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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동교동 정치’

DJ의 동교동계냐, 동교동계의 DJ냐

당대표 인사 등 ‘동교동계 전횡설’ 분분 … 레임덕 방지하려다 오히려 앞당기는것 아닌지 …

DJ의 동교동계냐, 동교동계의 DJ냐

DJ의 동교동계냐, 동교동계의 DJ냐
DJ(김대중 대통령) 인사인가, 동교동계 인사인가.”이번 당·정·청 개편을 지켜본 상당수 여권 인사들의 시각이다. 이들은 특히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을 당 대표로 내정하는 과정에 “동교동계(구파)의 전횡이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이 9월9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 위에 군림하는 특정계보가 당을 좌지우지하고, 이번 대표 인선 과정에서도 이 계보에 속한 사람만 실제로 거론되었다. 이 계보가 아니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동교동계 해체론’을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김최고위원은 9월6일 한광옥 대표 내정설이 보도되자 “말을 하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다”고 참담한 심정을 얘기했다는 측근 인사의 전언이다.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급거 귀국한 지난 9월4일 이전만 해도 민주당 새 대표로 가장 유력한 사람은 김원기 최고위원이었다. 대선 주자가 아니므로 ‘관리형 대표’를 원하는 청와대의 의중에 적합한데다,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중도적 위치로 인해 “가장 무난한 인물”로 떠오른 것. 김중권 전 대표도 9월5일 마지막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신임 대표로 김원기 위원을 천거했고, 한화갑 최고위원도 8월30일 청와대 독대에서 ‘누가 대표로 좋겠느냐’는 김대통령 물음에 처음에는 김위원을 후보로 거론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인제 최고위원은 4일 국회 의원회관 김위원 방으로 찾아가 30여 분 간 밀담을 나눔으로써 사실상 김위원이 내정 단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한편으로 동교동계에서는 한광옥 대표 추대를 위한 움직임이 내밀하게 전개되었다(상자 기사 참조). 신임 한대표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시내 P호텔 등에서 민주당 내 ‘중도개혁포럼’(대표 정균환 대통령 특보단장) 소속 의원들을 지난 두 달 동안 개별적으로, 혹은 두세 명씩 꾸준히 접촉해 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음은 한대표를 만난 한 의원의 전언. “한실장은 의원들을 만나면 그 의원이 가진 애로점이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경청했다. 주로 예산이나 인사 문제, 지역구 민원 사항의 정책 반영 등이었는데, 정말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은 애로 사항을 말하면 바로 그 다음날이나 이틀 안에 그런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의원은 한실장을 만난 바로 다음날 상임위에서 해당 장관이 찾아와 전날 한실장에게 언급한 내용을 지목하면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은 이렇다’고 양해를 구하는 것을 경험하고 정말 놀랐다고 하더라.”

동교동 구파를 제외한 당내 상당수 인사들이 ‘중도개혁포럼’을 한광옥 대표 추대를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벌인 전위대쯤으로 인식하는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중도개혁포럼’의 사실상 간사격인 유용태 의원이 노동부 장관으로 발탁된 것 역시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물론 정균환 의원측은 “포럼은 동교동계 조직이 아니고 특정 인사에 줄 서지도 않을 것이다”며 이런 시각을 부인하였다.



한광옥 대표 내정 사실을 대표 등 당직자보다 기자들이 먼저 알고, 이를 전혀 모른 당직자들이 기자들에게 확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동교동계의 전횡으로 거론된다. 청와대 일부 수석실에서 청와대 출입 기자단에게 이를 먼저 흘렸기 때문이다. 지난 3·26 개각 당시 개각 내용을 김중권 대표 등이 전혀 모르고 있던 ‘이변’이 또 한번 벌어진 것. 또한 해외 체류 중 급거 귀국한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당정개편을 전후한 급박한 시점에 세 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들어갔고, 특히 마지막에는 한광옥 비서실장과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을 대동하고 김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동교동계 구파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회창 총재 아버지 친일행적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안동선 전 최고위원이 바로 최고위원 자리를 내놓은 것 역시 한광옥 비서실장에게 최고위원 자리를 물려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최고위원들은 이번 한광옥 대표의 내정을 ‘동교동계의 치밀한 작전’으로 규정하고, 김대통령이 한광옥 대표 임명을 결심하기까지의 사나흘 동안 다른 인사들의 청와대 접근을 막는 완벽한 ‘방어막’을 쳤다고 주장한다. 한 최고위원 캠프의 인사는 이에 대해 “김대통령이 사실상 유폐(幽閉) 상태에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표현했다. 김근태 최고위원이 10일 “정책적 보좌팀이 충분한 정보를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편향하게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내 이 같은 지적이 사실이라면 김대통령은 이런 현상에 대해 정말 모르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첫째는 김대통령도 이를 잘 알지만 햇볕정책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대통령 후보의 조기 부상을 통한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당을 자신의 뜻대로 안정적으로 끌고 갈 사람이 필요하기에 묵인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동계동계 구파를 중심으로 한 대통령 측근인사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어 대통령이 사실상의 통제 상태에 있다는 주장이다. 당내 소장파나 개혁적 중진 인사들은 쇄신 대상으로 지목한 청와대의 한광옥·박지원·남궁진 라인이 유임 내지 당 대표로 발탁됨으로써 변화 요구가 묵살되고, 권노갑·한광옥·정균환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더욱 득세한 배경에는 바로 이 같은 ‘동교동계 구파 편향’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을 보인다. 당장 한대표 측근 인사들에 의해 권 전 위원의 상임고문 복귀론이 나오지 않느냐는 것.

정대철 최고위원은 “(이번 인사가)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하고 잘 안 된 일인 줄 알면서 손뼉치고 넘어가는 것은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번 민주당 대표 내정 사태로 인한 당 내분 김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레임덕을 앞당기는 일이 되지는 않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01.09.20 302호 (p14~15)

  •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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