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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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살며(52%) 자가용 타지만(70%) 문화활동 저조(87%)

30대 보통사람 1000명 … 여가시간엔 주로 ‘방콕’, 원하는 자녀 수는 ‘2명’

  •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입력2004-12-24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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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살며(52%) 자가용 타지만(70%) 문화활동 저조(87%)
    30대. 진짜 잔치는 끝났다. 남은 것은 ‘생존과 도전’의 절박한 문제. 이미 한 가정을 꾸려 새삼 가족 부양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거나, 이제 막 자립 의지를 챙기고 준비하는 사람이 30대다. 점차 권리보다 ‘의무의 무게’가 어깨를 누르는 세대기도 하다.

    전인권(‘들국화’)에서 서태지(‘서태지와 아이들’)까지. 대중문화 코드로 보아도 30대는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어느 한 유행사조에 묶기 힘들다. 30대 후반이 디스코 열풍과 함께 대학시절을 시작했다면, 30대 초반은 얼터너티브나 레게, 테크노가 더 익숙하다.

    총 인구의 20% 가량(95년 기준 18.6%)인 30대는 구체적으로 1962년생부터 1971년생까지다. 교복·두발자율화(82년) 1세대인 이들에게는 고교평준화(74년), 졸업정원제(81년), 6월항쟁(87년), 서울올림픽(88년), 해외여행 자율화(89년) 등이 주요 화두가 되었다. 고교 입시지옥에서는 해방되었지만 대입을 위한 과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대학입학 정원을 두 배 가까이 늘린 ‘졸정제’는 본격적인 고학력 시대를 열었지만 , 동시에 이들의 숨통을 막는 기능도 했다. 그들은 학사 이상 고학력 실업자 급증, 화이트칼라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노동시장 소모품으로의 전락, 구조조정 1순위라는 족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대학시절 과외로 인해 상당한 수입을 올리며 ‘럭셔리’한 학창시절을 보낸 첫 세대이자, 올림픽이나 해외여행 자율화 등으로 해외문물을 본격적으로 접한 첫 세대기도 하다. 지금 이 땅의 30대는 어디로 가고 있나. 각종 부정부패와 정치권 혼란 등으로 사회의 총체적 비전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이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30대는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현재 한국의 30대 보통사람은 아파트에 살면서(52.3%) 자가용을 타고(70.8%) 외출하지만, 외식은 한 달에 1∼2회(43.1%) 정도밖에 하지 않고, 그것도 한 번에 5만 원 이하(79.9%)의 비용을 들인다. 가족을 제외한 친지 친구 직장동료 등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60.9%), 영화 연극 콘서트 미술관 관람 등의 문화활동도 거의 하지 않는(55.9%) 편이며, 휴일이나 여가시간에는 그냥 집에서 쉬는(36.3%)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간동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와 공동으로 지난 9월16~18일 3일 동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30대 남녀 1000명(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30대는 여가 문화나 기타 문화생활은 제대로 하지 않는 다. 생활수준은 예전보다 분명 높아졌으나, ‘삶의 질’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우선 ‘가족과의 외식 횟수는 한 달 평균 얼마나 되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3.1%가 1∼2회라고 답했다. 3∼4회는 26.1%, 5∼10회는 9.5%, 10회 이상은 2.9%에 지나지 않았다.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8.9%)을 포함해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수개월에 한 번) 응답자가 전체의 18.4%를 차지한다. 30대의 61.5%가 한 달에 1∼2회 미만의 외식을 한다고 나타난 것. 이는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외식산업의 규모에 비해 매우 이례적으로 보이지만, 외식하는 가구는 계속 외식을 즐기고, 그렇지 못한 가구는 계속 못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한 단면으로 보이기도 한다.

    소득과 학력 수준이 높은 대도시 거주자의 외식 빈도가 대체적으로 잦은 것으로 나타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주택소유 유무와 외식 빈도와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가족과 외식할 때 1회 평균 지출비용은 대다수(79.9%)가 5만 원 이하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1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경우는 2.5%에 지나지 않았다. 3만 원 이하가 37.6%, 5만 원 이하가 42.3%, 10만 원 이하가 16.5%, 15만 원 이하가 1.9%, 20만 원 이하가 0.6%다. IMF 사태 이후 계속되는 불황의 여파인지, 젊은 세대의 실속 경향을 나타내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전체 가계에서 외식비에 들이는 비용이 매우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정도로 외식한다면 친지나 친구, 직장동료 등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하는 경우는 많을까? 응답자의 60.9%가 ‘전혀 없다’고 대답한 것은 결국 갈수록 ‘정이 사라지는’ 교류형태를 말해주고 있다. 1회는 25.7%, 2회는 8.1%, 3회는 3.0%, 4회는 1.0%, 5회 이상은 1.4%였다.

    집에 식사 초대 경험이 있는 39.1%를 세분했을 때 65.6%는 단 1회만의 경험이 있을 뿐이어서, 사실상 30대의 교제문화는 거의 밖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편리를 추구하는 30대 경향은 외출할 때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70.8%가 자가용을 응답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대중교통 이용은 19.9%, 도보는 7.2%에 지나지 않았다. 대중교통 이용자 19.9%를 다시 나눠보면, 버스가 38.7%, 지하철이 31.2%. 택시가 30.2%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이처럼 거의 대부분이 자가용으로 외출하지만, 정작 여가시간에는 ‘집에서 쉰다’는 응답이 36.3%로 가장 높았다. 자가용은 주로 출퇴근이나 업무에 이용하는 것. 여가시간 활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취미생활이 16.5%, ‘가족에게 봉사’가 16.0%, 운동이 12.0%, 쇼핑이 7.5%, 자기개발이 4.5%, 문화활동이 3.7%, 사회봉사활동이 1.5% 순으로 나타났다.

    자기개발이나 문화활동, 사회봉사활동 등 적극적 의미로서의 여가선용이 10%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은 그만큼 쉬는 시간이 부족한 한국의 노동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냥 쉬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을 하기 힘든 경제적·사회적 여건 탓일 수도 있다. ‘그냥 집에서 쉰다’는 응답이 높은 계층은 미혼 여성(55.7%) 중졸 이하 학력(56.3%) 블루칼라 종사자(42.5%), 101만∼150만 원 소득층(47.3%)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자기개발을 한다’는 응답은 특히 미혼 여성(14.9%)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여가시간에 문화활동을 하는 비율이 3.7%에 지나지 않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지만, ‘최근 석 달 동안 영화, 연극, 콘서트, 미술관 관람 등 문화활동을 얼마나 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5.9%는 ‘없다’고 대답했고, 1∼2회도 30.7%나 되었다. 이는 영화관람까지 포함한 문화활동 횟수가 1년 내내 8회 미만인 사람이 30대 전체의 무려 86.6%나 된다는 얘기다. 전반적으로 문화 인프라와 각종 공연이 선진국 추세로 가고 있지만, 소비자의 ‘문화적 마인드’는 아직 후진국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양상이다.

    석 달 평균 문화활동 횟수가 3∼5회는 11.6%, 6∼10회는 1.0%, 10회 이상은 0.8%에 지나지 않았다. ‘문화활동이 없다’는 응답자는 기혼이냐 미혼이냐,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심한 편차를 나타냈다. 남성은 기혼이 61.6%, 미혼이 39.6%였고, 여성은 기혼이 56.9%, 미혼이 29.9%였다. 결국 문화상품의 주소비층이 미혼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혼 남성의 비율이 그나마 나은 것은 미혼 여성과의 데이트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남녀 불문하고 30대 역시 결혼만 하면 문화 소비와는 다시 거리가 멀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또 학력이나 소득, 거주지와도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없다’는 응답자가 중졸 이하는 91.8%에 달해 거의 문화활동과 접촉할 기회가 없는 반면, 대졸 이상은 41.8%로 크게 줄었다. 또한 100만 원 이하 소득자(71.3%)와 301만 원 이상 소득자(44.7%), 대도시 거주자(49.7%)와 중소도시 거주자(62.0%)의 차이도 컸다.

    이러한 경향은 인터넷 사용 실태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하루에 업무용도 이외에 인터넷(PC통신, PDA 등 포함)을 하는 시간이 평균 얼마나 되는가’를 조사하는 질문에 응답자의 40.7%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인터넷 사용 응답자 59.3%는 1시간 이하(30.7%) 2시간 이하(16.4%) 3시간 이하(8.2%) 4시간 이하(2.1%) 5시간 이하(0.6%) 5시간 초과(1.4%)의 순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만 놓고 보았을 때 역시 성별, 직업, 소득, 거주지와 커다란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남성(32.8%)과 여성(49.0%), 30대 전반(34.6%)과 후반(46.8%), 대졸 이상(24.8%)과 중졸 이하(76.8%), 화이트칼라(24,2%)와 가정주부(52.2%)나 자영업자(47.3%), 301만 원 이상 소득자(35.2%)와 100만 원 이하 소득자(59.2%), 대도시 거주자(36.6%)와 읍·면지역 거주자(61.0%)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나타나는 것. 30대 역시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의 전형적 모습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사용 목적은 자료·정보 검색(43.1%), 오락·게임(14.2%), 언론의 뉴스 검색(13.2%), 메일 사용(11.5%), 학습 및 교육(5.1%), 쇼핑 및 예약(4.8%), 인터넷 뱅킹 등 금융거래(4.0%), 채팅(1.8%), 동호회 활동(0.9%) 순으로 나타났다.

    대졸 이상 학력층(47.5)과 화이트칼라(52.4%)는 다른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자료·정보 검색 비율이 높았고, 언론 뉴스 검색을 목적으로 하는 비율은 미혼보다 기혼, 여성보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만 오락과 게임을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 이용은 고졸 학력층(23.3%) 자영업 종사자(20.3%) 100만 원 이하 소득층(28.8%)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성격(68.9%)을 우선적으로 꼽았고, 다음으로 경제력(20.8%) 집안(7.7%) 외모(1.0%) 학력(0.4%) 순이었다. 외모와 학력이 뒤로 처진 것은 다소 의외기는 하지만, 실용성을 중시하는 30대의 특성을 반영한 듯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학력이 높을수록 배우자의 성격을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하는 반면, 학력이 낮을수록 경제력을 중요시했다. 또한 여성(기혼 25.2%, 미혼 25.8%)이 남성(기혼 16.6%, 미혼 16.5%)보다 경제력을 상대적으로 높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는 몇 명을 낳을 계획이냐’는 질문에 의외로 67.5%가 2명을 응답했다. 1명은 14.9%, 3명은 13.4%, ‘가급적 많이 낳겠다’는 2.1%, ‘자녀 계획이 없다’는 2.0%였다. 모든 계층에서 2명을 꼽은 응답이 과반수를 차지하였으며, 학력이 높을수록 2명의 자녀 계획 비율이 높았다. 반면 미혼 여성은 1명 이하(1명 39.7%, 가질 생각이 없다 6.4%)의 대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자녀가 자라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4.4%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는 30대가 부모와 교육의 ‘타율’에 의해 자신의 인생 진로를 결정한 사실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는 ‘예의 바르고 모범적 시민’(27.5%)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8.9%) ‘자기 인생이므로 그냥 놔두겠다’(5.9%) ‘돈을 아주 많이 버는 사람’(1.9%) 순으로 나타났다.

    학력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 되길 희망하였으며, 상대적으로 학력과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자녀가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난 사실이 이채롭다. 배우자와의 하루 대화 시간은 1시간 이하가 41.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30분 이하가 26.6%였다. 2시간 이하는 16.1%, 2시간 초과는 16.1%였다. ‘30분 이하’ 대화를 하는 응답자를 살펴볼 때 30대 전반(21.5%)과 후반(30.8%), 중졸 이하(46.3%)와 대졸 이상(25.3%), 100만 원 이하 소득자(47.6%)와 251만 원 이상 소득자(24.0%)와의 사이에 격차가 크게 나타 났다. 가정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응답자의 74.3%가 ‘가족간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경제력은 17.2%, 가장의 리더십은 7.3%, 믿음은 0.2%의 순서를 보였다. 인간의 노화는 대략 35세에서 출발한다.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줄면서 신체 변화와 함께 심리적 위축으로 생활 전반에서 활력이 줄어든다. 테스토스테론 분비는 35세 이후 해마다 1%씩 감소한다. 그렇지만 오늘날 이 땅의 30대가 기성세대와 별 차이가 없는 ‘노쇠증후군’을 보이는 것은 반드시 성호르몬 분비의 감소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로 본 30대는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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