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제천이 부쩍 많이 알려진 데는 청풍호 부근에 들어선 KBS 사극 ‘태조 왕건’의 촬영세트가 단단히 한몫 했다. 드라마가 큰 인기를 모으면서 이 해상촬영장 역시 제천의 관광명소가 된 것. 직접 가보니 TV에서 볼 때와 달리 아담한 소규모 촬영장이었지만 왕건의 배와 초가, 망루, 선착장 등이 옛 고려시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조성돼 있었다. ‘작은 민속촌’이라 할 만한 이곳에 휴일이면 5000명 가량의 인파가 몰려와 구경한다고 한다. 평일이지만 아이들 손을 잡고 역사여행길에 오른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성내리 주민들에게 이 촬영장은 ‘굴뚝 없는 공장’인 셈이다.
휴일이면 5천여 명 몰려 ‘북적’

이씨의 말대로 경북 문경에 위치한 ‘태조 왕건’ 촬영장은 일찌감치 여행상품으로 개발돼 막대한 관광수입을 벌어들였다. 드라마 세트가 없던 99년, 50만 명이던 관광객 수가 지난해에는 332만 명으로 6배 이상 증가했고 입장료 수입만도 8억 원에서 45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제천 역시 세트장이 들어선 후 청풍호반권의 관광객 수가 크게 늘었다(99년 36만2445명에서 2000년 170만 명으로 증가).
이처럼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장소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지방재정의 효자 역할을 하면서 현재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는 세트장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모래시계’의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가 다시 손잡고 만든다 해 화제가 된 SBS 무협사극 ‘대망’의 제작을 앞두고도 7, 8개 지자체가 열띤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결국 제천시가 이를 따내 대규모 오픈 세트장이 들어서는 개가를 올렸다.
제천시 청풍면 문화재단지 내 8000평 규모로 들어선 ‘대망’ 세트장에는 기와집 26동과 초가집 66동, 그리고 조선 중기의 육의전과 수공업단지가 세워졌다. ‘태조 왕건’ 세트장을 건설할 때 3억 원을 지원한 제천시는 이번엔 20억 원을 지원했다. 여기에 SBS가 30억 원을 투입했으니 총 50억 원이 들어간 초특급 세트장이다. 제천이 고향인 김종학 PD는 “고향 땅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지원비용도 커지고,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위험 부담도 적지 않죠. 단순히 세트장만 가지고는 관광상품화가 힘들어요. 그래서 우리 제천은 세트장과 인근 유적지 및 관광명소를 연계해 관광벨트화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습니다.”(시청 문화관광과장 윤종섭씨)
이를 위해 제천시는 ‘대망’ 촬영장 일대에 번지점프장, 인공암벽 등을 건립하고 있고 경비행기를 타고 호수 일대의 산과 호수를 한눈에 돌아볼 수 있는 항공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호숫가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펼쳐진 길 양쪽에 12km에 달하는 벚꽃길을 조성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다양한 볼거리와 명소가 ‘태조 왕건’ ‘대망’ 촬영장을 중심으로 차로 10∼20분 거리에 모두 모여 있어 잘만 개발하면 남부럽지 않은 여행지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주간동아 305호 (p6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