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4

..

두둥실~ 가을엔 하늘을 날고 싶다

  • < 허시명 / 여행작가 > storyf@yahoo.co.kr

    입력2004-12-28 16:5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 근무시간이 짧아지고 여가시간이 길어지는 추세다. 학교도 주 5일 수업을 논의하고 있다.. 이제 노는 것도 요령이 필요하고 정보가 필요하다. 산이나 바다에서 애들 풀어놓고 고기 구어먹고 돌아오는 여행은 이제 단조롭다. 휴식이 곧 놀이가 되고 취미가 되고, 새로운 체험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레저 기행을 기획한 까닭이다. >>
    두둥실~ 가을엔 하늘을 날고 싶다
    새처럼, 연기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인간이 날기를 소망했고, 소망을 이룬 것은 18세기에 들어와서였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최초로 난 게 아니라, 프랑스 몽골피에 형제가 1783년에 최초로 열기구를 만들어, 피라드레 디로제가 하늘을 비행했다. 종이로 만든 공기주머니에 밀짚과 나뭇가지를 태워 25분 동안 날았다. 날았다는 말보다는 하늘을 떠다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리라.

    열기구는 수평이동을 못한다. 불을 피워 수직 이동만 한다. 뜨거운 열로 공기주머니를 팽창해, 공중으로 떠오른 뒤 바람을 타고 떠다닌다. 뜨거운 것은 가벼워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것은 가라앉는 기질을 활용한 것이다. 이런 열기구의 한계가 이동수단으로 쓰이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러 항공 레포츠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하늘을 나는 가장 안전한 기구

    두둥실~ 가을엔 하늘을 날고 싶다
    열기구는 하늘을 날 수 있는 기구 중 가장 안전하다고들 평한다. 왜 안전한가? 모름지기 기계란 간단할수록 안전하다. 고장날 데가 적기 때문이다. 열기구 구조는 간단하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 첫번째가 풍선처럼 생긴 공기주머니다. 이를 구피(球皮) 또는 엔벨로프(envelope)라고도 한다. 4인용 열기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높이가 25m 가량 된다. 열에 강한 나일론 섬유에 폴리우레탄이나 실리콘을 코팅한 섬유로 만들었다. 특히 공기주머니 아랫부분은 소방관의 소방복과 같은 재질로 되어 열에 강하다.



    두둥실~ 가을엔 하늘을 날고 싶다
    두 번째는 사람과 가스통이 타는 바구니다. 가벼우면서도 탄력이 좋은 등나무로 만든다.

    세 번째가 버너다. 버너는 바구니와 공기주머니 중간에 설치하는데, 연료는 LP가스를 쓴다. 버너는 바구니에 올라 탄 사람이 손을 올려 가스 밸브를 조절할 수 있는 높이에 설치한다.

    거대한 풍선인 공기주머니 속을 뜨겁게 달구면 열기구는 지상에서 둥실 떠오른다. 바구니가 땅에서 벗어나는 느낌은 아주 미약하고 가뿐해 땅을 보지 않고서는 움직임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하늘만 보고 있거나 불길이 뿜어져 나오는 버너를 보고 있으면 내 몸이 어느 정도 솟구쳐 오르는지 알 수 없다.

    그렇게 충격없이, 느낌없이 열기구는 땅에서 멀어진다. 땅에서 바라보면 무섭지만, 정작 하늘에 떠 있으면 공포는 훈풍에 사라지고 만다. 세찬 바람이 불어와 열기구를 내동댕이치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이도 있겠지만, 열기구는 바람에 순응하는 기구라, 바람을 느낄 수 없다. 바람과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센 바람 속에 들어가도 열기구를 타는 사람은 머리카락조차 날리지 않는다. 열기구를 다루는 솜씨는 이 바람을 읽어내는 실력에 있다. 고도에 따라 바람의 속도와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버너의 화력으로 높낮이를 조종하면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한다. 그래서 열기구 경기에는 이륙한 제자리로 되돌아오기, 목표 지점에 깃발을 던지고 돌아오기 따위가 있다.

    통상 1시간 가량 자유롭게 비행하면 7~8km쯤 날아간다. 이륙은 25m 길이의 공기주머니를 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가능한데, 착륙이 문제다.

    숙련된 조종사라도 원하는 위치에 떨어지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추수가 끝난 10월 하순부터 이듬해 모내기를 시작할 4월 초순까지가 열기구를 탈 수 있는 적합한 시기다.

    두둥실~ 가을엔 하늘을 날고 싶다
    취미 삼아 열기구를 직접 만들기도 한 허민식씨는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바람을 느낄 수 없듯이 열기구를 타고 있으면 무념무상 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때로 3000m 높이까지, 더 높게는 산소마스크를 쓰고 1만 m까지 날아 오를 수 있지만, 기구와 바람을 다스릴 줄 아는 숙련된 조종사들은 무서울 게 없다고들 한다.

    그래서 열기구를 두고 하늘을 나는 것 중 가장 정적인 기구라고 한다. 한순간도 멈춰 있지 않는데 정적이라니, 이는 타보지 않고선 느낄 수 없는 경지다. 다만 땅 위에 내려앉을 때, 고정된 땅과 나무를 볼 때 현기증을 느끼고 속도감을 느껴 그제서야 약간 긴장한다. 안전사고는 뜨고 내릴 때 무게중심을 잘 잡고, 날아갈 때는 고압선을 조심하면 피할 수 있다.

    열기구 조종을 배우는 데도 그리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전체 20시간 정도의 비행이면, 열기구 조종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춘다.

    가을 하늘 속에 풍선처럼 떠다니고 싶다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싶다면 열기구 비행이 으뜸이다. 열기구를 타면 하늘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처럼 몸과 마음이 자유로울 것이다. 올 가을 가족끼리, 연인끼리 세상을 함께 날아보시길….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