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5

2001.10.18

꿈결같은 환상으로의 초대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4-12-30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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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결같은 환상으로의 초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극단을 우리가 너무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

    10월12∼17일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프랑스 태양극단의 ‘제방의 북소리’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최준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최교수는 “연출가 아리안 므누슈킨을 비롯한 태양극단 배우들의 특이한 삶과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 자체에 눈여겨볼 만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1964년 결성해 37년 동안 세계 정상의 ‘공동연극집단’으로 통하는 태양극단은 ‘연극은 극단의 예술이다’는 정신 아래 모여 공동 제작·공동 분배의 원칙을 지키며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리시 근교 뱅센 숲에 자리잡은 카르투슈리 극장을 근거지로 지금까지 25편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해마다 새로운 방식과 소재로 극단의 명성을 높여왔다. 이번에 공연하는 ‘제방의 북소리’는 1999년 이 극단의 25번째 작품으로 막을 올려 프랑스 내에서만 200여 회 공연했고 캐나다, 일본 등지에서도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연출가, 배우들보다 먼저 입국한 태양극단의 음악가 장 자크 르메트르는 “우리는 99년 공연에 앞서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서로의 경험과 느낌을 모아 작품을 만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사물놀이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제방의…’는 일본의 전통 인형극 분라쿠와 중국의 경극, 인도의 전통무용극 카타칼리에서 기본형식을 가져오면서 아시아의 각종 제의적 요소와 전통음악, 동양화 기법을 덧입혀 동양과 서양, 친근함과 낯섦의 이중구조를 취하는 포스트 모던한 총체극으로 완성했다.

    꿈결같은 환상으로의 초대
    작품의 부제는 ‘배우가 연기하는 인형극 양식의 고대 동양 이야기’. 무대에서 배우들은 스타킹 같은 가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인형조작자들에 의해 마치 인형처럼 움직이는데, 무대 위를 미끄러지듯 걸어가거나 하늘 높이 도약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연극이 마치 꿈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공연 막바지에는 수십 톤의 물이 쏟아져 나와 무대를 뒤덮는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중국 양쯔강의 대홍수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부자와 가난한 자, 권력자와 비천한 자 등이 서로 모순되고 적대적인 운명 아래 마주하는 상황을 통해 선악과 인간의 욕망 문제를 통찰한다.



    공연을 볼 사람이라면 일찌감치 집을 나서야 한다. 관객들은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극장 출입구에 마련한 식당에서 배우의 분장과정과 연극의 준비상황을 지켜볼 수 있으며, 공연 중간의 휴식시간에는 배우들이 직접 만든 요리를 나눠 먹는다. 이들의 연극을 본다는 건 현실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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