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5

2001.08.02

새로울 것 없는 性 지식과 호기심…왜 손이 갈까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5-01-13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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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울 것 없는 性 지식과 호기심…왜 손이 갈까
    빨간 바탕에 흰 글씨로, 또는 검정이든 빨강이든 눈에 잘 띄게 인쇄한 ‘19세 미만 구독 불가’는 자꾸 힐끔거리게 한다. 비닐로 단단히 포장했으니 함부로 열어볼 수도 없고. 이번 주에는 두 종류의 ‘19세 미만 구독 불가’ 신간이 도착했다. 한 종은 일본의 포르노 배우 출신 이지마 아이의 자전 에세이 ‘플라토닉 섹스’(J-pub 펴냄)이고, 다른 한 종은 오디오북으로 나온 설현욱 박사의 ‘성 100배 즐기기’다.

    먼저 ‘플라토닉 섹스’를 열었다. 이 책이 일본에서 100만 부 이상 팔릴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이지마 아이(29)가 정상급 탤런트라는 지명도 덕분일 것이다. 여중생이던 14세 때 가출, 호스티스와 포르노 배우를 거쳐 25세에 유명 탤런트가 되기까지의 성 편력을 나열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빠진 섹스, 러브호텔 전전, 원조교제와 도둑질, 낙태, 매춘 등은 우리에게 충격적이지만 저자는 담담하게 고백한다. 이 책은 호스티스 출신 변호사 오히라 미쓰요의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북하우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감동의 수위는 훨씬 낮다. 오히려 미쓰요의 책이 밑바닥에서 변호사가 되기까지 처절한 삶의 현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지마 아이는 문란한 성생활을 더 비중있게 다룬 탓일 게다.

    반면 ‘성 100배 즐기기’(오디세이닷컴)는 성을 주제로 하긴 했지만 건강한 책이다. 보통 오디오 북은 책을 읽거나 간단한 드라마를 삽입하는 형식인데, 이것은 아예 전문 MC 김승현과 개그맨 장미화를 내세우고 설현욱 박사를 초대손님으로 모시는 방송진행 형식을 취했다. 자위, 처녀막, 여성불감증, 질 경련증, 여성의 성반응, 조루 등 성 상식을 재미있게 풀어간다. 뻔히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잘 모르는 성 지식을 지루하지 않게 배울 수 있다. 그런데 왜 ‘19세 구독 미만 구입 불가’여야 할까. 성 교과서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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