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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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아도 또… ‘새치’가 자꾸 나네

과도한 스트레스 등 청춘의 ‘이상신호’ … 신장, 혈액 기운 보충하면 큰 효과

  • < 이건목 / 원광대 한의과대 교수 > www.geonmok@unitel.co.kr

    입력2005-01-03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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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뽑아도 또… ‘새치’가 자꾸 나네
    늙난 길 가스로 막고, 오난 백발(白髮) 막대로 치려 터니 백발이 제 몬져 알고 즈럼길노 오더라.”

    세월의 덧없음을 ‘백발’에 비유해 읊은 고려 말 시조 ‘탄로가’(嘆老歌) 중 한 대목이다. 이렇듯 나이가 들어 머리카락이 희게 변하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그런데 젊은 나이에 새치가 생긴다는 것은 분명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흔히 ‘한약을 잘못 먹었다’든지 ‘어려서 고생을 많이 해서 머리가 희다’는 말로 이를 설명하려 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숙지황이 들어간 약재와 무를 함께 먹으면 머리카락이 희어진다는 이야기 역시 사실 무근이긴 마찬가지. 다만 무가 숙지황의 기운을 빼앗는 속성이 있어 둘을 함께 먹으면 효능을 상쇄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서양의학에서는 새치를 모발 속의 멜라닌세포가 파괴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즉 노화나 유전, 영양불균형, 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어 이 색소세포를 고갈시킨다는 것. 그런데 요즘 장년(壯年)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치의 경우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주범일 확률이 높다. 일찍이 중국 남조 양나라 사람인 주흥사 역시 천자문을 탈고한 뒤 불과 며칠 만에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려 사람들은 천자문을 ‘백수문’(白首文)으로 불렀다는 고사가 전해 내려온다.

    회사원 L씨(여·26세)는 빡빡한 맞선 일정을 소화하느라 한 달에 최소 세 번은 미용실 출입을 하는 편. 그런데 얼마 전 헤어 디자이너가 새치가 늘었다면서 요즘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지 물어보는 통에 충격을 받았다. 더구나 최근에는 머리카락이 잘 빠지고 머릿결마저 갈라져 염색조차 할 수 없어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다.

    벤처기업 이사 J씨(남·36세)는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경우. 미국 테러사건이 터진 이후 수출길이 막혀 3주일 간 연일 대책회의를 하며 바쁘게 보내다 어느 날우연히 거울을 보고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속 머리카락의 절반 가량이 희게 물들었던 것.



    이처럼 과도한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현상을 한의학에서는 신장 기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본다. 이는 ‘동의보감’ 원전에도 명기되어 있을 만큼 ‘정설’로 자리잡았다. 한의학에서는 신장 기운이 약한 것을 ‘신음허’(腎陰虛)라 하는데, 신장 음기가 허하다 함은 바로 진액(津液·몸 안의 체액)의 부족을 의미한다. 즉 몸이 허약하거나 신정(腎精·신장에 저장돼 있는 에너지원이 되는 기본 물질)을 지나치게 소모하면 진액이 부족해져 머리카락에 영양공급을 제대로 못하고, 결국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것이다. 또 J씨처럼 과로로 혈액이 손상되었을 때도 머리카락이 희어진다. 이때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과 더불어 수면장애, 기억력 감퇴 등을 동반한다. 보통 신장과 혈액의 기운이 떨어졌을 때는 음기를 보충해 주는 구기자, 황정, 더덕, 맥문동 같은 약재나 자생고 등의 보음제를 처방한다. 이런 약재를 꾸준히 복용하면 인체의 호르몬 대사가 왕성해지고 진액이 보충되어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현상, 즉 새치는 거의 완벽하게 치료된다.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 중 ‘하수오’ 역시 신장의 기를 돋우는 데 그만이다. 하수오를 꾸준히 달여 먹으면 머리카락의 생장을 도울 뿐 아니라 하얀 머리칼을 까맣게 하는 데도 효능이 뛰어나다. 또 말린 무 잎이나 구기자 잎에 물을 붓고 달인 다음, 생강즙 몇 방울을 섞어 그 물로 머리를 감는 것도 머리가 희어지는 것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 밖에 녹미채 등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는 것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새치가 있을 때는 우선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 어느 장기에 문제가 있는지 그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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