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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건강보험료 다 내면 바보?

소득 있는 40만6천여 명 7월부터 부과 … 재산·자동차 명의이전 등 ‘교묘한 절세’

지역건강보험료 다 내면 바보?

지역건강보험료 다 내면 바보?
보험회사 대리점을 경영하는 신모씨(70)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무척 바쁜 시간을 보냈다. 부인(65) 명의의 32평형 아파트를 첫째아들에게 넘기고, 자신의 소유인 아파트는 둘째아들에게 명의이전했다. 갑자기 집이 생긴 두 아들은 ‘수전노’ 아버지의 돌연한 태도에 놀랐지만, 이유를 알고 나서는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신씨의 갑작스런 ‘상속’은 7월부터 그가 내야 할 지역건강보험료 때문이었다. 지금껏 첫째아들의 직장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올라가 있던 그는 올 7월부터 소득이 있는 모든 사람, 곧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사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에 월 8만9000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할 처지에 놓인 것. 황당해하던 신씨는 그때부터 건강보험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같은 ‘보험업종’이어서 그런지 그의 보험료 ‘절세’(節稅) 방안은 아주 치밀하고 정교했다.

우선 그는 보험료 책정에 세대원의 재산과 자동차 소유 여부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왕 물려줄 집이라면 미리 명의를 이전해 주고 죽을 때까지 건강보험료를 줄여보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두 아들에게 집을 물려줌으로써 1000만 원의 이전 등록세가 들었지만, 두 집을 명의이전 한 뒤 그의 보험료는 1만4700원으로 줄었다. 무려 매달 7만4300원씩 1년에 90여 만 원의 보험료를 줄인 것이다.

올 7월부터 사업자 등록증(소득)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지역건강보험료를 부과하면서 신씨처럼 지역건강보험료를 적게 내려는 사람의 ‘발버둥’이 보기 민망할 정도다. 지금까지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나 남자가 60세 이상인 부부, 55세 이상 미망인의 경우 소득이 있더라도 친족인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았다. 그러나 올 1월 보험재정 파탄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고, 이들은 7월부터 지역건강보험에 무조건 가입해야 했다.

문제는 40만6000여 명에 이르는 이들 신규 지역건강보험 편입 대상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재산과 자동차를 직장보험 가입자에게 이전하면 지역건강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는 턱없이 줄어든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측은 직장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재산과 자동차의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소득액의 1.7%를 보험료로 내면 되는 반면, 지역의료보험 가입자는 과세소득액, 소유 재산과 자동차 등을 종합해 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에, 이런 보험료 산출 방식의 차이가 있는 한 이들의 ‘절세’는 ‘무죄’라고 말한다. 특히 지역보험 가입자의 92%가 연간 과세소득(국세청 파악)이 500만 원 미만으로 건강보험료를 산출하는 과정중 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상황에서 재산과 자동차의 소유 여부는 이들의 건강보험료를 결정하는 절대적 잣대가 되고 있다. 재산, 연령, 자동차 보유 현황만을 근거로 평가소득을 산출한 뒤 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지역건강보험료 다 내면 바보?
이런 지역건강보험료 줄이기 ‘작전’에는 지난 99년부터 1가구 2차(車) 중과세 제도를 폐지한 것이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예전에는 차량을 직장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이전하려 해도 1가구 2차 중과세 때문에 옮길 엄두를 못 냈으나 지금은 중과세가 없어진데다가 직장 가입자의 경우 자동차가 10대라도 건강보험료는 똑같기 때문이다.

부동산 소개업을 하는 김모씨(65)는 자동차 보험료가 싸진다며 자식들이 아버지의 명의로 구입한 승용차 3대(3000cc, 2000cc, 1500cc)를 자식들에게 모두 이전하고, 집을 전세로 바꾸면서 매달 9만9000원의 보험료를 줄였다. 당초 1억 원 상당(건설교통부 과세표준액)의 집에 대한 4만8000원의 보험료와 자동차 3대분 3만5000원, 그리고 이들에 대한 평가소득 보험료 2만6000원을 합해 모두 10만9000원의 보험료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차량 3대와 집을 처분하고 전세로 바꾸면서 보험료가 9800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연 120만 원의 보험료를 절약했고, 자동차 이전에 들어간 돈을 한 해 건강보험료로 메운 셈이다.

소득보다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는 것으로 비난을 받는 의·약사의 경우도 배우자나 부모가 직장 가입자일 경우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료를 거의 안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의사 이모씨(34)가 바로 그런 경우다. 이씨는 자신의 소유인 7000만 원(과세 표준액) 상당의 집과 3000cc급 승용차를 회사원인 부인 명의로 옮김으로써 매달 8만5400원의 보험료가 1만2900원으로 줄었다. 물론 그가 세무서에 신고한 연과세 소득액은 500만 원 미만이었다. 배우자가 직장 가입자인 경우 재산과 자동차를 같은 세대 안에서 이전해도 배우자의 재산과 자동차는 보험료 산출기준에서 제외하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료 덜 내기의 ‘백미’는 역시 사업자 등록증의 일시 반납이다. 5평 남짓한 열쇠와 카펫 상점을 경영하는 강모씨(50)는 지난 6월20일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증을 반납했다. 큰아들의 직장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해 있던 그가 7월부터 당장 물어야 하는 지역건강보험료는 5만4000원 정도. 그는 건강보험료가 2년 전의 과세소득과 당시의 사업자 등록 여부를 기초로 해 부과한다는 것에 착안했다. 즉 당장 사업자 등록증을 반납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 사실을 통보하면 그는 현재 소득이 없는 자로 인정해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자식의 직장보험에 피부양자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달만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상태로 장사하다가 다시 사업자 등록증을 내면 그의 과세소득은 2년 후에나 국세청에서 건강보험공단으로 통보하므로 당연히 그의 건강보험료도 2003년이나 되어서야 부과된다는 것이다.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사업자 등록증을 일시 반납하고 다시 등록증을 내는 작업을 반복하면 영원히 건강보험료를 안 내도 되는 거죠.” 강씨의 그런 기발한 발상은 어처구니없는 것이지만 이런 ‘편법’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절세 방법이 바로 그런 것”이라며 “종합소득세 신고가 전년도 총수입에 대해 이루어지고 이마저도 국세청에서 공단으로 넘어오는 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공단도 이 문제를 미리 알고, 대책을 강구하였지만 국세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이를 막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난 타개책에도 불구하고 직장건강보험 가입자는 여전히 지역건강보험 가입자의 ‘봉’인 셈이다.





주간동아 2001.07.19 293호 (p36~37)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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