해 분당 주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유권자들에게 배포된 김병량 당시 후보의 선거홍보 팜플렛엔 상업용지 용도 변경 공약은 실려 있지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관돼 있는 김후보의 선거공약 중 용도 변경과 관련된 부분은 ‘분당 미개발 상업용지 용도 변경’이라는 13자에 불과하다. 성남시민모임 이재명 변호사는 “용도 변경이란 매우 포괄적인 표현이다. 선거 당시 김후보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용도 변경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성하 분당입주자대표협의회장 역시 “98년 당시 김시장이 지금 말하고 있는 의미로 선거공약을 이해한 분당 주민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백궁지역 아파트 추가 건립은 엄청난 감표 요인이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도 시장 후보가 그런 공약을 했을 가능성은 제로라는 것이 이변호사의 주장이다.



98년 5월 지역신문인 연합분당신문은 시장후보 토론회 자리에서 김후보에게 분당의 미분양지역 문제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당시 이 신문사 오동희 기자는 “김후보의 답변은 백궁 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이었다. 그래서 2차 질문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유세 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선거 이슈로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씨는 “김시장이 이제 와서 백궁 상업용지의 주거기능 추가를 98년 선거 때 이미 공약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백궁 부지를 매입했다 포기한 포스코개발측은 “각종 정보라인을 가동했지만 용도 변경과 관련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는 “분당·일산 도시설계 변경 수립을 위한 용역 내용을 외부 기업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대 공기업 포스코개발이 알아내지 못한 정보를 자본금 3억 원의 H사는 간단히 손에 쥐었다.

백궁 땅 매입을 주도한 H사의 관계자는 “한국토지공사와 매매계약을 맺기 전 성남시로부터 ‘한국토지공사 용역안이 제시한 용도 변경은 주거기능을 포함시키는 방향이다. 우리 시는 토공에 몇 가지 인프라 보완을 요구해 다시 용도 변경 신청을 받을 계획’이라는 구체적 정보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업자라면 이 정도 정보수집은 일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성남시는 한국토지공사의 14만 평에 대한 용도 변경요청 중 8만6000평에 대해서만 도시설계 변경을 확정지었다.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는 “따라서 H사 입장에선 한국토지공사의 용도 변경 정보만으로 자신들이 산 부지의 용도 변경을 확신할 수 없는 입장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땅 살 때부터 아파트 지을 계획이었다

H사 관련자에 따르면 H사는 99년 5월 땅 매입 당시 내부적으로 초대형 복합패션상가,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등 3가지 사업 아이템을 기획했다고 한다. 3가지 모두 용도 변경이 절대 필요한 사업들. 그런데 사업 개시 초기 H사에 돈을 댄 주요 전주들은 용도변경이 가장 어려운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을 주저없이 택했다고 H사 관계자는 전한다. 이후 2000년 5월 용도 변경이 이뤄질 때까지 1년여가 지나도록 H사 전주들은 사업 전환을 검토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H사는 백궁지역 땅을 매입하면서 현재의 사업진행 상황과는 다른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 H사 관계자는 “99년 5월 땅을 매입할 당시 99년 10월중으로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말은 H사가 이미 실제 용도 변경이 확정된 2000년 5월보다 8개월 정도 빠른 99년 8, 9월중에 성남시가 용도 변경해 줄 것을 예측했다는 의미다.

H사는 216억 원의 1차 할부금을 99년 11월 한국토지공사에 지불해야 하며 미납시 18%의 연체이자를 물도록 토공측과 계약했다. 성남시의 용도 변경이 예정보다 1년 정도 늦어지면서 H사는 420여억 원에 이르는 할부금을 체납했고 연체이자를 물게 됐다. H사의 손실은 역설적으로 99년 5월 땅 매입-8, 9월 성남시 용도 변경-10월 시공사 선정-11월 시공사로 하여금 할부금 대납-연말 연초 분양 수순의 정교한 시나리오가 존재했으며 실제 그 시나리오가 실행됐음을 암시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H사의 용도 변경 시기 예측이 빗나간 까닭은 무엇일까. H사 관계자는 “우리가 땅을 산 지 얼마 뒤 분당 R지구가 용도 변경돼 주거단지가 들어서게 됐는데 이 때문에 사전에 예상치 못했던 ‘용도 변경 반대 여론’이 조성돼 시간이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용도 변경이 2000년 5월 확정된 것은 한 달 전 실시된 총선을 의식한 여론 무마 차원이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성남시의 용도 변경 시기를 훨씬 앞당겨 상정한 시나리오대로 사업이 진행됐다는 의혹은 H사와 성남시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는 일로 비칠 수 있다.

특혜의혹에서 사업 주체가 갖게 되는 순이익 규모는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다. 시민단체는 H사측이 1000억 원대에서 최대 1조 원 이상의 이익을 보았을 것으로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H사의 한 지분 소유자는 H사 주주들이 벌어들일 이익금을 처음 추산했다. “3만9000평 총 부지에서 아파트 사업은 연면적 9만5000여 평으로 평당 100만 원씩 수익이 예상돼 총 수익은 1000억여 원 정도다. 나머지 사업은 모두 적자다. 학교부지 기부 관련 320억 원, 청소년시설 기부 체납에서 136억 원, 오피스사업 90억 원, 체육시설 100억 원 등으로 아파트 총수익에서 기타 사업의 적자를 뺀 순수익은 500억 원 안팎이 예상된다. 이 돈은 H사의 주주 여러 명이 2004년 6월쯤 지분별로 나눠 챙긴다. 법인세, 소득세, 지방세를 뺀 세 후 총수익은 150억~2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주간동아 307호 (p10~11)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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