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8

2001.08.23

귀신 이야기에 ‘푹’ 소설 쓴 역사학도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nga.com

    입력2005-01-19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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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신 이야기에 ‘푹’ 소설 쓴 역사학도
    입담 좋은 할머니가 손자들을 빙 둘러앉히고 옛날 이야기에 여념이 없다.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귀신 이야기를 시작하면 무섭다며 이불을 뒤집어쓰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귀를 쫑긋 세운다. 그 할머니의 손녀가 자라 팬터지 작가가 되었다.

    제2회 한국판타지문학상(북하우스, 와이즈북, 야후코리아 공동주최)에 귀신 이야기 ‘고리골’로 대상을 수상한 조선희씨(32). 두 아이의 엄마며 소설 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생초보’지만 원고지 8000매에 이르는 첫 장편 ‘고리골’로 당당히 팬터지 작가 대열에 올랐다. 소감은 “이럴 수도 있구나”라고.

    “어릴 때부터 제 형제들이 유난히 귀신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지금도 모이기만 하면 귀신 이야기부터 풀어놓을 정도니까요. 소설도 물론 좋아하죠. 이 소설을 쓸 때 둘째를 임신한 상태였는데 날마다 대여점에 가서 더 무서운 것이 없는지 찾았더니 주인이 태교에 좋지 않다며 그만 읽으라고 말릴 정도였어요. 그러나 요즘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읽고 싶은 내용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그래서 직접 써보기로 했죠. “

    조씨가 ‘고리골’을 쓴 계기는 또 있다. 명지대 사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만 정치대학에서 수학한 조씨는 논문 주제를 ‘당 현종 연간 도장편찬에 관한 연구’로 잡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 도교사상에 심취해 도교 팬터지 소설을 쓰기에 이르렀다. ‘고리골’에는 불교의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명부의 십전대왕, 도교의 다양한 신성과 도교의 외단(外丹)인 도술과 부적술, ‘산해경’과 ‘요재지이’에 나타나는 귀물들이 뒤섞여 있다.

    요즘은 다음 작품 구상에 여념이 없는데 다음 소설은 1만3000여 년 전에 살던 ‘얼음족’ 이야기라고 살짝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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