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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동교동 정치’

“국정 농단 주범” “왜 매번 우리냐”

민주당 개혁파 對 동교동계 분노의 공방 … “지금은 역할 줄일 때” “키워놓았더니 이제 와 배신”

“국정 농단 주범” “왜 매번 우리냐”

“국정 농단 주범” “왜 매번 우리냐”
공천장 주고, 돈 줘서 배지 달게 해준 대가가 고작 이거냐.” 연이은 ‘항명’에 감정이 격해진 동교동계 한 인사가 지난 9월8일 한 소장 개혁파 인사에게 터트린 분통이다. 이 인사는 “동교동과 악연을 이어가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전화 통화를 통해 이 개혁파 인사를 다그쳤다.

그러나 동교동 구파의 이런 주장에 소장 개혁파는 “민주화 장정에 기여한 선배님의 공로는 인정하지만 이제는 역할을 줄여야 할 때다”는 역할 제한론으로 맞섰다. 동교동계 구파와 소장 개혁파 인사들 사이의 대립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 소장 개혁파가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정국운영 및 인사에 반발, 거사를 일으킨 것은 지난 해 9월과 올 6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정풍 또는 국정쇄신의 대상으로 동교동을 지목했고 핵심에는 항상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자리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개혁파 인사들의 반발을 배신과 정치적 의혹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 분석한다. 배신의 의미는 개혁파 인사들 중 상당수는 지난 96년 또는 2000년 총선에서 ‘젊은 피’ 수혈 전략에 따라 동교동 인사들이 직접 영입, 정계에 입문시킨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외곽에서 돌던 것을 발탁해 키워놓았더니,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다”는 인식이다. 지난 6월 정동영 최고위원이 권 전 위원의 2선 퇴진을 요구하자 동교동 한 인사가 “그렇게 아껴주었는데…”라고 격한 감정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기저에는 “왜 매번 우리만 물고 늘어지느냐”는 정치적 의혹도 자리잡고 있다. “정치적 성장을 위해 동교동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옥두 의원은 “동교동계가 전횡을 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라”며 개혁파 주장을 반박한다. 이들의 주장에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피해의식이 밑바탕에 깔렸다.

개혁파 인사들은 동교동의 이런 시각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한 초선 의원은 “현실 정치에서 갖는 그들의 물리력이 워낙 크고 방대하기 때문이다”는 말로 입장을 설명한다. 특히 이런 힘을 정상적 국정운영에 활용하지 않고 국정을 농단하는 등 사적 기능에 활용한다는 것. 지난 6월 비선정치 청산을 주장한 개혁파 인사들의 요구는 동교동의 정치적 폐해를 함축한 의미로 회자되었다.



“국정 농단 주범” “왜 매번 우리냐”
이번 거사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개혁파 인사들의 주장이다. 개혁파들은 지난 9월6일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친 당론으로 ‘빅3’ 전면 교체를 포함한 인사개편 방향을 청와대에 건의했는데도 이한동 총리 유임에 이어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 대표로 임명된 데는 동교동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믿는다. 개혁파 한 인사는 “이번 당정 개편에 권 전 위원과 한광옥 대표, 그리고 박지원 정책기획 수석 등 동교동 구파의 의견이 대부분 관철되었으며 이들이 실권을 장악하고 국정을 농단한다”고 주장했다.

김근태 최고위원 역시 같은 논리로 특정 계보의 해체를 요구했고 소장파 인사들은 동교동이 특정 계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최근 여권이 위기에 몰리고 야당에게서 끊임없이 공격당하는 배경에도 ‘정보와 권력’을 독점한 동교동의 전횡이 숨어 있다고 개혁파 인사들은 본다. 동교동 인사들이 주장하는 “공천장 주고…”라는 불만에 대해서도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공과 사는 다른 것이다”며 쇄신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당내 소장파 인사들에 따르면 그동안 각종 모임 등을 통해 당내 국정 쇄신 및 민주화 방안 등을 논의했고 이때 ‘가시’처럼 항상 걸리는 것이 ‘동교동’이라는 당내 최대 계파였다는 것. 지난 9월3일 시작해 5일 끝낸 국회 단식 농성장에서도 당정개편과 관련한 초·재선 인사들의 의견 조율이 있었다고 한다. v 그러나 동교동에 대한 소장파의 문제제기는 원칙과 명분을 선점한 전략에 따라 초기에는 항상 유리한 국면을 형성했어도, 늘 ‘뒷심’ 부족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도에 꺾였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개혁적 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새벽 21’ 소속 인사들이 탈당론을 접자 당의 한 인사가 “3전3패다”고 판정한 것도 이 같은 중도 포기현상을 빗대 비판한 것.

그렇다면 ‘3전3패’라는 전적의 이유는 무엇일까. 개혁파 한 인사는 “사석에서의 논의와 막상 거사를 실행했을 때와의 입장과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며 도상과 실전에서 오는 차이로 인한 괴리감을 강조한다. 또 명분 외에 아무런 수단 없이 대통령의 카리스마나 권력 핵심인사와 맞서야 하는 현실적 한계도 그들로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다른 측면에서 소장파 거사가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한광옥 대표를 비롯한 동교동 인사들에 대한 DJ의 믿음이 워낙 단단하고, 동교동 구파의 각개격파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총선 때 당에서 공식적으로 나간 것이 아닌 별도의 사적 ‘실탄 지원’이 결정적 순간에 발목을 잡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반대로 소장 개혁파들은 결속력 및 지도력 부재 등으로 힘을 제대로 결집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선 그룹의 정동영 최고위원이 ‘리더’로 평가 받지만 초·재선 그룹은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 재선의원은 “권노갑 퇴진 발언으로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했지만 정위원이 개혁그룹의 리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는 한번도 리더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 받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일종의 불신감마저 느껴진다.

개혁파의 컨센서스를 한 방향으로 모는 리더가 없으니 당연히 내부적 흐름은 사안마다 ‘튀는’ 색깔들을 연출하는 경우가 많다. 개혁 그룹 내에서도 “A의원은 특정 대권 주자와 가깝고, B의원은 언론 플레이에 능하고, C의원은 동교동계와 가깝다”는 등의 자기 분열적 말들이 흘러다닌다.

이번에도 김성호 의원 등 개혁파 3인이 탈당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섰지만 송영길 임종석 의원 등 다른 초선의원들은 “개인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며 탈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원칙에 찬성, 방법은 반대라는 이중 기류를 형성했다.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재선급 인사들도 9월7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사람은 국민 앞에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당에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물러서 탈당론으로 치고 나온 3인 의원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개혁파 인사들은 정체성과 활동 영역을 놓고 이번과 같은 혼란을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개혁파 한 인사는 “개혁파의 이번 거사가 성공이라 보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실패로 규정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정치 환경을 한번에 개선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한 점진적 개선이 유일한 길이며, 그런 차원에서 이번 거사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인사는 “인적 쇄신을 위한 당내 투쟁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우리의 입장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한다.

물론 이 인사의 지적처럼 개혁파의 향후 역할은 점증할 가능성이 많다. 정치세력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의 잘못된 정치 질서에 반기를 드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정치행위이고 이는 세력화를 통해서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이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내부 토론을 거쳤다고 한 소장파 인사는 설명한다.

천정배 의원은 “올바른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세력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정동영 최고위원이 “백지에서 다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자, 당내 일각에서 즉각 당권 장악 시나리오라며 비난하고 나선 것은 이들이 세력화할 것이란 부담에서 비롯했다. 이미 개혁파의 정치적 비중을 알아차린 일부 대선주자들은 직간접으로 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이런 분위기로 본다면 개혁세력은 차기 당권·대권 논의 과정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정풍운동을 주도하는 개혁세력이 당내 권력투쟁에 휘말린다면 정치적 스타군(群)을 배출하는 것 외엔 의미를 찾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다.



주간동아 2001.09.20 302호 (p18~19)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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