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5

2001.10.18

‘무선 랜’ 앞에 고개숙인 ‘블루투스’

전송 용량·속도 등 상당 부분에서 열세 … MS·통신사업자들도 무선 랜 선택

  • < 조미라/ 아하 PC기자 > alfone@hanmail.net

    입력2004-12-30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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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선 랜’ 앞에 고개숙인 ‘블루투스’
    노트북을 들고 출장가는 것은 더 이상 낮선 일이 아니다. 랜카드와 전화선만 있으면 어디서나 인터넷으로 처리한 일감을 전송할 수 있다. 그러나 편리함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아예 선(Line)을 없애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다 디지털카메라, 프린터, 냉장고, 보일러, TV 등 가전제품을 무선으로 제어하는 홈네트워킹이 임박해 있다.

    이런 꿈의 중심에서 가장 먼저 각광 받은 존재가 블루투스였다. 블루투스는 10세기에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통일한 바이킹 헤랄드 블루투스(Harald Bluetooth)에서 비롯했다. 그 이름처럼 서로 다른 통신장비를 모두 연결하겠다는 뜻이다. 블루투스는 1994년 스웨덴의 이동통신회사 에릭슨에서 연구한 무선 인터페이스에서 출발했는데, 케이블 없이 주변기기를 무선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달러나 되는 블루투스 칩 가격, 낮은 보안 수준, 플랫폼의 개발 지연으로 블루투수의 상용화는 일단 주춤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블루투수 열풍이 잠잠한 사이 무선 랜(Wireless Local Area Network : IEEE802.11b)이 빠른 속도로 블루투수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무선 랜은 블루투스와 마찬가지로 무선국 허가가 필요 없는 주파수대역(2.4GHz의 ISM 대역)을 쓴다. 블루투스의 송수신 거리는 10m, 최대 전송속도는 초당 1Mbps정도다. 용량 큰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무선으로 주고받기엔 아직 힘이 달린다. 무선 랜은 바로 이 점을 극복했다. 인텔을 비롯한 PC업체들은 초당 11Mbps 무선 랜 제품을 내놓았다. 물론 멀티미디어 사용에 지장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새롭게 출시하는 공룡 윈도XP가 블루투스 대신 무선 랜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일단 시합초반 블루투스에 대한 무선 랜의 압승을 의미한다.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 거대 통신사업자들과 LG 등 대기업들이 무선 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무선인터넷 시장의 중심이 무선 랜으로 기우는 듯하다.

    ‘무선 랜’ 앞에 고개숙인 ‘블루투스’
    무선 랜은 유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원리를 대부분 그대로 차용한다. 대신 인터넷 가입자 망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개인PC단말기와 가입자 망의 연결만 무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때 유선 인터넷 접속을 무선 접속으로 바꿔주는 무선 랜 카드와 액세스 포인트가 PC와 가입자 망을 잇는 배선을 대신한다. 기존 가설된 xDSL망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인터넷에 접속하면서도 전파(RF)나 빛(적외선)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다.



    무선 랜의 주파수 대역은 협대역(Narrowband) 마이크로웨이브, 적외선(Infrared), 확산대역(Spread Spectrum) 등 세 가지로, 가장 많이 쓰이는 확산대역 방식은 전송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안정성과 신뢰성이 높고 전송 거리가 무려 200~400m에 이른다. 즉, 서버에서 400m 떨어진 지점에 PC가 있어도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데이터의 송수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적외선 방식은 10m, 마이크로웨이브 방식은 40~60m 정도다. 지향성 안테나를 설치하면 반경 2km 내까지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무선 랜의 최대 장점은 실타래처럼 얽힌 케이블 배선망이 필요없으므로 사무기기 설치, 이동이 자유자재며 실내공간이 쾌적해진다는 점. 또 한번 무선 네트워크를 구성해 놓으면 몇 대의 PC를 새로 들여와도 추가 비용 없이 바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무선 랜 접속 포인트(Access Point)를 설치하면 30∼40대의 컴퓨터가 동시에 무선인터넷에 연결된다.

    무선 랜은 망의 이동이나 확장 시에도 케이블 작업이 필요없다. 일반 사무실 뿐 아니라 PC·병원·학교·학원 등지에서 무선 랜이 각광 받는 이유다. 가정에서도 무선 랜 사용이 가능하다. 거실이나 방을 가로지르는 어지러운 랜선 없이도 두 대 이상의 PC를 연결해 이용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 한양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선 이미 실외 무선 랜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무선 랜카드를 장착한 노트북만 있으면 캠퍼스의 잔디밭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무선 랜은 경제적이다. 이는 최근 많은 인기를 누리는 회선임대 서비스에서 잘 나타난다. 이 서비스는 하나의 회선 임대 비용으로 여러 곳의 PC방이 함께 회선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네트워크 망 제공업체에게서 빌려온 전용선 1개를 허브에 연결하고 허브는 여러 대의 PC에 인터넷 연결선을 분배해준다. 유선 방식은 한 사무실에서 1개의 선만 빌려 쓸 수 있지만 무선인터넷은 이런 방식으로 하나의 선을 3∼4개의 사무실이나 PC방이 나눠 쓸 수 있다. 하나의 전용선을 3∼4개의 빌딩이 공유해 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여 대 이상의 컴퓨터가 스위칭 허브를 통해 훨씬 편하고 값싸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여러 세대를 무선 네트워크로 묶으면 세대마다 개별적으로 케이블링 작업을 하지 않고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러나 회선 공유의 무선 랜 서비스는 통신사업자의 전용회선을 빌려 회선을 재판매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법적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현재 국내 무선 랜 사업은 쓰리콤(http://www.3com.co.kr)과 시스코(http://www.cisco.com/kr)의 쌍두마차 체제다. 쓰리콤의 에어커넥트는 유무선 통신을 중계하는 액세스 포인트와 무선 랜카드로 구성되었다. 이 제품의 전송속도는 11Mbps이며 전원플러그마저 필요없는 점이 특징이다. 전원코드 대신 서버에 연결된 이더넷 케이블을 통해 전원을 공급 받는다.

    중계기 1대만으로 웬만한 대형 빌딩 한 층을 지원할 수 있고 동시에 63대의 컴퓨터가 접속가능하다. 시스코의 에어로넷도 11Mbps의 속도를 낸다. 무선 PC카드와 무선 랜카드, 액세스 포인트, 안테나 등으로 구성되었다. 최근 사무실의 인터넷 시스템을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꾸려는 업체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무선 랜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PDA도 선보였다. 2000년 2월 삼성전기(http://www.sem.samsung.co.kr)는 셀룰러 모뎀 카드와 무선 랜카드를 장착한 휴대용 단말기 mPNA를 출시했다. 현재의 PDA가 CDMA 모뎀을 통해 휴대폰 망(011,016,018)에 접속, 인터넷을 쓰는 것과 달리 무선 랜 카드를 통한 네트워크 접속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즉 실외에선 셀룰러 모뎀으로 휴대폰 망에 접속하고 사무실 등 내부에서는 무선 랜카드로 사무실 내 서버에 접속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컴팩컴퓨터(http://www.compaq.co.kr), LG 전자 등 대기업, 와코스정보통신, 크리웨이브(http://www.crewave.com) 등에서도 무선 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개인도 액세스포인트와 무선 랜카드만 갖추면 무선 랜을 이용할 수 있다. 무선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서비스를 신청해 접속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장비가격이 문제다. 부품이 고가라는 사실은 무선 랜의 단점으로 작용한다. 두 대의 PC를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랜카드 값은 1만~3만 원, IP 공유기 값은 15만~20만 원 선, 무선 랜카드는 하나에 20만 원을 호가한다.

    무선 랜과 관련한 국제 표준을 아직 마련하지 않은 것도 이용자를 당황하게 한다. 현재까지 나온 무선 랜 제품은 호환성을 보장할 수 없다. 비록 IEEE 802.11 위원회에서 스펙트럼 확산, 협대역, 적외선 방식에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MAC 프로토콜을 표준화하고 있지만 IEEE 802.11 표준에 따른다 해도 이용 주파수가 다를 경우 주파수 변환 브리지가 없으면 서로 통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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