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6

2001.08.09

참을 수 없는 그맛… 게눈 감추듯 뚝딱

  • 시인 송수권

    입력2005-01-17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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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을 수 없는 그맛… 게눈 감추듯 뚝딱
    원숭이 똥구멍은 빠∼알개’. ‘왜 그런 줄 아니’ 하고 아이들에게 물으면 누구나 게의 집게발에 물려 그렇다고 대답한다. ‘게와 원숭이의 떡 다툼’ 이야기를 모르는 아이들은 없을 만큼 ‘게맛살’은 다들 좋아한다. 그래서 김밥에 고명처럼 끼여든 것이 인조 게맛살이고 도시락 반찬용으로도 으레 끼여드는 것이 또한 게맛살이다. 어쩌면 중국산 ‘납꽃게’ 소동도 이 꽃게 맛 때문이었다.

    유감주술(類感呪術, homeopathic magic)로 맛을 논한다면 동해 부인의 홍합, 남해 부인의 낙지, 제주 부인의 전복, 서해 부인의 굴맛을 따를 만한 해물 맛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보다 더 맛있는 것이 ‘서호(서해) 판관(判官)’으로 알려진 꽃게다. 서해 판관도 굴을 좋아해 이따금 그 입을 벌린 굴조개껍데기 속에 집게발을 들이밀다가 패가망신할 때가 허다하다. 또 서해 미인인 굴도 게 새끼들을 좋아해 굴을 까보면 삭지 않은 게 새끼들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꽃게는 서해 것을 으뜸으로 친다. 서해에 봄바람이 터지면 주꾸미철이고 5월이 오면 꽃게철이다. 겨울철 영덕 강구항의 게장국 골목의 후끈한 대게 냄새도 좋지만, 봄날 남해안 여수항의 만성리 해수욕장 골목의 게장국 끓는 냄새도 일품이다. 꽃게는 1~4월까지의 것이 알을 품지 않아 최적이고, 5, 6월은 알을 품기 시작해 별 재미가 없다. 만성리 ‘진성횟집’(061-651-9399) 박경숙씨(51)에 따르면 ‘동지섣달 꽃게’란다. 또 양식이 되지 않으니 중국산 납꽃게가 판을 친 거란다.

    참을 수 없는 그맛… 게눈 감추듯 뚝딱
    꽃게 전문점이 몰려 있는 곳은 인천 송도나 서산 지역 등 서해안 일대에서 많이 볼 수 있으나 최근에는 서울에도 전문점이 한두 곳씩 들어섰다. 그 중에서도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꽃게랑 1080’(조해순·02-952-1480)은 10대부터 80대까지 누구나 꽃게 요리를 즐긴다는 의미에서 붙인 당호다. 꽃게를 삶아 고소하고 담백한 특유의 진수를 누릴 수 있는 ‘꽃게찜’을 비롯해 양념과 소스를 가미해 만든 ‘꽃게 양념찜’은 대표적인 메뉴다. 또 된장을 풀고 쑥갓과 파 등 채소를 곁들여 끓이는 꽃게탕은 만성리의 진성횟집처럼 얼큰한 맛을 향유할 수 있어 좋다.

    어린이를 위해 개발한 칠리 소스에 버무린 ‘꽃게 칠리 튀김’과 달콤한 ‘꽃게 탕수육’도 좋다. 게살을 넣어 만든 김밥과 샌드위치도 어린이 고객을 위한 특별 메뉴다. 이렇게 다양한 요리를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꽃게 스페셜 모듬’은 4만∼5만 원으로 4∼5인 가족 기준이다. 건물에 따로 주차빌딩도 붙어 있어 편리하다. 이처럼 한꺼번에, 그것도 1년 내내 모듬상을 갖춘 전문점에서 꽃이 다 지고 없는 6월, 사랑한 사람도 떠나고 영 입맛이 없을 때 알이 통통 오른 암꽃게를 떠올리기만 해도 입맛이 다셔진다. 그것도 아니라면 여러 번 끓여 붓는 ‘게장국’ 맛은 가히 밥도둑이라 할 만하다.



    이처럼 꽃게를 갈수록 선호하고 있음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식이요법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찍이 진나라 필탁(畢卓)은 ‘오른손에 술잔, 왼손에 게발 들고 술 못 속에 두둥실 배를 띄울 수만 있다면 인생이 족하련만’ 하고 읊고 있다. 게발을 망치로 까부시던 어린 날도 생각하면 멋스럽던 풍류 현장이었다. 무장공자, 횡횡군자, 강호사자, 서호판관, 내황후, 곽선생 등으로 불린 그 이름도 재미있거니와 게살로만 버무린 ‘꽃게 무젓’ 즉 ‘생살 무침’은 그 빛과 향기, 그 맛에서 천하일품인데 비틀걸음치는 상놈이라고 해서 먹지 않았다는 충청도 우암 송시열(宋時烈) 선생의 그 골샌님 입맛도 참 딱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이 시대에 와서 웬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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