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9

2001.08.30

걸작뒤에 숨어 있는 또 다른 걸작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5-01-20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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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장의 종이에 미켈란젤로의 스케치 세 점이 담겨 있다면? 15세기까지 화가들은 종이를 한 번만 쓰고 버리지 않았다. 당시 종이는 귀한 물품이기도 했거니와, 화가들은 자신들이 대강 그린 스케치들이 훗날 액자에 담겨 전시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화가들의 그림이 둘셋씩 중첩된 ‘비싼 종이’들을 발견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예를 들면 1521년 미켈란젤로가 그린 웅크린 괴물과 이무기 머리의 스케치를 자세히 보면 두 점의 새로운 그림이 발견된다. 웅크린 괴물의 머리 위로 여인의 스케치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리고 종이의 뒷면에는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메디치가의 석관 머릿부분이 그려져 있다.

    하버드 대학교의 포그 미술관은 올 여름 동안 ‘이면: 대가들의 숨겨진 드로잉’이라는 주제하에 이같이 중첩된 그림을 모아 흥미로운 전시회를 열었다.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전시회는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필리피노 리피, 클로드 로랭, 파블로 피카소 등 16세기부터 현대에 걸친 대가들의 스케치 33점을 선보인다.

    이 전시회에는 과거의 작품들만 출품된 것은 아니다. 이색적인 사연을 가진 근현대의 작품들도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누이동생은 오빠가 자신에게 팩스로 보낸 드로잉을 무려 1만7800달러에 팔았다. 화가 난 호크니는 신문에 광고를 내고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팩스로 자신의 드로잉을 보내주었다. 이 드로잉은 물론 무료로 뿌려졌다. 1만 달러를 호가한 호크니의 ‘팩스 그림’ 역시 이번 전시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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